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페이지 4

네 장

by 콜리

어느새 두 번째 이사 준비. 전 상황과는 조금 다르게 이번에는 기숙사 건물 자체가 재건축 공사로 기존 회사에서 더 이상 도와줄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어학교를 통해서 관리하고 있던 회사이기에 졸업생에게는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었죠. 정신없이 한 달을 보내고, 중간고사가 다가왔지만 이사 준비로 스트레스가 쌓여갔습니다.


같이 일하던 점장님이 다시 그만두셔서 학교를 마치고도 아르바이트로 시간이 없었고, 집을 찾아보러 다니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죠. 금전적 여유, 시간적 여유가 일상에 사라지니 소소한 행복도 함께 무뎌지면서 웃음이 없어졌습니다. 부동산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쉴 수 있는 틈마저 빼곡히 일정으로 채워졌어요.


전문학교에서 첫 중간고사인 만큼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싶었지만 집을 구하지 않으면 당장 길바닥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기에 학업은 잠시 미루고 바쁘게 집을 보러 다녔죠. 그렇게 월세와 지리적 조건에 맞는 방을 찾아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전세라는 개념은 없고 월세와 매매만 있었어요. 월세는 특이하게 보증금으로 월세 한 달 치와 월세, 그리고 주인에게 살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한 달 치 월세를 드리는 ‘礼金(레이킨)‘이라는 금액이 있었습니다.


수 중에 있던 돈 20만 엔(약 200만 원)에 맞추느라 빠듯하게 찾아보았죠. 주변에 도움을 청할 생각도 여유도 없었고 무의미하게 체력만 갉아먹으며 집으로 찾아다니다가 일하던 근처인 우에노역 주변에 있던 부동산을 찾았죠.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장님이라 조금은 편했습니다. 경계심을 풀어버리고 조심해야 할 부분은 잊어버린 채 덥석 계약을 하기로 합니다.


paris; Pont Au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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