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님이 오신 날

- 오늘 한강은 29

by 명재신

그님이 오신 날

- 오늘 한강은 29


실바람 남실바람 산들바람 타고

겁없이 무작정 세상으로 뛰어 내려갔다가

타는 오름 주체할 길 없어 강을 따라 오르는 길


화려했던 간밤의 불꽂처럼 타오르고 싶었던지

숨겨왔던 내공이 터져 나오고 싶었던지

이 가슴 속 때늦은 정염의 소산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건들바람 뒷바람으로 등을 밀어주는데

세상살이 가벼웁게 가자고 단풍 드는 날


오늘 한번 죽자사자 내질러 봐?

살다보면 쫌은 오버페이스 해도 되는 날

숨통이 트이는 날 오늘이 그 날,


기다려라 내가 간다

오늘은 그님이 오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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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다시 마라톤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한강에 나가보면 참 많은 마라토너들이 뛰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건강하고 건장한 모습들에 절로 박수가 나옵니다.


저도 마라톤을 오랫동안 해 왔기에 주말 아침이면 아내와 함께 한강으로 나갑니다. 훈련량이 많지 않기에 대시는 잘 하지 않고 함께 동반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시종일관 동일한 페이스로 함께 '런조이'를 하는 편입니다.


'초장 끗발 개끗발'이라는 마라토너들이 즐겨 하는 말이 있습니다. 초반에 몸이 풀려서 오늘은 기록 갱신이 되겠다 싶어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면 마지막 10킬로에서 애를 먹는다는 말입니다.


한강을 내려갈 때 맞바람이었다가 다시 턴해서 오를 때 다시 맞바람이 불면 더 애를 먹습니다. 오히려 초반 10킬로가 좀 힘이 들어서 애를 먹다가 후반 10킬로에서 남은 여력으로 완주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어쩐 날은 “이거 좀 되겠다” 하는 날이 있습니다.


한강을 내려갔다가 오를 때 등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이 있을 때, 그럴 때 그런 유혹을 받습니다. 몸의 컨디션이 좋은 상태와 러닝 조건이 좋을 때, 그리고 월간 누적 훈련량이 받쳐 주었을 때 종종 '그님이 오셨다'는 말을 합니다.


저도 올해 초에 한 번 회사 마라톤 동호회에서 '그님이 오셔서' 모처럼 기록 갱신을 한 적이 있습니다.


뭔가 잘 될 때입니다. 뭔가 잘 되겠다 싶을 때입니다.


모든 분들에게 오늘이 그날이길 바라 봅니다.


화,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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