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
바로 전 글에 이어 산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산책은 우리에게 생각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준다. 육체적 건강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가 목적지를 잃고 방황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산책일지도 모른다. 산책을 나가는 순간부터 모든 것, 모든 곳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가끔 인생이 힘들고 내가 사는 이유를 모르겠을 때가 있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누구나 내일이 오지 않기를 한 번 이상은 원했다." 흠칫했다. 나도 분명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부터 중대한 일까지 정말 많은 일로 인해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뜻이다. 목적지로 나아가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것은 삶의 이유를 잊어버렸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때가 바로 산책을 나가야 할 중요한 시기다.
산책을 나갈 땐 가급적, 아니 필수적으로 휴대폰을 보지 않는 것을 권한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우리가 산책을 나가는 이유는 그저 걸으려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기 위함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산책을 한다면 그냥 집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산책의 힘은 대단하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진전이 없이 꽉 막혀 막막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일이 있을 때 종종 그 일에서 잠깐 멀어진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는 것이다. 그러다 도저히 답이 안 보이면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걷기 시작한다.
걷다 보면 거짓말처럼 꽉 막혔던 프로젝트가 머릿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풀려나간다. 여기서 산책의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꼭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어떤 걱정거리도 포함된다.)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그것을 해결하는 것에만 신경 쓰면, 즉 하나의 문제에만 몰두하게 되면 여러 방면에서의 창의적 사고를 하기 힘들어진다. 우리는 그 환경에서 잠시 벗어나야 한다.
상상해 보자. 우리가 산책을 하면 주변 환경이 어떤가? 프로젝트에 집중할 때와 다르게 주변 환경이 계속 변화한다. 계속 변하는 시각적 요소는 눈을 통해 뇌로 전달되며 뇌가 전달받는 정보 역시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돌에 걸려 넘어지거나 나무 또는 가로등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신경도 여러 방면으로 활성화된다. 창의적 사고를 하기 유리한 상황에 놓인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신경과학 연구자 미투 스토로니의 설명을 덧붙이겠다. "걷는 동안 주변 환경이 움직이기 때문에 주의력이 특정 문제에 고정될 수 없고,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면서 문제를 여러 가지 각도에서 해결하려고 시도한다."라고 미투 스토로니는 설명하며 "걸으면서 주변을 주시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문제에 오랫동안 집중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크게 동의한다.
애플의 전 CEO이자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틈만 나면 산책을 다닌 이유도 분명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무슨 문제에 사로잡히게 되면 가장 먼저 산책을 나선다. 이제 당신이 나아갈 차례다.
당신은 산책을 시작했다. 걸으면서 스쳐가는 주변 환경을 보기도 하고 나무뿌리나 돌에 발을 걸려 넘어지지는 않을지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당신의 머리에 가득 차 있던 프로젝트는 조금씩 작아진다. 작아진 프로젝트를 보니 여러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렇게 하면 이 부분이 해결되겠구나! 그럼 이 부분은 이렇게 했어야 했네! 왜 이 생각을 진작 하지 못했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 우리가 너무 그 문제에 깊게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의 싸움을 제3자의 눈으로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싸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의 잘못이 큰지,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싸움의 중심이 우리 자신이 되면 말이 달라진다. 태풍의 눈 속에 들어가 있으면 태풍을 제대로 보기 어렵지 않은가. 우리에게 닥친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 문제 속에 깊게 들어가 있으면 그 문제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산책을 통해 그 문제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이 좋다.
이제 처음 문제로 돌아가보자. "누구나 내일이 오지 않기를 한 번 이상은 원했다." 우리는 왜 내일이 오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분명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문제는 프로젝트가 되었을 수도 있고 무언가 큰 실수가 되었을 수도 있다.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당장 내일 큰 발표를 앞두고 있을 수도 있다. 그 문제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우리를 깊게 사로잡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태풍의 눈에 가두고 그 태풍이 어떤 형태인지, 작은 태풍인지 큰 태풍인지, 피해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벗어나야 한다. 우리를 깊게 사로잡은 무언가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여러 아이디어를 얻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의적인 사고는 산책을 통해 가장 잘 나타난다. 이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고 나면 당신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쉽게 주저앉지 않게 될 것이다. 분명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어쩌면 산책은 인생을 걷는 것이다. 부디 당신의 내일을 간절히 원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