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페이지 1

한 장

by 콜리

무릎까지 쌓인 눈을 밟으며 매일 같은 길을 걸었던 학교로 향하는 길,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 때와 같은 날이었지만 세상을 매운 흰 눈은, 깊은 생각 잠기게 만들었습니다. 일본 유학생활도 벌써 두 해가 넘어가고 곧 3년 차로 접어드는 냉랭한 겨울. 마냥 행복했던 도쿄의 풍경은 일상에 지쳐서 타지 생활의 외국인인 저에게 더 이상 설렘을 주지 못했죠. 일본에서 시작의 모든 것이었던 어학교의 졸업을 2달 남겨두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을 보며 지난 2년 동안의 저를 돌아봤습니다.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며 오늘 좀 더 열심히 살자는 마음으로 지내다 보니 2년이 금방 지났고, 그저 한국에서 입시가 힘들어 도피성으로 시작했던 타지 생활이, 어느새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그 과정에서의 힘듦도 이겨낼 수 있게 된 제가 대견하기도 했죠. 이제 막 어른이 된 20살이 아등바등 열심히 살려는 모습이 마음이 쓰였는지 저의 본모습을 본 주변의 인생 선배들도 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챙겨주셨어요.


시원섭섭한 마음 안고 이제는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된 어학교 사람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여러 방면으로 알려주고 챙겨주셨던 한국인 상담 선생님, 통제되지 않은 여러 나라 사람들을 가르치며 마지막까지 이끌어준 나의 일본어 능력을 비약적으로 올려주신 첫 담임 선생님, 그리고 다른 반 선생님이었지만 나의 장점을 제일 먼저 발견해 주시고 장학금 면접에 도움을 주셨던 주임 선생님. 감사한 마음 가득 안고 학교를 졸업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학업을 마치고 또 다른 학교 입학 준비로 바쁘게 보내는 동안 다행히 그만두셨던 점장님이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랴 다시 입시 계획으로 정신없을 학기 초기가 걱정되는 와중, 부담을 줄일 수 있었죠.


paris; Jardin du Luxembo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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