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장
어학교의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동네를 하얗게 덮은 겨울이 왔습니다. 일본에서 맞는 두 번째 겨울. 작년에는 한국에서 새해를 맞이했지만 전문학교 준비와 점장직이라는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일본에서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어요. 2년 동안 타지 생활하면서 생일도 명절도 혼자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졌지만 새해는 처음 맞이하니 새로웠습니다. 그래도 일본에 남아있는 형, 누나들 덕분에 외롭지 않은 연말이었죠.
해마다 한 번은 한국으로 돌아가 그리운 친구와 가족을 만나기로 했었지만 바쁜 일상과 일본에 남아서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았기에 한국으로의 일시 귀국은 미뤄뒀어요. 그리고 도쿄에서는 보기 어렵다던 눈을 보며 많은 생각이 잠겼죠. 일본 생활을 시작하고 어느덧 3년 차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저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고된 일만 가득했던 지난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양분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겪고 있었을 당시에는 빨리 벗어나고 싶고 누군가 해결해 주길 바라기만 했던 제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나의 일은 내가 해결하려는 태도로 바뀌는 저의 모습이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어 실력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어른으로서 조금 더 성숙해진 저를 돌아보면서 일본에서 두 번째 해를 넘어가고 있었죠.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세상에서, 일본에서 맞는 첫 새해. 아직 헤쳐나가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여러 험난한 산을 넘어온 덕분인지 어떻게든 넘어갈 자신이 생겼습니다. 2013년을 보내고 새로운 2014년을 맞이하며 도쿄에 다시 몇 십 년 만에 내린 폭설로 하얗게 덮인 동네를 바라보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