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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바다
불의 바다 전문
by
선휘 BooKson
Jun 6. 2025
불의 바다
강은 거기서만 타올라
사람들은 강이 끓어 불이 솟는다고 하는데 거기만 벽이 없고
다른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어
강은 달콤한 생선과 식수를 주지만 거기서만 사람을 쫓아내
나는 강을 의심하지 않아
불의 바다는 키가 십 미터나 되고 일 년 내내 타올라
배로 가면 불타 죽고 잠수하면 삶은 고기가 돼
추장과 그의 친척들은 불의 바다에 더 많은 제물을 바쳐야
불의 바다가 점점 커지는 걸 막을 수 있데
불의 바다를 홀로 지켜봐
얼마나 뜨거우면 물에서 불이 날까
엄마는 자꾸 삼촌 얘기를 하며 울어
나는 털 뽑은 생닭을 줄에 매달아
힘껏 불의 바다에 던진 후 좀 있다 줄을 당겨 보았어
닭은 차가워
나는 누구보다 깊이 잠수해서 멀리 갈 수 있어
배에서 물로 뛰어들어 불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
뜨거운 열기가 훅 끼쳐와 잠수를 시작해
불의 바다 밑으로 내려간 후 서둘러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저기 뭔가 누워있는 게 보여
불의 바다 앞에 배를 남겨두고 사라진 삼촌이야
삼촌을 굽어보고 있던 나의 죽음이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추었어
나는 급하게 손발을 휘저어 금새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어
나의 죽음은 벌써 내 발목을 잡았지만 나는 절대로 돌아보지 않아
맹렬히 손발을 휘저을 뿐이야
숨은 막바지에 이르고 터질 듯한 숨을 억눌러
날숨이 터지는 순간 죽는거야
죽음이 날 노려보고 있어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머리 위를 봐
어쩔 수 없어 미친 듯이 수면으로 솟아오른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가까이 보이는 뭍으로
기어올라 쉬다가 높이 솟은 바위로 올랐어
불의 바다를 내려다보는 순간 깜짝 놀랐어
불의 바다는 폭이 겨우 이십 미터 정도였어
그렇게 짧은 거리를...
나는 직육면체로 버티고 선 불덩이를 노려봤어
너는 친구들을 새로 사귀고,
물 위에서 불이 나는 끈끈이를 사람들이 사고파는 걸 본다
추장의 친척들이 끈끈이를 사고 있다
너는 친구들과 편전을 들고
그들이 다니는 숲길에 드리운 그림자와 몸을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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