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쓰고 발견하다.
글쓰기를 하고 있는 지금의 한 줄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것은
국민학교 4학년 때 썼던 몇 줄 안 되는 일기부터 글짓기가 시작이었다. 20대 때는 연애의
힘듦이나, 뒤늦은 사춘기의 시달림을 노트에 갈겨쓰다시피 한 글쓰기가 나를 이렇게 쓰게
하는지도 모른다. 범우사 회원이 등록이 되어서 해병대 군복무 중인 군인과 우편 펜팔을
주고 받으면서 글쓰기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도 있었다. 주부가 되고 나서는 해마다 잡지
부록에 딸려 오는 가계부를 쓰면서 기록이라는 세계를 확장했다. 일 년을 끝까지 채운 적은
별로 없었다. 신문을 보다가 어떤 잡지를 살까 선택의 고민이 나를 즐겁게 했다. 7년 정도
수필 쓰기를 배우러 한 달에 한 번씩 나갔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며 울컥해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나를 쓰고 나니 '가벼워진다'를 느꼈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 성장을 하게 되었다.
의무적인 참여가 주는 약간의 압력이 나를 건드렸다. 그래서 일단 쓰고 나니 너무 좋았다.
내 안의 새로운 세상을 이제야 발견했다. 그래서 24년도 살고 있는 지역 신인문학에 수필
부문을 도전했다. 노트북이 애를 먹이고 있어서 당선금을 받으면 노트북을 사야지
김칫국부터 드링킹했었다. 아뿔싸 활발한 활동이 없어서 당선이 되지 않았구나! 낙담을
했었다. 수필부문에 당선된 선생님은 4번째 도전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당장 급한 것은
노트북이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노트북만이 떠올랐고, 어떤 것으로 사야 할지 고민을 했다.
"지금껏 가족을 위해 열심히 했으니 노트북 정도는 사도 되지!. 그냥 사."
라고 말해주는 지인의 힘을 빌리고, 아들의 지원을 얻어서 힘들게 몇 달을 망설이다가
웬만한 것을 샀다. 사놓고 바로 쓰지 못하고 책장에 고이 모셔두기를 몇 달을 보냈다.
새 노트북이 익숙하지 않아서 놀라기도 했다. 지문 인식으로 모든 것이 되다 보니 놀라
움의 연속이었다.
글쓰기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노트북 사는 과정을 말하고 있을까? 아무튼 삼
천포로 빠지는 실력은 타를 추월한다. 분홍카버를 입혀서 고이 모셔두던 노트북으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재수 끝에 드디어 브런치 작가 되었다. 아들과 딸에게 자랑을
했다. 처음으로 당선 메일을 받았을 때는 '베스트 셀러 작가'라는 거창한 꿈도 생겼다.
하지만 아직 홈페이지에 익숙지 않았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처음 가서 본 모델하우스
아니면 메타버스인가? 아무튼 적응하려고 나름으로 애를 썼다.
밥을 든든히 먹고 나서 카페에 음료를 주문하고 쓰기 시작하면 어느새 두 시간이 금방
흘렀다. 움직이지 않고 의자에 앉아 오롯이 집중해서 두드리기만 했는데 소화가 금방
됐다.'발행'을 누르고 나면 왠지 모를 '성취감'이 나와서 나를 감쌌다. 그날 저녁이
나 다음날부터 어떤 글을 올려야 할까? 고민에 하고 고민을 거듭하지만 '즐기는 고민'
이다. 언제 시간이 제일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물었다면 요가할 때, 글
쓰기하고 있을 때, 0.1초에 답하겠다.
글 속에는
국민학교 4학년 글짓기 시간에 배운 빨간 줄칸에 또박또박 연필로 썼던 여린 손의
순수함이 삐뚤지만 쓰고 싶은 강한 욕망이 녹아들었다. 일기의 끝에 마무리로 했던
'오늘의 반성'이 지금도 쓰고 있는 '훈훈함과 반듯함'이다.
글 속에는
20대의 주체할 수 없었던 감정을 휘 갈겨써버려야지 날아갈 듯 가벼워졌던
'감정 쓰기'가 글 자락에 남아있어서 편하게 글로 옮 길 수 있었다.
글 속에는
30대 프로 주부로서 가정 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지출의 내역을 꼼꼼히 기록해
보았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글 속에는
수필이라는 쉽고도 어려운 글쓰기를 배우면서 지금껏 살아온 길을 자연스레
돌아보고 눈물로써 읽었던 목소리가 담겨있다.
글을 쓰는 이유
1. 일상을 기록해두고 싶다.
2. 지금껏 읽은 책이 있으니 써보고 싶다는 욕망의 분출.
3. 살아온 날들에 대한 기록 앞으로 더 멋지게 살고 싶다.
4. 언젠가는 죽으니까, 한 줄로 한 권으로 남겨두고 가고 싶다.
5. 써야만 알 수 있는 내 안의 '의외성'을 발견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