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페이지 15

열다섯 장

by 콜리

1년 넘게 가르쳐주시면서 저에 대한 파악이 빨라진 어학원의 절차 덕분에 전문학교 입시 서류 준비는 여름이 채 끝나가기도 전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전문학교 진학의 문제도 해결되었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계절 가을. 진로 문제가 해결되고 보니 장기간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할 학비가 장학금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다시 일을 시작했죠.

이사, 진로 문제, 대학 전공 결정의 고민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다 보니 어느새 푸른 잎이 붉은빛으로 물드는 완전한 가을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생활에 적응하면서 유학 생활에 대한 첫 설렘은 거의 사라졌고 타지라는 느낌조차 점점 사라져 갔죠.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면서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뚜렷한 계획 없이 시작한 도쿄 생활이 수많은 가지처럼 계획이 계속 생기고 또 수정하면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빈틈을 차곡차곡 쌓아가니 새로운 목표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학교 2학년 마지막 학기. 어학교 졸업이 얼마 안 남은 시기. 도쿄에서 유학생활을 한지 벌써 만으로 2년이 다 되어가고, 일본어는 눈에 띄게 늘어 일상생활에서 전혀 지장이 없는 정도였습니다. JLPT N1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졸업반이기도 했고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계속 미뤄왔죠. 그리고 학교에서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우에노역 앞, 한인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교통비가 비싼 일본은 한 정거장만 다녀도 부담이기에 지하철역 두 정거장을 걸어 다니며 출퇴근했습니다. 들어온 지 4달 만에 점장님이 그만두시고, 5달 만에 사장님이 그만두시면서 일본어 가능한 직원이 없었기에 서비스직 경력이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은, 22살이었던 제가 점장직을 달게 되었죠. 갑작스러운 부담감과 책임감이 몰려오면서 몸무게가 한 달 만에 6킬로가 빠졌습니다.


paris; 7th Arr.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두 번째 페이지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