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
어학교 졸업, 그리고 전문학교 입학으로 바쁜 일상이 다시 시작되면서 스스로 동기 부여가 다시 생기기도 했지만 익숙했던 일상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면서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죠. 앞으로의 2년 동안 입시 준비를 하면서 무엇을 전공하고 싶은지 고민했어요. 막연하게 캠퍼스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학을 가고 싶은 생각이기도 했던 적이 있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것도 생기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외과 의사가 되고 싶어 알아본 의학. 꿈만 가지고 도전하기에는 너무 높은 벽이었습니다. 전문성을 띤 직업 중에서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고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책임감과 부담이 요구되는 전문 지식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죠. 지난해 말부터 약 6개월 간 전문학교 진학 전에 혼자서 나름 의학 서적을 보면서 준비해 봤지만 커다란 벽을 느끼고 의대는 포기했습니다. 하나를 겨우 포기했건만 도전하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머리가 더 복잡해졌습니다.
전문학교 입학과 동시에 기숙사 계약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통보와 함께 2개월 안에 이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기면서 핑크 빛으로 물들던 공원, 새 학기에 대한 설렘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금방 현실에 충실해야 했죠. 일본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봄은, 저에게는 시작의 계절, 설렘의 계절이기보다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는 계절로 기억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여유를 지키고 싶었지만 냉정한 사회는 저를 가만두지 않았어요. 새로운 학교에 적응도 하기 전에 생기는 이사 문제, 전공에 맞는 입시 준비, 비자 갱신, 생활고. 혼자서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타지 생활에 다시 한번 버거워지는 시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