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철학
오늘날 이론 중심의 건축은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성을 배제한 채 논리만으로 구성된 공간은 인간에게 불쾌감과 위화감을 안기기도 하며,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설계 과정의 특성은 이론적 건축의 본질적 한계로 지적되곤 한다. 실제로 아이젠만과 데리다의 서신에서도 이러한 괴리는 명확히 드러난다. 아이젠만은 데리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철학이 건축에 그대로 드러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하며, 철학과 건축 사이의 필연적인 간극을 인정한다.
나 역시 이러한 한계를 깊이 고민해왔다. 철학은 건축을 밀도 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사유의 기반이지만, 그것이 건축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철학은 이상을 그리는 도구이지만, 건축가는 그것을 현실의 지면에 착륙시켜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건축가를 하늘에 떠다니는 이상을 꿈꾸되, 그것을 물리적 대지 위에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존재로 이해하고 있다. 학부 시절 나는 이상을 어떻게 그려내는지를 배웠고, 이제는 그 이상이추락하지 않고 착륙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 그것은 이성이란 이름 아래 구조화된 시스템 속에서 인간성이 압사당하지 않도록 건축이 중재하는 방식이며, 사유와 감각, 현실과 꿈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 ‘착륙의 기술’을 감성에서 찾고자 한다. 단단한 논리를 뚫고 사람의 마음에 닿는 길, 인간의 삶에 공감하며 공간이 말을 거는 방식. 그 감성적 공감이야말로 이상을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건축의 진짜 힘이라 믿는다. 나는 그 감각을 배우고 싶고, 감성적 공명을 통해 사람들과 세계에 닿는 방법을 익히고자 한다.
철학은 출발점이지만, 건축은 결국 도달해야 할 곳이 있다. 나는 철학에서 출발하되 다시 건축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통해, 사유로만 머무르지 않는 공간, 인간의 삶에 뿌리내릴 수 있는 건축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건축 언어를 찾아가고 있다. 그것은 하늘의 이상을 품되, 늘 땅을 향해 착륙하는 건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