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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여정 Jun 03. 2024

엄마 중환자실 입원 37일째..

2024년 4월 30일



엄마...

엄마를 만나고 왔어.


지난주보다 혈색이 더 안 좋아졌더라.

온몸이 퉁퉁 붓고 

얼굴은 핏기도 없이 검붉은 색으로 변해져 있더라.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을 줄 알았건만,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니

나는 다시 또 왈칵 눈물을 쏟아냈어. 


엄마를 보더라도 침착하자.

엄마를 보더라도 냉정하자.

엄마한테 가기 전, 나는 그런 다짐을 했어. 

정신없이 울다만 오는 시간이 아까웠거든.

 

하지만 막상 엄마를 보고 나면,

다시 이렇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울음이 쏟아져.

엄마를 대면하는 순간, 나는 무너져 내려. 

그래서 그 짧은 30분 동안을 나는 그저 울고 또 울기만 해.

마치 길을 잃고 엄마를 찾는 어린아이처럼.

두려움과 공포심에 가득 차 절실하게 엄마를 외쳐.


이 상황이 너무 무섭고.

엄마한테 너무 많이 미안하고.

엄마가 그저 너무 가여워서. 


나는 내 감정에 빠져 계속 울기만 했어.

그 감정에서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울고 또 울기만 했어.



유년 시절,

엄마는 내 우주였어.

엄마만이 내 세상의 전부였고

엄마만이 내 인생의 전부였어.


그런 엄마가

지금 내 눈앞에 있지만,

엄마는 벌써 수십일을 의식을 잃은 채 누워만 있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엄마의 몸은

바늘로 콕 찌르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아 보였어.


그런데 근육은 아예 없어져서 

설사 엄마가 깨어나더라도 숟가락조차 들 수 없을 것만 같더라. 


엄마의 몸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어.  



엄마의 손이 아직 이렇게나 따뜻한데.

엄마의 발도 아직 이렇게나 뜨거운데.


그래서 나는 엄마의 손과 발을 정신없이 주물렀어.


엄마의 얼굴을 만지고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의 귀에 가까이 대고 속삭였어.

.

.

.

엄마 사랑해.

엄마, 제발 이번에도 잘 이겨내 줘. 

엄마,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 줘.

나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엄마를 포기하지 않아.





아직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아직 해야 할 말이 더 남아 있는데,

의사가 다가와 말을 건네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났어. 



- 인공호흡기를 떼게 되면 자가호흡은 아마 어려울 겁니다.



만약,

심정지가 오면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동의서를

불과 지난주 목요일에 썼건만,,,

오늘 연명치료중단 동의를 물어보더라.



나는 도저히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어. 



분명 엄마의 뜬눈을 봤었고

눈물이 맺히고 흐르는 것도 봤는데

어째서 자꾸 엄마를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하는 건지.


나는 의사 말이 믿기지도 않았고 믿기 싫었어. 

차라리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믿기로 했어. 

그래서 나는,

의사로부터 도망쳐 버리고 말았어. 




방금 엄마를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노라 말했는데.

엄마한테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내가 어떻게 엄마를 놓을 수가 있겠어.

내가 어떻게 엄마를 보낼 수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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