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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장

by 콜리

혼자서 이사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막막했어요. 일단 짐을 포장해서 옮겨야 하니 주변 박스들을 모아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자전거의 바구니가 작아서 많은 짐을 싣지 못해서 나눠서 가져가야만 했죠. 비만 내리지 않길 바라면서 짐을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사계절이 지난 시점. 어느새 짐이 늘어났다는 것을 이사를 하면서 느꼈습니다. 사계절의 옷과 일 년 넘게 학교를 다니며 늘어난 책들, 그리고 생필품을 아끼려 모아놓은 일회용 식기와 티슈 등의 잡동사니.


도보로 15분 정도의 거리여서 2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지만 처음 하는 이사라 요령도 없었고, 짐을 포장하는 것보다 다시 정리하는 것이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죠. 오전에 시작한 이사는 저녁이 되어서야 끝났고, 건물을 관리하는 형이 고생했다며 저녁을 초대했죠. 오랜만에 먹는 짜장면과 탕수육이었어요. 1년이 넘어가면서 점점 한국의 음식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죠. 그래도 도쿄 도심이라서 대부분의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한국식 중화요리는 찾기 어려워서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죠.


1년 사이에 장학금, 이사, 진로 결정, 등의 많은 결정을 내린 저는 나름 일본 유학생활에서 잘 적응하고 있었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것들이 몸에 차곡차곡 쌓여 갔습니다. 유학 후배가 생기고, 또다시 선배들이 늘어나고. 얼굴의 젖살도 빠지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는 느낌이었죠. 아직 갈길이 멀고 처음 도쿄 유학 생활을 시작할 때와 다르지만, 일상에서 보람을 느끼고 인간관계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제대로 그 들 속에 녹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사 문제를 해결하고, 하고 있던 단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새 학기의 한 달은 학교에 집중하기로 했죠. 도쿄에서는 눈을 보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지만 첫겨울부터 50여 년 만에 내린 폭설을 겪은 후, 한파가 언제 왔냐는 듯 꽃이 만개하던 3월 말 즈음에 다시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 뽀블레노 호텔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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