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장
장학금을 타기 시작한 해. 경제적 부담은 덜어졌지만 다른 변수도 대비하기 위해서 돈이 더 필요했죠. 다행히 반이 바뀌지 않아서 적응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고, 정체되었다고 생각되었던 일본어 실력은 방학 기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회화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온 덕분에 위화감 없는 2학년 새 학기를 맞이했습니다.
모든 게 처음인 타국에서 혼자서 헤쳐나가 본 경험도 없던 터라 사소한 일 하나조차 버거웠지만,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조금은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일, 부딪쳐야 할 일이 산더미이지만 도쿄에서 처음 맞이한 봄과 조금은 달라진 마음으로 두 번째 봄을 맞이했어요.
경제적 문제와 이사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취미 생활에 조금씩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맺는 관계, 그리고 눈에 띄게 향상된 일본어 실력이 무언가를 새롭게 하고 싶다는 의욕의 뒷받침이 되었죠. 하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아직은 대학 입시 일본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입시 과목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조금은 여가 시간에 투자하고 싶었던 마음은 접어두고, 현실적으로 마냥 일본 생활을 즐길 수 없던 저는 다시 스스로 필요 이상의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하루 무거운 계획으로 채워가기 시작했어요.
매월 들어오는 장학금 4만 8천 엔과 방학 동안 모아둔 20만 엔으로 당분간 입시 준비에 집중하려 했지만 앞으로의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저는 학업, 경제 활동 어느 쪽도 집중하지 못하고 실망스러운 유학생활 2년 차 전반기를 보내게 됩니다. 지난 1년이 일본어 실력이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시기 었고 장학금 면접 합격 덕분에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던 결과를 얻었지만 유학생활 2년 차, 인생에서 처음으로 번아웃이 온 것도 모른 채 정신없는 일상을 보냈어요.
그래도 학교는 무단결석 없이 성실하게만 다니자라는 다짐을 하고 흐트러진 정신을 바로 잡아 수업을 임했습니다. 반이 새로 바뀌면서 한국에서 온 형과 누나의 조언 덕분에 스스로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자칫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던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조금이나마 제대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