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장
진로 방향도 어느 정도 정해지고 필요한 서류도 준비가 된 후에 아르바이트에서 점장직을 맡게 되어서 다행이었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넘고 나서 보니 어느새 일에 적응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조그마한 가게이지만 할 일이 태산이었죠. 얼떨결에 점장 직급을 달았지만 나름 무거운 책임감으로 손님들을 응대하며 아르바이트를 관리하면서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처음으로 맡은 직급자의 업무로 긴장도 되었지만 규모가 작은 가게이다 보니 그래도 어렵지 않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가게 운영이나 손님 응대는 일의 연장선이라 어렵지 않았지만, 발주 관련 문제나 정산,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큰 난관에 부딪혔죠.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저는 이미 그만 두신 점장님께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가게 운영을 해본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어요.
아르바이트에서 갑작스러운 변화와 전문학교 진학 서류 준비로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니 2013년의 가을. 어학교에서 3번째 방학이 끝나고 마지막 학기 시험을 남기고 있었죠. 학원 형태라고는 하나 전문학교나 대학교, 회사에도 반영될 수도 있는 중요한 시험이지만 졸업반의 마지막 시험은 형식상 학기 점수를 채우기 위함이었죠.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나니 정든 이 학교를 떠난다는 것이 실감되기도 하고 시원섭섭했습니다.
일본 생활에 정착의 시작이자 일본어뿐만 아니라 일본 문화를 가르쳐준 학교.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그 시작을 함께한 이 학교를 많이 추억할 것이라고 마음 깊이 잠가두었습니다. 일본을 이해하고 일본 사회에 녹아들 수 있게 가르쳐준 학교가 너무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