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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장

by 콜리

조금 터프한 성격인 누나는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같은 반이어서 조심스러웠던 같은 학교의 누나와는 달리, 제가 애매한 결정과 확답을 못 내리는 상황일 때면 호탕하게 대변해주기도 했죠. 내향적 성격에 사춘기가 끝나는 시기에 타지 생활을 시작하면서 사람과의 대화가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필요 이상의 거리를 두며 예의를 차린다는 핑계로 주변으로부터 고립된 환경을 스스로 만들었죠. 오랜만에 만난 사람. 감정과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6개월 만에 제대로 된 대화를 통해서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위로와 대화, 쳇바퀴 속 햄스터처럼 반복된 일상만을 살아왔던 저에게는 또 다른 배움이었죠. 변화가 무서워서, 상처받을까 봐 무서워서 배척만 해오던 인간관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꼭 필요한 과정이고 더 성숙해질 수 있는 밑거름이라는 것을 알게 주었던 사람들. 진심을 내비치면 나를 내비치면 달아날까 봐 무서웠던, 갓 성인이 된 사회 초년생이었던 저에게는 만남과 대화 자체로 큰 성장을 하게 해 주었어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모든 시간들을 경험하게 해 준 인생 선배들에게 감사한 마음은 더 커져갔습니다.


같은 문화, 비슷한 환경 속에 자라서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공감할 수 있는 여러 추억거리들이 있어서 다름에 적응의 연속이었던 저의 일상에서 단비 같은 존재들이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진로의 고민, 다양한 경험들로 가득 차 있던 저의 시간. 그 속에서 미처 돌보지 못한 저의 일상을 조금 더 부드럽게 덜 힘들게 해 주었던 사람들.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때론 가족보다 끈끈하고, 때론 적당한 거리감으로 가족보다 편하게 고민 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저만의 탑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장학금 면접에서 합격 후 부모님과의 관계가 호전되고, 다시 경제 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 심리적으로도 점점 안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던 상태라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은 저의 태도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사람 보는 눈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긴다는 어른들의 말은 아직도 공감을 못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의 시야가 넓어진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죠.


프랑스; 보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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