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행
내일 가야겠다. 내리 춥던 날씨가 조금 따뜻하다고 예보가 나왔다. 차일피일 미루다 가는 언제 갈지 모르겠다
싶어서 마음을 먹어버렸다. 알람을 잊지 않고 맞추었다. 곱창김을 봉투에 담아두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간략하게 먹었다. 귤 3개를 작은 배낭에 넣었다. 보온병에 따뜻한 물도 챙겼다. 초콜릿 조각을 내서 은박지에 대충 싸서 넣었다. 박완서 책(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과 안경도 빠뜨리지 않았다. 날씨는 우중충하다 비가 올 듯 말 듯 조금만 건드리면 울 것 같은 날씨다. 9시에 출발하겠다고 생각했지만 20분이 늦게 집을 나왔다. 1호선 지하철을 탔다. 중간에 자리가 생겨서 앉았다. 책을 펼쳐서 읽었다. 중간중간 어디까지 왔는지 고개를 들어서 확인을 했다. 동두천 직행 전차여서 도봉산에서 내려서 완행을 타야만 망월사역에 갈 수 있다는 것까지 인지하고 있었다. 11시 40분 정도에 도착을 했다. 두 번째 가는 길이라서
많이 두렵지는 않았다. 지하철역에서 망월사까지는 2.7km이다. 500m 정도는 포장된 길이다. 하늘은 더 우울하게 우중충하고 희뿌연 안개까지 내려왔다. 비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지만 설마 오겠어? 오면 할 수 없지 하고 단단히 다잡고 걸음을 내디뎠다.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아니 아예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산 절반을 올라가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앞을 봐도 고개를 돌려서 뒤를 돌아봐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새로 산 운동화가 가볍고 발을 잘 잡아줘서 발걸음이 가볍다. 신발을 새로 사기를 잘했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깊은 계곡에서 울리는 소리는 오직 가벼운 발걸음 소리와 훅훅 내뱉은 숨소리뿐이다. 무섭다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이토록 고요한 산중에 오롯이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집중을 했다. 나는 왜 혼자서 이런 산중에 있을까? 그래 이놈의 '고독수'를 버려두고 오자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렀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하다 보니 땀이 흘렀다. 목도리는 진작에 벗었지만 잊어버릴까 봐 손에 쥐고 걸었다. 힘들어지니까 고독이고 뭐고 아무런 그야말로 '무아'의 지경에 이르렀다. 돌길에 걸음을 옮기고 내딛는 것에만 집중했다. 새소리도 들렸다. 깊은 계곡이라서 좀 늦게 들리나 싶었다. 바위에 잔설이 내려서 예쁜 그림을 그려 놓았다. 쓰러진 나무가 그늘을 드리워서 손으로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내 눈에만 보였다. 내려오면서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나름 바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갯마루를 돌아서면 바로 도착할 거라는 성미 급함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 기억은 틀렸다. 중간에 한참을 더 오르고 올라야만 거의 정상에 다다르는데도 한 번 왔었다는 얄팍한 기억이 더 힘들게 했다. 숨을 헐떡거리고 아이고 소리를 하고 있을 때 눈앞에 먼저 온 사람들의 무리가 보였다. 반가웠다. 이제부터는 혼자가 아니다. 벌써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있는 사람의 무리도 있었다.
부처님을 만나 뵙고 인사를 드렸다. 지난번에는 보이지 않던 돌계단 끝에 자리한 암자를 들어갔다. 삼배를 했다. 이제야 한숨을 돌리고 사진을 찍어서 가족들에게 사진을 보냈다. 아들은 '곱창'을 절에 놓고 왔는 줄로 착각을 했다. 곱창김을 곱창까지만 해석을 했다. 어디를 사진으로 남길까 하다가 '바로 이곳'이다고 생각해서 저장했다. 귤을 까서 먹고 따뜻한 물로 숨을 골랐다. 어디에 '나의 고독수'를 걸어둘까? 깊은 고민을 했다. 저
높다란 가지 끝에 고독수를 걸어두고 가야겠다. 하늘도 해를 보여준다. 올라오는 등산객이 인사를 했다. 나도 '조심해서 다녀오시라' 답을 했다.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꼬깃하게 싸 온 초콜릿도 입안에 틀어 넣었다. 배가 고파지게 시작했다. 하늘 보고 걷다가 새소리 듣고 걷다가 작은 얼음 폭포 사진을 찍고 나서 걷다가 내려갈 때 사진을 찍을 거라고 찜해둔 곳은 해가 나와서 그림은 달라졌다. 눈이 녹아버려서 아쉬웠다. 다시 산을 돌아보면서 저 꼭대기 나뭇가지 끝에 매달아 놓은 '허접한 고독수'가 인사를 하고 있다. 사는 것에 찌들고 안 풀리는 일이 있을 때 마음이 헛헛해서 일상을 견뎌내기 힘들 때 혼자서 왔다가 가라고 손을 흔들어준다. 내가 또 올 때까지 '수행'을 잘하고 있으라고 꼬옥 안아주었다. 잔잔하게 미소를 띠며 가볍게 흔들리고 있다. 식당에 가서 갈치구이 정식을 맛나게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30분 동안 읽으며 따뜻하게 자신을 달랬다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