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주변에는 다양한 색깔의 길고양이들이 찾아온다.
옆 가게 사장님이 퇴근을 하면서 항상 사료를 작은 그릇에 담아두고 가는데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들이 찾아와 배를 채우기도 하고 잠깐씩 휴식을 취한 후 사라지곤 한다.
처음 나와 눈을 마주쳤을 때는 도망치기 바빴지만 자주 마주치다 보니 이제는 한참을 쳐다보며 눈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알고 지낸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길고양이들은 여전히 내가 내미는 손길은 거부한 채 자유롭게 살고 있지만 가끔씩 다쳐서 오는 경우도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을 때도 있다.
잡히기만 한다면 치료도 해주고 누군가에게 입양이 되도록 도움을 주고 싶지만 쉽게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옆가게 사장님은 늘 안타까운 마음에 속상해하기도 한다.
길고양이들의 색깔에 따라 노랑이, 까망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이름을 부를 때마다 알아듣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아 더 애착이 간다.
사료는 늘 옆가게 사장님이 충분하게 주곤 했지만 가끔 쉬는 날에는 사료가 준비되지 않아 우리 가게 뒷문으로 와서 밥을 달라며 애타게 울기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에 손님들이 먹다 남긴 치킨을 잘게 잘라서 먹이 그릇에 몇 번 주었더니 이제는 매일 찾아올 정도로 길고양이들의 맛집이 되어 버린 듯하다.
“사장님… 이제는 고양이들이 내가 주는 사료를 잘 안 먹네요?”
“사장님이 며칠 쉬는 동안에 사료대신 치킨을 주었더니 그런 것 같은데요… 하하하.”
“고양이들도 사장님 치킨이 맛있다고 소문난 걸 아나 보네요. 호호호.”
“그런가요… 하하하. “
”요새는 까망이는 안 보이고 노랑이만 오던데… 어디 아픈 것처럼 다리도 절고 그래서 맘이 아프네요. 휴…”
“네. 저도 봤어요. 뒷다리를 많이 절더라고요. 잡혀야 병원에도 데리고 갈 텐데 잡히지 않으니…”
“그러게요. 그래서 사료에 항생제를 섞어서 두었는데 먹고 좀 나아졌으면 좋겠네요.”
“사장님이 신경 많이 쓰시니까 곧 나아지겠죠.”
“그래도 사장님이 잘 챙겨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별말씀을. 가끔 밥 주는 것 외에는 하는 게 없어요. 헤헤헤.”
“그럼 수고하시고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가끔 옆가게 사장님과 길고양이들과 관련된 얘기를 하다 보면 나도 동네 아줌마처럼 되어버리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공통 화젯거리가 생겨서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며칠 동안 밤마다 비가 내리는 이상한 날씨가 계속되어 손님도 뜸해질 즈음에 뒷문 테라스 쪽에서 그동안 못 보던 고양이가 비를 맞으며 떨고 있었다.
“여보. 손님은 안 오고 못 보던 고양이가 왔네.”
“그러게. 처음 보는 고양이 같은데… 먹을 것 찾으러 온 거 같은데?”
“그렇지. 배고파서 온 것 같은데…”
“남은 치킨 좀 줘야겠네. 비 오는 날 밥도 못 먹었으면 어떡해. “
손님들이 남긴 치킨을 잘게 찢어 먹이그릇에 담아 밖으로 나오니 잔뜩 경계를 하는 모습이었다.
”색깔이 특이하네…알록이라고 부르면 되겠네. 알록아… 맛있는 치킨… 얌냠…“
평소처럼 길고양이들을 부를 때 하는 소리를 내면서 다가갔지만 처음이라 그런 지 바로 도망가 버렸다.
비가 내리는 곳에 음식을 두는 건 아닌 것 같아 비를 피할 수 있는 뒷문 쪽에 음식을 두고 방해되지 않도록 조명도 낮춰주었더니 경계를 풀고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집사람과 나는 안도하며 웃었다.
”다행이네. 배가 많이 고팠나 봐. 호호호. “
”그러게. 비도 피하고 밥도 먹고… 조명도 낮춰주니 마음이 좀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 보는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지네. 하하하. “
”애기는 아닌 것 같은데… 색깔이 멋지네. 알록달록한 게…“
“그래서 이름을 알록이라고 지었어. 색깔이랑 딱 맞지?”
“이름하고 색깔이 잘 어울리네. 호호호.”
“손님들 먹다 남은 음식은 다 쓰레기통으로 직행인데 고양이들에게 특식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딱딱한 사료만 얻어먹다 치킨을 먹으니 얼마나 맛있겠어. 안 그래? 하하하. “
”복 받으시겠네. 호호호. “
허겁지겁 치킨을 먹는 알록이를 보면서 손님이 뜸해 불편하던 마음이 잠시나마 여유를 찾게 해 주었고 오히려 우리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여보. 다 먹었나 봐. 가게 안쪽을 쳐다보고 있는데? “
”그릇을 싹 비웠네. 배가 많이 고팠나 봐. 다행이다. “
”잘 먹고 간다고 안을 쳐다보는 것 같은데…호호호. “
”설마 더 달라는 얘기는 아니겠지? 하하하. “
알록이는 다른 길고양이들처럼 치킨을 먹고 난 후 비를 맞으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정을 주려고 해도 다가오지 않으니 참 쌀쌀맞은 성격이야. 고양이들이 다 그런 거 아니겠지만…“
”냥이들 특징이니 어쩔 수 없지. 가끔씩 와서 준비해 둔 치킨이나 맛나게 먹어주면 고마운 거지. 안 그래? 호호호. “
”그칠 줄 알았더니 비가 더 오겠는데… 오늘은 일찍 문 닫고 가야겠다. 마감 준비 할까? “
”오늘 매상은 별로지만 그래도 배고픈 고양이 밥 챙겨줬으니 좋은 일 했네요. 덕분에 일찍 들어가요. 호호호. “
비가 내리면 평소보다 손님이 반으로 주는데 늦은 시간에 비가 내리면 아예 나오지를 않는다.
혹시라도 치노족이 들어올 까 싶어 비가 내리는 늦은 저녁엔 일찍 마감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쉬는 게 상책이고 여유롭게 집사람과 맥주 한잔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고의 피로 회복제이기 때문이다.
밤새 내린 비는 온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어 마음마저 상쾌하게 만들어주었고 어제와는 다른 매상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를 바랐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잠긴 테라스 문을 열던 집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악… 여보 빨리 와. 빨리…“
”왜? 무슨 일인데…“
집사람의 비명소리에 급하게 테라스 뒷문 쪽으로 향했다.
뒷문 쪽에는 누군가 가져다 놓은 듯한 큼지막한 죽은 쥐 한 마리가 놓여 있었다.
“이게 뭔 일이냐. 죽은 쥐가…헐.”
“여보. 빨리 치워. 징그러워 죽겠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쥐인데… 누가 여기다 가져다 놨데. 으흐.”
”그런데 쥐가 놓인 위치가 어제 치킨 담아서 주었던 위치인데? “
”어머… 생각해 보니 그러네. 혹시 알록이가 가져다 놓은 거 아닐까? “
죽은 쥐가 놓여 있는 위치는 어제 알록이가 밥을 먹으며 비를 피하던 곳이었지만 손님들이 보기라도 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곳이었다.
”맞네. 맛있게 잘 먹었다고 쥐를 선물로 가져다준 것 같은데? 하하하. “
”은혜를 갚는 알록이네.그런데 하필이면 쥐냐…호호호. “
”알록이 입장에서는 큰 선물일 수도 있지.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걸 우리한테 가져왔으니… 안 그래? 하하하. “
”그러네. 호호호. 박 씨라도 물어오지. 쥐가 뭐래. 호호호. “
”오늘 첫출발이 좋네. 선물도 다 받고… 하하하. “
”징그럽긴 해도 선물을 받으니 기분은 좋네. 호호호. “
”앞으로 알록이한테는 더 맛있는 치킨을 줘야겠는데… 혹시 알아… 쥐 말고 다른 선물을 줄지… 하하하. “
처음 만난 길고양이 알록이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매너 있는 고양이었다.
추위와 배고픔을 잠시나마 면하게 해 준 사람에게 선물을 준비할 정도의 고양이라면 언제든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알록이가 준비한 선물은 비록 징그러웠지만 그래도 하루를 웃음으로 출발하게 해 준 멋진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