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장
봄 방학이 끝날 무렵 3월이 되어서도 아르바이트 자리 찾기도 힘들어지고, 변화 없는 일상에 익숙해지자 무언가를 도전하려는 동기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정규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바쁘게 보내다 보니 어느새, 눈이 녹고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장학금으로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되기도 했고, 앞으로의 진학 계획에서 2년이라는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일본 문화에 대해 경험하고 즐겨보기로 했죠.
2년 차 유학 생활이었지만 아직 주변에 있는 상권이나 편의 시설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동네부터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칸다 옆에 이와모토쵸라는 지역에서 살고 있었던 저는 우체국, 채소나 과일이 저렴한 슈퍼, 반찬이나 도시락을 판매 가게를 시작으로 범위를 넓혀갔죠. 그동안 학교와 아르바이트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여유가 없었던 저는 천천히 동네를 산책하며 다시 처음 도쿄에 왔을 때처럼 일본에 대한 설렘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큰 자극이 없더라도 모르고 지나쳐갔던, 익숙해진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보람과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작은 것 하나하나 즐기면서 새 학기를 맞이했지만 기숙사 관리인으로부터 기숙사 건물 이전으로 1달 안에 이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사 초기 비용도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집을 구해본 적이 없는 저에게는 해결해야 할 너무 큰 산이었죠. 더군다나 타국에서 말이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새로운 집을 찾아보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결국 저는 원래 지내고 있던 기숙사와 그리 멀지 않은 다른 회사가 관리하고 있는 기숙사로 옮기기로 했죠. 운이 좋게 2인실 가격에 1인실에 머물렀던 저는 계속 혼자 지내다 보니 준비 없이 다른 사람과 같이 지내기 힘들 것 같아서 다시 1인실로 부탁했습니다. 원래 살던 기숙사 방 크기보다는 조금 작았으나 로프트 침대에 공간 활용을 잘할 수 있는 구조의 방으로 배정되었죠.
집 문제가 해결되어 다행이다라고 생각될 즈음에, 이사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남았다는 것이 다시 생각에 잠겼죠. 짐이 많지는 않았지만, 조그마한 경차가 필요할 정도의 짐이었요. 차를 빌려서 이동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고, 부탁을 드릴 지인도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가지고 있던 자전거와 제 다리를 믿고 무작정 짐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