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유지와 사회적 생존의 통합 기능
"사람의 목소리에는 생명의 지문이 찍혀 있다. 이 지문은 떨림의 방식으로 몸에서 몸으로 직접 건너오는데,
이 건너옴을 관능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내가 너의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너를 경험하는 것이다." (김훈/라면을 끓이며)
입은 양면의 기능이 있다
입에는 생명의 그물망, 사회적 그물망의 역사가 담겨 있다.
입은 생물학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기능까지 내포하고 있다.
입은 음식물을 받아들여 생명을 존속시키는 생물학적 기관이다.
또한 말을 할 수 있는 음성 기관이 있어 소통할 수 있는 사회적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입을 맞추다'라는 표현을 보자.
입을 맞추는 것은 키스하다는 생물학적 본능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서로 말을 맞추다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
입은 들어가는 입구이자, 나가는 출구이다.
입은 몸밖의 음식물을 몸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최초 통로이자 타인에게 내 머릿속 생각을 전달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내 머릿속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은 입을 통해서이다. 말을 통해서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알릴 수 있는 것이다.
자연적 존재라는 측면에서 보면 외부의 물질이 몸으로 들어가는 입구(入口)이다.
생명활동을 위해 음식이 인체로 들어가는 최초의 입구이다.
사회적 존재라는 측면에서는 소통을 위한 말이 나가는 출구(出口)로 기능한다.
發話작용은 몸속에서부터 만들어지나 말의 꼴을 갖춰 몸에서 나가는 최종 출구이다.
입은 이 자연적 생존 및 사회적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
입은 나와 외부와의 교류에 필수적이다.
음식물이 내 몸에 들어가게 함으로써 생존이 가능하게 하며,
타인에게 나의 생각을 전할 수 있어서 사회적 존재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목소리는 떨림이다
목소리의 근원은 성대의 떨림이며, 코와 입을 통해 목소리가 된다.
성대가 마음대로 발성되는 것은 뇌에서 나와 있는 반회 신경에 의해 조절되는 후두근의 작용 때문이다.
한 단어를 말하는데 650개의 근육 중 72개가 움직여야 한다.
말을 하기 위해서 입을 움직여야 한다.
입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방법이 있다.
복화술[ventriloquism , 腹話術 ]이라고 한다.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말하기 때문에 마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형극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사람 혼자 인형을 안고 자기 입을 움직이지 않고 자기의 가성(假聲)을 사용해서 목소리가 나게 한다. 마치 인형이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몽골 음악에서도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부르는 방법이 있다. ‘후미(Khoomii, 呼麥, ‘흐미’, ‘후메이’라고도 함)’라는 몽골족의 가창 예술이다. 음이 낮게 깔리지만 몽골 초원에서는 멀리 퍼져간다.
입은 들어감이다
태초의 인간도 입속으로 무엇인가를 들어가게 해야 했다. 음식물이다. 생존을 위한 필수이다.
현생 인류 탄생 후 500만 년이 지난 지금도 입 속으로 음식물이 들어가게 해야 한다. 태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송곳니는 식육용 치아라고 하며, 음식을 찢는 칼의 역할을 한다.
앞니는 가위 야채, 과일용 치아라 불리며, 음식을 가위처럼 깨물어 자른다.
작은 어금니는 절구와 공이 물어 끊어서 음식을 부수거나 찧는다. 그 때문에 요철이 있으며, 위아래 치아가 서로 맞물리면서 곡물 등의 음식을 씹는다.
큰 어금니는 맷돌 작은 어금니와 같은 작용을 하지만, 임식을 더 잘게 갈아 부수어 충분히 씹는 맷돌 같은 작용을 하며, 가장 힘을 많이 쓰는 치아이다.
입은 생존을 위한 교감이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섭취했던 음식물엔 생명들이 담겨 있다. 바닷속 물고기, 육지의 가축들 그리고 논과 밭에서 자란 야채와 곡식들. 그들 하나하나가 입속을 통과한 것이다.
나의 몸의 존속을 위해 어디에선가 자라던 생명체가 입을 통해 내 몸속으로 들어간다.
그들과 나의 감미로운 터치, 혀의 맛봉오리(미뢰세포)는 하나하나 느꼈다.
부드럽거나 거칠었거나 감미로웠거나 쓰디썼던 그들의 자취를 기억 세포 깊이 남기면서 들어갔다.
혀에 달달한 단 맛.
혀가 간장 친숙한 이 맛은 인체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쉽게 찾도록 한다.
꿀 맛으로 표현되는 이 맛은 생존의 1순위인 에너지원을 찾게 해주는 것이다.
이 맛을 느끼는 미뢰세포(맛봉오리)는 혀끝에 많이 분포해있다.
반면 혀가 싫어하는 쓴 맛.
당장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이 맛은 몸에 해로운 물질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이 맛을 느끼는 미뢰세포는 혀의 가장 안쪽 즉 목구멍에 가까운 부위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병을 치료하는 한약은 대부분 쓴 맛이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을 치료하는 데는 좋다(良藥苦口 利於病).
짠 맛.
몸에 꼭 필요한 전해질로 나트륨이 있다. 소금을 구성하는 물질인데 몸에 꼭 필요하다. 봉급쟁이를 뜻하는 샐러리맨(salaryman)의 salary의 어원이 소금(salt)에서 나온 만큼 생활에서 중요한 물질인 것이다.
혀는 어떻게 그들을 느꼈을까?
인간이 맛을 느끼게 된 것은 특정한 물질을 찾거나 피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인 것이다.
입은 떨림을 전달한다
입 밖으로 나가는 것은 CO2가 가득 찬 날숨도 있지만 말도 있다. 의미를 담은 음파이다.
소리는 내 몸의 떨림이다. 성대의 떨림이 공기의 떨림을 통해 상대방 고막의 떨림을 거쳐 뇌 청각영역의 떨림을 가져온다.
나의 떨림이 상대방 떨림을 야기시켜 나의 생각이 전달되는 것이다.
유려한 음악이 신명의 떨림을 가져오듯이 공감 있는 말은 상대방 마음의 떨림을 가져온다.
떨림의 범위와 폭은 진리와 진정성이 담길 때 커진다.
날숨은 1M를 넘지 못하지만 가장의 말은 가족에게 영향을 미친다. 一國의 대통령의 말은 국토 내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모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따른다.
성현의 말은 2000년이라는 시간도 넘고 역사적으로, 국가의 국민을 넘어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SNS, 화상통화를 통해 지구 반대편뿐만 아니라 우주선과도 교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주로 언어를 통한 언어적 소통도 있지만 비언어적 방식도 있다.
몸짓 언어(바디 랭귀지 body language) 또한 있다. 눈짓, 몸짓, 표정이다.
불립문자(不立文字).
진리를 말과 글이 아닌 마음으로 전한다. 불교에서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진리를 전하는 수단을 뜻한다.
염화시중(拈華示衆). "꽃을 따서 무리에게 보인다"란 뜻이다.
말이나 글에 의하지 않고 이심전심으로 마음을 전한다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말과 글로 나타내기 힘든 의미를 비언어적 수단을 통해 전하기도 한다.
입은 소통이다
내 마음속의 생각이 어떻게 상대방에 전달되는가?
바로 말이다. 말은 입을 통해 전달된다.
예수의 '사랑' '구원'의 메시지나 부처의 '자비' 사상도 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그 중요한 통로가 바로 '입'이다.
들이 마신 숨은 몸안에 산소를 공급해준다. 날숨은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는 기능 외에 후두를 떨게 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한다. 이 목소리를 통해 타인과 의견을 주고받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입 밖으로 나온 말 한마디,
어머니의 따스한 한 마디는 평생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게 한다.
누군가 나를 비난하는 한 마디는 마음에 생채기를 나게 한다.
예리한 칼은 몸을 상하게 하지만, 예리한 말은 마음을 다치게 한다.
입으로 덕을 쌓기도 하지만 구업口業을 짓기도 하는 것이다.
입은 마음이 드러나는 창구이다
입은 마음의 집중, 몸의 집중을 드러낸다.
결의에 찬 마음을 드러내거나 굳건한 의지를 가질 때, 입술을 오므린다.
왜 그럴까?
입술을 둘러싼 근육의 수축은 그와 연관된 다른 근육들을 수축시키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입 주변의 국소적인 근수축이 신체 전반의 긴장을 통해 정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역도 선수가 무거운 역기를 들 때, 무술가나 복서가 주먹을 내지를 때를 보자.
입술을 오므린다.
이와 반대로, 입을 벌리거나 입술 근육에 힘을 뺀다면 어떻게 될까?
몸도 풀어지고 마음도 느슨해진다.
입술 주변이 이완되면 얼굴 부위이 이완된다. 숙련가는 이완이 점차 가슴을 비롯해서 전신으로 확산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긴장된 마음이 풀어지는 것까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입을 힘없이 벌리고 있다 보면 적당한 이완을 넘어서서 늘어져 버린다.
화장실에 가서 큰 것을 누고자 할 때, 입을 벌려 보자.
평소와 달리 변이 잘 안 나올 수 있다.
왜 그럴까?
입을 벌리면 아랫배에 힘을 주기가 힘들게 된다. 항문부위로 변을 밀어내는 압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입은 몸의 국소적인 부위가 몸과 마음 전체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입은 무거워야 한다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아야 하지만, 나가는 것도 좋아야 한다.
입 속으로 몸에 좋은 음식이 들어가야 한다. 입 밖으로 나가는 말도 좋아야 한다.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기 한 몸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나가는 말은 다수에게 영향을 끼친다.
말은 남을 다치게도 하지만 자신을 다치게도 한다.
말을 조심하라는 속담이나 경구가 한국이든 외국이든
차고 넘치는 이유다.
말에도 무게감이 있다.
전쟁터에서 지휘관의 돌격 앞으로는 수많은 군인의 생명이 달려있다.
고려 시대 서희는 외교적 담판으로 강동 6주를 되돌려 받았다.
군사력이 아닌 세치 혀의 위력이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미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흑인 소수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 강대국 미국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감동적인 연설이 컸던 것이다.
엄마의 사랑스러운 한 마디는 자녀에게 생기를 준다.
헌법재판관의 탄핵 결정 주문서를 말함으로써 국가 대통령이 자리를 내려놓는다.
생존을 위해 호흡을 하지만, 호흡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주요한 출발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