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라면

-오늘 한강은 30

by 명재신

한강라면

- 오늘 한강은 30


주말 아침 다섯시 삼십분이 되면 나는 해드랜턴 켜 런닝 배낭을 메고 안양천의 어둠을 따라 오르지


광명햇살공원 즈음에서야 미명이 일고 어둠이 길을 열지 나는 까치 울음을 물고 그제야 터언을 해


뛰는 건지 걷는 건지 모를 스피드 청둥오리 걸음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하지 그래야 사방의 사물이 눈을 떠


다시 돌아서 내리는 길 아직도 숨을 틔우지 못하여 잉어 치어들 안양천을 따라 내리듯 느릿하게 하류로 내리지


그 물길을 따라 내렸을 뭇 생명들 어디에서 몸집을 키워갈지 궁금해질 때 즈음이면 헤드랜턴의 광도가 제 빛을 잃어가지 내 홀로 앞가림이 되지


한강합수부에 이르러 비둘기 떼 함께 흥청망청 하다가 다시 길을 잡아 다시 닻을 올리고 돛을 올리지 거슬러 올라가는 거지


맞바람에도 오르는 물찬 제비가 되지 기다리고 숨이 트이는 시간을 기다리면 온몸이 함께 방방 뜨지


맞바람에도 거침이 없지 삼십년 배테랑의 뱃사공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랫가락을 그제야 날링며 가마우지 날개짓으로 수면을 박차고 오르지


어기여차 어영차 그 옛날 한강을 거슬러 오르는 뱃사공의 구령소리 울려 퍼지지


그 어디선가 들리는 풍물소리 가찹게 다가오지 모든 아드레날린이 분사되고 흥분의 시간이 찾아들지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는


이 시간을 위해 숨을 주려 참으며 숨을 아끼며 어둠과 미명과 여명의 길들을 지나왔거든 이제는 무한 가속을 하는 시간이야 다시 공복의 아침이 느껴지면 거기 여의도 한강


나루역이 보이지 허기가 허리를 잡지 발목을 잡으면 그제야 나는 주말 의식을 마치지 여의도 육삼빌딩 앞 편의점에 들러 라면 한 봉지 계란 하나로 아침 만찬을 준비하지


이름하여 한강라면 내 주말 아침의 이벤트를 풍성하게 마무리 해 주지 함께 동반주라도 할라치면 서울 막걸리 한 병도 불사하지 한강 바람이 그제야 미풍으로 바뀌는 거지


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제야 훈풍이 부는 거야 꽉찬 하루를 시작하는 거지.


화,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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