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그리고 복권 이야기

by 전선훈

고액의 복권 당첨과 관련된 얘기가 방송에 언급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매번 몇 명씩 나오던 당첨자가 없어서 몇 달간 이월이 된 수백억 원의 당첨금을 한 명이 수령했다는 얘기도 있었고 조상님이 나타나거나 돼지꿈을 꾸고 당첨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어떤 경우는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 집 앞에서 산 복권이 당첨되었는데 상금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당첨 확률로 따지면 벼락을 세 번 이상 맞고 살아나야만 가능하다는 복권 당첨 이야기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며 살아왔지만 가끔 좋은 꿈을 꾸게 되면 속는 셈 치고 몇 장씩 구매를 한 경험은 있다.


“아빠. 제가 좋은 꿈을 꾸었는데 사실래요?”


월요일 점심시간에 밥을 함께 먹던 막내가 뜬금없이 자기 꿈을 사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좋은 꿈이라도 꾸었나 보네?”


“네. 엄청 좋은 꿈인데 아빠한테 필요한 꿈인 것 같아서…헤헤헤.”


“오케이. 내가 바로 살 테니 엄마한테도 얘기하지 말아야 효력이 생긴다. 알았지? 하하하.”


“네. 알겠어요. 아무에게도 얘기 안 할게요. 헤헤헤. “


막내는 내가 건네준 만 원짜리를 받으며 손가락으로 입을 잠그는 시늉을 하면서 웃었다.


“만약 당첨되면 반 나눠줄게. 하하하.”


“주시면 고맙죠. 꿈을 팔았는데…헤헤헤.”


좋은 꿈이면 분명 내가 알고 있는 돼지나 똥 같은 종류일 거라 짐작되어 물어보지는 않았다.


좋은 꿈을 샀으니 당첨이 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복권을 구매한 후 효험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갑 한구석에 소중히 모셔두었고 일주일간 당첨되었을 때를 생각하면서 기분 좋은 한 주를 보내게 되었다.


드디어 대망의 추첨일이 되었다.


추첨결과 로또 숫자 4개가 맞아서 무려 5만 원에 당첨이 되었고 이 금액은 내가 지금까지 복권을 사서 당첨된 최고의 금액이어서 분명 꿈이 효력이 있었으나 완벽한 꿈이 아니어서 수억 원의 당첨금이 아니고 5만 원에 당첨된 것이라 생각되었다.


뭐가 부족했을까 하고 고민을 하던 중에 꿈을 팔았던 아들이 복권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아빠. 어제가 추첨일이던데… 결과는 어떻게 됐어요?”


“어. 5만 원에 당첨되었어. 아빠 인생에 최고 금액이야. 하하하.”


“오… 꿈이 효력이 있었네요?”


“있기는 있었는데… 뭔가 좀 부족했으니 1등이 안된 거지. 하하하.”


“그럼 이제 꿈 얘기해도 되는 거예요?”


“그래. 좀 궁금하기는 하다. 얘기 좀 해봐.”


아들의 꿈은 생각대로 똥 꿈이었고 자다가 일어나 보니 주변이 온통 똥밭이었는데 다리에 잔뜩 묻어서 일어나지 못하다가 깨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웃으며 아들에게 한마디 했다.


“다리에만 묻혔으니 5만 원이 된 거네. 다음에 혹시 비슷한 꿈을 꾸게 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묻히고 뒹굴러야 1등이 되겠네.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다음엔 똥밭에서 뒹굴어 볼게요. 헤헤헤.”


“자…그러면 당첨금 5만 원으로 우리 맛있는 점심 먹으러 가자. 아빠가 쏠게. 하하하.”


“네. 아빠 덕분에 맛있는 점심 먹게 생겼네요. 헤헤헤.”


모처럼 아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진로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마음에 담아둔 아들의 속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은 느낌의 하루였다.


비록 1등은 아니었지만 꿈의 효력을 받아서 큰 금액의 당첨금을 받았으니 다음엔 더 좋은 꿈을 꾸었다면 또 사야지하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


‘아들… 다음엔 묻히지 말고 좀 더 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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