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이 사라졌어요

by 전선훈

불금은 ‘불타는 금요일’을 줄여 이르는 말로 불이 타듯이 열렬하고 활기차게 보내는 금요일을 뜻한다.


불금이 되면 길거리의 술집들은 직장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시간이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원하는 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이런 날은 자영업 사장들도 평소보다 음식 재료와 주류도 넉넉하게 준비를 해놓고 손님맞이를 한다.


우리 가게가 위치한 아파트 내 상가도 금요일엔 항상 손님들로 붐벼서 평소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일주일 매출의 반이 불금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도 다른 요일보다 한 명을 더 써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매출이 서서히 줄더니 불금의 특수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언제 개시를 할까?”


“금요일이니까 곧 몰려오겠지. 조금만 기다려보지 뭐.”


“상가에 애들도 안 다녀…호호호.”


“그러게. 편의점도 조용하던데… 하하하.”


“조금만 더 기다리다 손님 없으면 나 먼저 들어가야겠다. 그래도 될까?”


“그래. 둘이서 가게에 있는 게 의미 없겠어. 한 사람이라도 쉬는 게 낫지.”


“괜히 미안해지네…호호호.”


“미안하긴… 아르바이트생이랑 둘이 가게를 지키면 되고… 혹시라도 손님이 넘치면 다시 연락할게. 흐흐흐.”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호호호.”


“들어가서 혼자 있는 호두나 잘 챙기셔.”


한 사람이라도 쉬는 게 남는 장사라 생각돼지만 평소보다 일찍 들어가는 것이 습관이 되 버릴까 봐 걱정도 되곤 한다.


“어서 오세요”


“자리 있어요?”


“그럼요. 편한 자리로 앉으세요.”


손님이 없어서 집사람이 일찍 들어가면 꼭 손님이 몰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서너 테이블이 한꺼번에 몰리는 일이 생겼다.


가끔씩 농담으로 나 혼자 아르바이트생이랑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하며 웃곤 했는데 오늘은 아르바이트생이랑 둘이서 주문을 소화해 보기로 하였다.


“사장님. 1번 테이블에 골뱅이 무침 하나에 후라이드 한 마리예요.”


아르바이트생은 출력된 주문 전표를 건네며 다른 테이블 주문을 받기 위해 뛰어다녔다.


“네. 알겠어요.”


“사장님. 2번 테이블에 한치 하나요.”


“네. 알겠어요.”


“사장님. 3번 테이블에 명태회 무침과 반반치킨 있어요.”


“네. 알겠어요.”


복명복창은 주방과 홀의 업무 혼선 방지 및 음식의 우선순위를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주문을 받을 때마다 반드시 해야 한다.


혹시라도 늦게 온 손님의 음식이 먼저 서빙되면 불평하는 손님도 가끔씩 있어서 서로 얼굴 붉히지 않기 위해 복명복창은 필수 소통 방법 중 하나이다.


“휴… 다행이네. 아무 문제 없이 주문한 음식이 다 나갔으니…”


“네. 사장님. 큰 문제없어서 저도 다행이에요. 헤헤헤.”


“아줌마 없어도 될까?”


“가능할 것 같은데요… 아줌마가 가고 나면 손님이 몰리니까 출근했다가 바로 퇴근하라고 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하하하.”


”이야… 그거 좋은 아이디어인데… 아줌마는 몸이

편해서 좋고… 우린 손님이 몰려서 좋고… 하하하.


모처럼 만석이 된 홀을 보며 불금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포스기계를 확인한 나는 좀 의아한 마음이 생겼다.


‘어… 만석이 되었는데 매출은 생각보다 많지 않네. 이상하네.’


혼잣말을 하며 판매내역을 확인해 보니 음식과 술의 비율이 7:3 정도 되었고 술보다는 배를 채울 목적으로 우리 가게를 찾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 가게는 술의 매출이 훨씬 높았기 때문에 오늘 같은 분위기라면 당연히 최고 매출일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는 반대였고 손님들의 소비 성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여보. 경기가 어렵긴 어려운가 보네. 손님들은 꾸준한데 먹고 마시는 비율이 반대로 되어가는 것 같아. 계속 이러면 회복되기 쉽지 않은데… 휴.”


“어제 집 근처 다른 가계도 보니까 손님이 별로 없어서인지 일찍 문 닫고 갔더라고… 우리만 불금이 사라진 건 아닌 것 같아.”


“지원금 효과도 다 사라진 것 같고… 코로나보다 더 안 좋다고 그러는 사람도 있고… 걱정이 되네.”


“그래도 우리는 매출은 좀 떨어져도 손님은 줄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경기가 좋아지면 다 단골 될 손님들이니까… 안 그래? 호호호.”


“어제 아르바이트생이랑 얘기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인데… 당신이 집에 가고 나면 항상 손님이 몰리더라고. 그러니 출근만 하고 일찍 퇴근하는 걸로… 하하하. “


”마치 머피의 법칙 같은 거네…호호호. “


”뭐가 됐던 손님이 안 떨어지는 게 중요하니까 법칙을 한번 따라보지 뭐…흐흐흐. “


”나야 좋지만… 당신 혼자 할 수 있겠어? “


”쉽지는 않겠지만 오늘 알바랑 혼자 해보니 문제없겠어. 우선순위를 잘 정하고 하니까 주방에서의 동선도 꼬이지 않고… 또 아르바이트생이 워낙 능숙하게 해 주니까 잘 되던데… 하하하. “


“그래도 될래나 모르겠네…. 호호호.”


“얼굴이 좀 펴지네… 하하하.”


“아주 바쁠 땐 나올 테니 걱정 말고 나를 불쏘시개처럼 활용하셔. 손님이 많이 오게 하는 특별힌 불쏘시개…호호호.”


“불쏘시개… 지금 상황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네. 매일매일이 머피의 법칙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하하하. “


집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늘 기분 좋게 생활을 하지만 잠시나마 체력도 회복하고 피곤함을 덜 수만 있다면 어떤 법칙이라도 따르고 싶고 경기가 회복되면 매출은 아무 문제가 없을 테니 그저 손님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성을 다하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불금을 기대하며 대한민국의 경제가 빨리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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