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5이여
세월이 가고 있음을, 시간이 가고 있음을 그래서 무엇으로 어떻게 올해를 채웠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2024년이라 쓸 뻔했다. 아차 2025년이구나! 세월의 속도가 지금이 몇 년도 인지도 생각지도 못하게
천천히인 듯 빠르게 흘러갔다. 글을 무엇으로 쓸까 고민을 하던 중에 올해의 3대 뉴스로 정했다.
1. 브런치에 글을 쓰고 블로그로 읽은 책을 남겼다.
글과 사진으로 또박또박 남겼다. 글을 쓴다는 것보다 기록을 한다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썼다.
좋았다. 책을 읽고 나서 노트 한귀퉁이에 적어 두기는 했지만 다시 펼쳐서 읽어보지는 않았다. 일기처럼
글을 써도 다른 누군가에게 읽히지는 않았으니 생명 없는 글을 쓴 샘이었다. 브런치 야금야금 글을
올리면서 '자신의 이해'를 다른 차원에서 하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나만의 느낌'을 놓지
않고 옮겨 보았다. 글로 옮겨지고 난 다음에는 다음 장을 살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는 것이 신비로웠다.
블로그로 책을 올리기 위해 읽는 중간중간 열심히 필사를 해두고 사진도 찍어두고 챙겨야 할 것이
있어서 일상을 채우기에 더없이 알찼다. 딸이 카톡 사진을 블로그에 어떻게 올리는지 방법을
알려줬다. 배운 것을 몇 번이고 반복을 해서 조금 익숙해졌다. 조용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한 시간이 세상을 보는 다른 시야가 새로워지고 업데이트되었다.
2. 단기 알바를 열심히 했다.
도서관에서 사서 보조 일은 7년 정도 했다. 하루에 3시간 한 달에 30시간 정도이니 힘들지 않았다.
친구가 앱을 설치해서 하는 단기 알바를 알려줬다. 호기심에 신청을 했다. 새벽에 6시 40분 집 앞
에서 통근 버스를 탔다. 9층 물류센터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가면서 나는 놀랐다. PDF 기계를 가
지고 운동장 보다 넓은 곳을 다니면서 물건을 찾아서 담는 일을 하면서 놀랐다. 군대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줄을 서서 넓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놀랐다. 20만 종이 넘는 물건의 종류에서 PDF
기계를들고 다니면서 찾는 것이 '게임 방식'이라는 것에 놀랐다. 한 번 들어서 이해를 못 해서
몇 번이고 '저기요'를 외쳐대며 묻고 물었다. 사람들은 친절하게 알려줬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에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지도 몰랐다. 세상없는 호기심이 자꾸만
나를 일을 하게 만들었다. 10번을 했는데도 잘 모르는 것이 나타나면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물었다
출고 일을 많이 했다. 입고는 PDF가 익숙하지 않아서 '성공'이라는 성취감이 없어서 취향이 맞지
않았다. 앉았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어떤 때는 어절 어질 해졌다. 왜 자신을 이렇게
몰아치고 있을까 하는 자체 의문이 들었다. 알바를 갔다 온 다음 날은 여지없이 밀려난 집안 일은
해치웠다. 극강의 알바와 한적한 카페에서 글쓰기의 대척을 몸으로 실감했다. 집안에서 남편이
벌어온 돈을 손쉽게 쓸 줄 알았지, 이렇게 소금기가 옷에 스며들어야지,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달려야지 퇴근시간이 된다 것을 몰랐다. 돈이 값진땀을 흘린 짠내나는 현실이라 것도 60살이
목전에 와서야 겨우 깨달았다.
"당신 때문에 그동안 내가 편하게 살았더라" 남편이랑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했던 말이다.
요가하고 책을 읽고 집안 일을 하는 작은 일상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3. 친구들과 여행 가기.
일 년에 두 번이나 한 번 정도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 왔다. 몇 달 전부터 어디를 갈 것인지 언제
갈지를 의논했다. 20년 지기 오랜 친구들인지라 척하면 알아차린다. 부산에 갔을 때 구글 지도
검색으로 4명이 숙소를 못 찾아서 빙글빙글 돌다가 날씨가 추워서 택시를 탔는데 내린 곳에서
보니 허둥대기 시작한 곳이었다. 핸드폰을 들고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같이
허둥대다 보니 가는 세월이 더 아쉽다는 것을 밤새워 이야기했다.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어서
한 곳이라도 더 보고, 더 맛난 것을 먹어 보려고 애를 썼다. 같이 다닌 경험치가 많아서 죽이
척척 맞았다. 검색을 열심히 하는 사람, 택시를 부르는 사람, 돈 계산을 잘하는 사람, 간식을
잘 챙겨서 오는 사람들이다. 자녀들도 비슷한 또래다 보니 너 고민이 곧 내 고민이다.
"내가 쓰고 죽는 돈이 내 돈이지"
"인생 뭐 있겠어! 이렇게 친구들과 맛난 거 같이 먹고 웃고 떠들다가 갈 때 가야지"
직장에서 가정에서 힘들고 지친 일쯤은 한 두 가지 있겠지만 서로를 위로해 가면서, 자녀들 칭찬
을 해가면서,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간다고 푸념이 절정을 치달을 때쯤이면 코고는 소리가 났다.
11월 8일, 1박 2일 춘천을 갔다 왔다. 너무너무 좋았다. 좋았다는 말로 표현이 부족할 만큼이었다.
김유정 역에서 처음 타 본 레일바이크는 다시금 청춘으로 되돌아갔다. 분홍 노을과 신나는 팝송,
힘껏 밟았던 페달이 열정을 더했다. 팔당호를 올라가면서 보았던 알록달록 빨간, 노란 단풍이
현실이 아닌 꿈이었다. 한적한 가을 길을 걷다가 카페에서 차와 팥빙수는 먹었다. 우리만의
드라마였다. 우울한 기분, 심드렁한 기분, 무기력했던 기분은 모두 저 먼 곳으로 달아났다.
여행 가기 전에는 어떻게 갔다 올까 살짝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역시 갔다 오길 잘했다.
김장도하고 단기 알바도 갔다가 오고 파우스트도 열심히 읽었다.
화려한 봄을 보았고, 무더위에 헉헉거리며 일을 했고, 명절에 기차를 타고 양쪽을 오갔고,
의무적 독토에서 여러권의 책을 읽으며 자신을 알아보려 했고, 친구들과 신나는 수다를 떨면서
하하 호호 세상을 즐겼으니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