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an Left Behind --- Part 4

by 전선훈

세 사람에 대한 검찰의 참고인 조사가 모두 끝난 후 언론에서는 검찰이 곧 사장을 소환할 거라는 기사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소설처럼 쓰는 기사들도 있었고 검찰에서 그냥 불러주는 대로 일방통행식의 기사도 있었다.


먹잇감을 물어 늘고 늘어지듯 여기저기서 흥미 위주로만 기사를 내고 있어서 회사의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삼식아… 인도 연수생 준비는 잘하고 있냐?”


“하필이면 회사가 어수선할 때 오니 걱정이다. 다음 주에 입국한다고 오늘 인도 합작 법인에서 팩스가 들어왔더라고…”


“그러게 말이다… 연수생들이 들어와서 사고나 안치면 다행인데… 걱정이 많겠네…”


“씨바… 정 부장은 오든지 말든지 아예 관심도 없어. 그냥 나보고 다 알아서 하래…”


“골치 아프겠다… 지난번 정 부장이랑 한 얘기도 있고 하니까 입국하는 날 나랑 함께 공항으로 가서 마무리 잘하고 오자…”


“그래도 너라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니 다행이지… 아무도 관심이 없으니 오히려 속 편하고 좋아… 하하하.”


“오케이… 나중에 다시 보자…”


산업 연수생 관련된 일은 사장의 검찰 출두와 맞물려 있어서 회사에서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인도 합작 법인과의 계약이다 보니 연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삼식이와 내가 알아서 해야 할 판이었다.


하전무는 사장 소환이 임박해지자 검찰 내에 아는 인맥에 줄을 대어 출두 날짜를 조율하려고 하였지만 신문에서 하도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내어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이라 특혜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검찰은 아무런 호응을 하지 않았다.


좀 창피하기는 해도 휠체어 타고 마스크 쓰고 링거 꼽고 가야 할 상황으로 몰리게 되었다.


“사장님. 검찰에 출두할 때 기자들 피해서 들어가려고 시도를 했는데 검찰에서 거부를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휠체어를 타고 가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 듯합니다.”


“아니… 그런 것도 하나 해결 못하나?”


입원실에 누워 있던 사장은 하전무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떨군 하전무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언제 출두하라고 하던가?”


“오늘 오후 3시에 출두하라는 연락을 좀 전에 받았습니다.”


“어쩌다 내 신세가 이리되었는지 모르겠구먼… 곽상무와 신 차장이 검찰에 모든 걸 얘기했을 텐데… 하전무가 그 두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놨으면 이럴 일이 안 생겼을 거 아닌가…”


사장은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지 못한 하전무를 질책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하전무는 사장의 질책에 연신 머리를 숙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사장이라는 지위에 머리를 숙인 것이지 결코 사람에게 머리를 숙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다.


모든 것을 남의 탓만 하는 사장의 모습을 보면서 모시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 듯하였다.


같은 시간 검찰 주변…


많은 기자들은 하이에나처럼 눈을 번뜩이며 먹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회사에서 차출된 직원들 일부는 기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인간 방어선 역할을 하기 위해 기자들 주변에 모여 있었다.


혼잡스러운 상황에서도 도양상사의 화재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보험회사 직원들이 처벌을 원하는 피켓을 들고 언론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었다.


“온다…”


기자들 중 누군가 응급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며 큰소리로 소리치자 기자들은 벌떼처럼 몰려서 응급차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기자들과 검찰 관계자들은 환자 수송용 침대에 실려 내려오는 모습에 잠시 당황한 듯 보였다.


침대 주변엔 이미 회사 직원들로 인간 방패가 쳐져 있어서 기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었고 마스크를 쓰고 링거를 꽂은 채 눈을 감고 있는 사장의 모습은 마치 죽음을 앞둔 환자처럼 보였다.


“이번 화재 사건의 재조사가 청와대에서 내려온 지시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실제로 화재 사건을 진두지휘 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혐의는 인정하십니까?”


정문 입구에 포진하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세례가 이어졌지만 사장은 눈을 감은 채 침대에 누워 청사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한 기자들 사이에서 혀를 차는 듯한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야…대단하다… 침대에 실려서 오는 상상은 전혀 해보지를 못했는데… 휠체어보다 더 강력한 보호수단의 등장일세… 허허허.”


“앞으로 다른 기업인들이 검찰 올 때 새로운 트렌드가 되겠구먼… 하하하.”


기자들은 도양상사 사장의 새로운 출두 방식이 모든 재벌의 표준 모델이 될 것 같다며 씁쓸해하였다.


하지만 정문을 통과한 침대의 크기가 검색대보다 훨씬 넓어서 사장은 침대에서 내려서 검색대를 통과하여야 했다.


죽은 듯 눈을 감고 있던 사장이 침대에서 일어나 검색대를 통과하는 모습을 망원렌즈로 포착한 기자의 사진 한 장이 다음날 조간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자 재벌들의 특권의식에 대한 일반 국민의 원성이 커졌다.


더불어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았던 검찰도 같은 원성의 소리를 듣게 되자 도양상사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며 이 승진 부장은 검사 친구를 통해서 들은 얘기를 전했다.


회사 내에서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판결에 불리한 작용을 할 거라며 하전무의 출두 전략이 부족한 탓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 내용을 입에 담는 사람은 없었다.


그야말로 사도 경영이 시작되는 것을 감지한 듯 직원들 모두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고 사도라인으로 불리는 직원들만 기세 등등 해 하였다.


사장의 침대 출두 장면은 광화문 사거리 빌딩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전광판으로 생중계되고 있었고 사무실에서 지켜보는 직원들의 심정은 착잡 해졌다.


“휴… 어쩌다 회사가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 참 안타깝네. 이곳에서 정년을 마치기를 기대했었는데… 점점 더 어려울 것 같구먼.”


전광판을 함께 지켜보던 이 부장은 긴 한숨을 내쉬며 정년을 도양상사에서 바치기로 마음먹었던 신입사원 시절이 떠 올랐는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이 부장님은 이곳에서 충분히 계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뭘 보고 그렇게 얘기하는 건가?”


“한동안 사장님의 부재가 불가피하고 해외를 포함한 영업 전체를 관리하실 수 있는 분은 부장님 밖에 없잖아요.”


“후후… 그건 아주 순진한 생각이고… 사장의 부재를 예상하고 나를 넘어설 기회라고 판단한 까딱이 부장들이 하전무에게 줄을 대기 시작했고… 등만 보이면 칼 꼽으려 하는 게 우리 도양상사의 본모습이지…”


“다른 팀들은 그럴지 몰라도 영업은 끈끈한 의리가 살아있잖아요?”


“의리는 무슨… 옛날 얘기야… 다들 자기 혼자 살겠다고 다른 팀을 죽어라 하고 코너로 모는 놈들이지… 한 번도 자기들의 능력부족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지. 다른 부서의 탓으로 돌리는 능력이 아주 탁월한 팀이 되어버렸어. 나도 영업을 업으로 삼고 해 왔지만 다른 부서에 미안한 감정이 들 정도니까…”


“부장님이 그런 얘기를 하시니 좀 두렵긴 하네요.”


“어디 가서 내가 지금 한 얘기는 하지 말게… 하하하.”


“그럼요…그런 얘기를 어디 가서 할 수 있겠어요… 부장님이 얼마나 답답하시면 그렇겠어요.”


회사의 모든 직원들은 사장의 검찰 출두 장면에 적잖은 충격을 받아서인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기분도 꿀꿀하니 술이나 한잔 하자며 일찍 퇴근하는 직원들이 다수였다.


나도 그 행렬에 휩쓸려 입사 동기들과 한잔하러 사무실을 나섰다.


“야… 앞으로 우리 회사는 어떻게 되는 거냐?”


“뻔하지 뭐… 하사라인이 득세하는 사도 경영이 시작되겠지…”


“소문이 그렇게 돌더니… 당분간 하전무가 최고 권력자 행세를 하겠지 뭐…”


“우리 국내 영업은 이미 거래선 이탈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이미 발주한 오더만 끝나면 더 이상 오더를 안 하겠다고… 걱정이 많다…”


사장의 개인 일탈 행위 하나로 인해 회사 전체가 비틀거리고 있으니 직원들이 동요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뼈를 묻으려 했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려고 하는 것 같던데… 너희들은 계획 없냐?”


워낙 헤드헌터 회사에서 이직에 대한 요청이 계속 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동기들도 비슷한 상황인지 궁금해졌다.


“우리들 대부분 연락을 받았지… 이직을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요즘 아주 진지하게 하고 있어…”


“솔직히 도양상사를 계속 다니는 게 좀 쪽팔리지… 법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든 사장이 일부러 자기 공장에 불을 내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사람이 다치지 않아서 괜찮은 거라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그건 운이 좋아서 그런 거고… 암튼 내 주변 사람들은 도양상사에 가지고 있던 좋은 감정은 다 버렸다고 하더라고…”


동기들 대부분 사장의 행위에 대해 큰 실망을 하고 있었고 대부분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꽤 많은 양의 술을 마셔서 취해 보이는 삼식이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다들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였다.


“야… 사장이 부도덕한 거하고 니들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 우리는 처음부터 사장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었어… 그냥 우리는 도양상사에 다니고 있는 것뿐이라고…”


술이 좀 취했지만 우리가 하던 얘기를 계속 듣기만 하던 삼식이가 우리를 향해 일갈하였다.


“우리 뒤엔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어. 우리가 알아서 살아야 하고 우리가 알아서 먹고… 사장이 검찰에 잡혀갔다고 회사 다니는 게 쪽팔릴 이유는 없지. 월급 좀 더 받고 승급해서 다른 직장 가는 이유를 사장 핑계 대지 마라… 난 사장 때문에 회사 옮길 생각은 없어. 사장과 나는 살아가는 이유가 다르니까…”


오늘따라 삼식이의 얘기가 가슴에 팍팍 박힌다.


서로 살아가는 이유가 다르니까 비난을 할 필요도 없고 창피해야 할 필요도 없는 것이 우리가 속한 정글에서 살아가는 법칙일지도 모른다.


No man left behind…


정글 속으로 뛰어든 이후부터 우리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살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가 직접 만들며 살아가야 하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할 필요가 없는 곳이 바로 이 정글의 법칙인 것이다.


동기들과 함께 골목 식당을 나오면서 환하게 밝혀져 있는 전광판에 긴급속보라고 뜬 기사가 보였다.


검찰에 누워서 들어갔던 사장은 장시간의 조사에 지쳤는지 피곤해 보이는 몸으로 구치소로 향하는 버스로 걸어가는 장면이 보이면서 하단에 기사가 떴다.


“도양상사 사장… 법정구속…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


아… 이제 곧 그들의 세상이 시작되겠구나…


동기들 모두 장탄식을 하며 전광판을 한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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