특별반

by 욘욘

천씨였던 그 친구와 말해본 기억은 없다.

그래도 기억이 남는 순간이 있다.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날이었다.

걸어서 가는 길이었는데,

그 친구만 중간에 동 떨어져서 가고 있었다.


한 마디도 걸지는 않았다.

그냥 최대한 그 뒤에 가까이 가서 다른 친구들과 간격을 좁혔다.


그게 전부다.


내가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

매년 채워야 하는 봉사활동 시간이 있었다.

이상하게 나는 늘 장애인아동복지관을 고집했다.


가까이 있지도 않은 시설이었는데,

늘 거길 가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중2병이 최고 절정이던 시기에 온갖 염병을 다 떨면서도

이상하게 봉사활동만큼은 열심히 했다.

거기에선 내가 이상하지 않다고 느꼈을까..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 염병의 시기 속에서 또 한가지의 특이점이 있었다.

뜬금없이 ngo 단체에 기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일대일 후원을 통해 탄자니아의 한 아이를 후원하겠으니,

아빠에게 당신이 3만원을 매달 내라고 했다.

후원광고 속 그들의 모습에 슬펐던 것 같다.

이유는 그게 전부다.


당신의 딸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아빠는 기부를 계속 했다.


고등학생이 되었다.

사춘기도 막을 내렸다.

여전히 공부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할 정도로만 했다.

그래도 나름 중간은 갔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나는 친구를 원했다.

인기가 많은 아이들이 부러웠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길 늘 갈망했다.

그래서 더 크게 떠들고 웃었다.


한번은 모의고사를 봤다.

특별히 공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잘봤다.


우리 학교는 지방의 아주 작은 여자고등학교였다.

공부 못하는 학교로 유명했다.

성적 순으로 보충수업 반이 배정되었는데, 가장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9반, 못하는 아이들은 1반.

나는 8반이었다.

실력은 개판이었어도 그래도 8반이었다.


그런데 9반에 결원이 생겼다. 누군가 유학을 간단다.

마침 내가 시험을 잘 봤고,

그래서 나에게 9반, 즉 특별반에 들어오라는 말을 들었다.

그게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나는 9반 실력이 아니었다.

겸손이 아니다. 정말로.

그런데, 이 반에 들어오니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여기에 계속 붙어있고 싶었다.

그래서 미친년처럼 공부했다.

매번 턱걸이였지만, 그래도 붙어 있었다.


점점 공부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더이상 난 턱걸이가 아니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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