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반짝해질 그날까지
어떻게 하면 청소를 잘할 수 있을까?
자주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다른 일(요리, 빨래, 장보기, 바지 수선 등)은 잽싸게 해 버리는 급한 성격인데 청소 앞에서는
무너진다. 정리 정돈이 중요한 것 같아서 여성 인력개발센터를 찾아가서 '정리 수납 전문가 과정'을
배웠다. 2급 자격증은 땄다. 하지만 전문가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실력이다. 다른 집을 방문하게 되면
의례 이 집은 어떻게 정리 정돈이 되어있는지 눈으로 관찰한다. 청소기를 휘리릭 돌렸으나, 방바닥에
나뒹구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은 그냥 둔 채 한 일이라 누가 봐도 '너 청소했다'라고 표시가 전혀 나지
않는다. 특히 식탁 위와 거실 책상 위가 엉망이다. 오죽하면 목요일은 화장실 청소하는 날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랬더니 좁은 화장실은 어느 정도 정돈이 되었다. 내 안에 청소력이 전혀 없지는 않은데 다른 사람들보다 낮은 수준의 청소 실력을 갖추고 살아왔구나! 한 곳을 정리해야지 단단히 맘을 먹으면 한 달 후에나
어쩔 수가 없어서 걸레 하나를 적시고 있는 물건을 다 끄집어어내고 버릴 것은 버리고 나름 각을 잡아서
정리해 놓는다. 남편은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라서 더 그럴 수도 있겠다.
남편은 밥만 주면 조용하다. 어쩌다가 남편이 혼자 있을 때 자기가 청소기를 돌렸다고 말하는데 전혀 변화를
찾을 수가 없다. 청소 실력은 부부가 똑같다. 정리 정돈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다. 책은 책일 뿐이다. 소용은 그다지 없었다.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고 수납을 잘해야 하는데 수납 바구니만 다이소와 자주, 무지 등 많이 구입했던 경험도 있다. 심지어 분리 수거함에서 말짱하고 생각하는 것을 주워왔던 적도 있다. 해가 바뀌지 전에 자질구레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버렸다. 좋은 기운을 받아보기 위해서 나름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바꿔
보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 요일별로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무조건 한다.
2> 바닥에 물건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3> 청소한 것을 자세하게 기록한다.
4> 청소를 잘했을 경우 나에게 보상을 한다.
당분간 집안 청소에 몰입을 해보고 실패도 해보고 실력을 업그레이드해 불 수 밖에 없다.
청소와 달리 내가 잘하는 것은 독서이다. 시작은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나만 책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를 잘할 거라는 커다란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집안 분위기를 엄마가 주도했다. 그렇지만 영리한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동화책 읽어주는 봉사를 시작했다가 북시터라는 일을 했고 독서토론을 배워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독서 토론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주입식 교육을 받았던 새대라는 핑계를 앞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의무적 읽기'가
주는 매력도 넘쳤다. 책이 읽기 싫어서 절반도 못 읽고 참석하거나, 도저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 책 장이 넘어가지 않아서 못 읽을 때도 있었다(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백 년의 고독)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집에 돌아가서 다시 읽어야지 했지만 다음 책이 그 시간을 주지 않았다. 논제 만들기를 잘 못하는 재주를 갖고
있어서 독서의 힘을 빼앗아가기도 했지만 아무튼 책은 잘 읽는다. 불면의 밤에는 재미없는 책을 조용히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대비해서 두껍고 재미없는 책을 빌려놓았다. 언제까지 읽어야 되는 책은 시간을 일부러 정해두거나, 페이지를 정해두거나 다양한 방법을 써서 읽었다. 성취감이 생겼다. 문학, 철학, 자기 계발, 정리정돈, 심리학 등 다양하게 읽어왔다.
아이들이 사춘기 일 때는 사춘기에 관한 책을 보고, 갱년기일 때는 갱년기에 관한 책으로 살아남았다. 나이 듦에 관한 책은 더 이상 읽지 말아야겠다. 이미 나이가 들었다. 기차에서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다. 혼자서 여행을 가는 경우 책과 돋보기는 꼭 챙겼다. 작년부터 집 근처 카페에 혼자 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취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