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내 생활에 여유가 생겨 6시에 마치는 경아를 태우러 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검정 모자 딱 쓰고, 검정 선글라스 딱 쓰고, 검정 수염을 약간 길러서….
난 너무 개성 있고 멋있는 거 같다 (곧 예쁜 문신도 팔이나 목에 하나 딱 ^^)
하루는 더워서 선글라스만 쓰고 모자는 안 쓰고 차 안에 두었더니 경아가 차에 타서 모자를 예쁘게 씌워준다. “왜?”
“학원 애들이 보면 또 누구냐고, 어떻게 결혼했냐고 물어보면…. -.-”
아…. 경아가 날 부끄러워하는구나….
내가 얼마나 자상하고 멋지고 착실하고 가정적이고 헌신적인데….
나 죽으면 내 생각을 하면서 얼마나 후회하고 울지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봐야지 내가 얼마나 멋진 남편인지 알지….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살아 있을 때 곁에 있을 때 후회 없이 사랑하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 살아 있을 때 곁에 있을 때 자랑스럽게 여기고 잘하라고 말하려고….
죽고 난 후에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없다고 다른 사람들 의식하지 말고 사랑하다 죽자고 말하려고….
“경아야, 나 죽으면….”
눈치 빠른 경아가 바로 말했다.
“알았다. 그 모자 씌워서 묻어 줄게”
* 사랑은 허물을 덮어주는 것? 씌워주는 것? 묻어 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