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매출도 지지부진하고 최악의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가 계속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점점 뜸해지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더군다나 계속 날아오는 재난 문자는 외출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인 듯 생각되어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지루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장사가 잘 안 되면 자주 찾는 손님들에겐 뭐라도 하나 더 얹어주거나 아니면 다른 안주를 서비스로 내주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기회조차 없을 정도로 손님이 뜸한 날이 대부분이어서 부부간의 대화는 늘 손님에 대한 얘기뿐이다.
“여보. 오늘도 손님이 뜸 하겠는데?”
“그러게. 날씨도 추운 데다가 재난 문자가 계속 날아오니 술 생각이 나겠어… 나라도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올 겨울에 최악의 한파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이렇게 정확하게 맞출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헤헤헤.”
“이젠 일기예보가 너무 정확해져서 재료 준비하는 것도 날씨예보를 보면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미리 준비해 두어도 날씨가 추우면 아무래도 손님이 덜 오니까…”
“에휴… 오늘도 손님이 뜸 할 것 같으니 적당한 시간이 되면 일찍 마무리하고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네.”
“그러세. 난방을 계속하니 전기세도 안 나오겠다. 그거라도 아끼려면 일찍 마무리하자고.”
주변의 자영업 사장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보니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면 우리 부부가 하는 얘기랑 비슷한 얘기들을 하는 것 같았다.
“옆집 사장님이 재료가 남아서 우리 먹으라고 가게에 두고 퇴근하셨어. 다들 걱정이네. 장사가 너무 안되니까… 휴…“
”그나마 술 파는 곳이 우리 가게뿐인데도 이런데… 업종이 겹치는 곳들은 더 심각하겠지. 빨리 나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살아야지. 어쩌겠어…“
온통 장사와 관련된 얘기만 하다가 마무리를 하고 일찍 들어가려는 찰나에 두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사장님… 영업하시죠?”
“그럼요. 들어오세요.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
속마음과는 다르게 손님을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가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사장님, 주문할게요.”
“네.”
손님은 앉자마자 생맥주와 한치를 주문하며 몇 시까지 하냐고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일찍 문 닫아야 한다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정규 영업시간 새벽 1시까지 문여니까 걱정 마시라 안심시켰다.
“다행이네요. 천천히… 많이 먹고 가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시간 넉넉하니까 천천히 드세요. 호호호.”
가끔 짧은 시간에 술과 안주를 흡입하듯이 먹고 가는 손님들이 있어서 은근히 매출을 기대하며 손님 응대를 끝냈지만 그 이후 더 이상 손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여보. 일찍 끝나는 게 날 뻔한 것 같았는데…헤헤헤.”
“더 이상 손님이 안 오네. 이런 날은 빨리 가는 게 나을 뻔했는데… 저기 손님도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네. 남자들이 얘기들이 많네. 아줌마들처럼. 호호호.”
“그러게. 맥주 2잔에 한치 하나 시키고는 계속 얘기만 하네. 천천히 많이 먹는다 하더니… 하하하.”
손님이 없으니 둘 만의 작은 소리로 손님들 험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잠깐만요.”
대부분 손님들은 우리를 부를 때 추가 메뉴를 부르지만 ‘잠깐만요’라는 얘기를 하는 경우는 은근히 걱정이 든다.
보통 뭔가 잘못된 상황이거나 메뉴에 문제가 생기거나 하는 경우여서 긴장을 하게 된다.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손님들 앉은자리로 갔더니 손님 중 한 사람이 의외의 주문사항을 얘기했다.
”사장님. 제가 땅콩을 못 먹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네. 말씀하세요. 과자를 좀 더 드릴까요?”
가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주문할 때 빼달라는 얘기를 하는데 사전에 아무런 얘기가 없는 경우여서 걱정이 되었다.
말끝을 흐리던 손님은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땅콩대신에 한치를 서비스로 주실 수는 없나요? “
나는 잘못들은 얘기라 생각되어 놀라며 되물었다.
”네? 한치요?”
“네. 저희가 많이 먹은 것 같은데… 서비스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난 웃으며 기분 나쁘지 않게 얘기를 했다.
”에이. 3만 원어치 드셨는데 한치를 서비스로 드리는 건 좀 어렵죠. 요즘 한치 가격이 장난 아닙니다. 하하하. “
”요즘 이 정도면 많이 먹는 것 아닌가요? “
”네? “
진심으로 하는 얘기인 것 같아서 별다른 토를 달고 싶지는 않았고 웃으며 한마디 하고 말았다.
”그 정도 드시고 서비스드리면 저희는 남는 게 없습니다. 미안해요. 헤헤헤. “
단호하게 거절을 했지만 기분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집사람에게 방금 있었던 얘기를 해주었더니 실소를 터트렸다.
“뭐래?”
“당신이 들어도 웃기지 않아? 난 저렇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경우는 처음 보네. 하하하.”
“찾아 준 손님이 고마워서 뭐라도 좀 주려했는데… 메인을 서비스로 당당히 요구하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나도 당황스럽네…호호호.”
“저 손님들 가면 우리도 마무리하고 들어가자. 상가에 다니는 사람이 없고 편의점에도 사람이 안 오나 봐.”
“알았어요. 슬슬 마무리 정리 하세요.”
“오케이.”
마지막 손님으로 온 황당한 서비스 요구 손님들이 자리를 떠나고 청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집사람이 하는 얘기에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여보, 우리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피곤하고 힘들어도 잘 참아요. 워낙 경기가 안 좋으니 손님들도 피곤하게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요. 호호호. “
“그런데… 여보… 설거지하다 보니까 남은 땅콩이 하나도 없던데… 누가 다 먹었을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