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가 없다

#영화감상후기

by 이학영

이 글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를 보고 즉흥적으로 느낀 바를 나열한 것이다.

그의 영화는 늘 상영시간 내내 모든 감각을 곤두세운 채 집중하게 만들며,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 진이 빠짐을 느끼게 한다. 모든 순간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한번 보고 만족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년 실직. 현대 사회에 이보다 절망적인 단어가 존재할까.

'더 할 나위 없음'에서 모든 것을 빼앗긴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이 밖에 없다.

어쩔 수가 없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달콤한 권유는 반대로 그들이 쌓아온 모든 것들을 포기하라는 선고와도 같다.

울타리 안에서 평생을 살아온 가축에게 울타리의 무너짐이 과연 자유를 의미하는가.

울타리에서 벗어난 가축은 새로운 울타리로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어쩔 수가 없다.

가축은 스스로 말할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할 수조차 없다.

그저 보고 들은 것들을 답습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들은 것 만을 말할 수 밖에 없다.


울타리 밖에서 버티려 하지 않은 가축은 죽는다. 버티려 하는 가축은 죽을 수도 있다.

새로운 울타리에 들어간 가축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된다.

죽은 가축은 땅에 묻힌다. 때로는 죽어야 하는 가축도 땅에 묻힌다.

하지만 가축은 식물이 아니기에 소생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가축이지 않으려 해야한다. 가축임은 잘못이 없지만 가축이지 않으려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일 수 있다.

우리는 가축이 아니려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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