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탐색하다_눈

세상을 맨 처음 만나는 통로

by 아그배나무

눈은 깊이다

생각이 깊으면 눈이 그윽하다.

풍파를 이겨낸 사람의 눈은 깊다.


앎이 많아질수록, 경험이 축적될수록 보는 눈은 깊어진다.

얕은 눈은 사물의 겉면만을 보지만 깊은 눈은 본질을 본다.

영혼이 맑은 눈은 마음까지 들여다 본다.


심미안

아름다음을 보는 마음의 눈,

시각은 뇌 속 시신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보는 눈이 깊어지면 마음의 눈을 통해 보는 것이다.

이 단계는 본다기보다 본질을 파악한다는 것이 정확하다. 아름다움이란 사물의 외피가 아니라 내적 속성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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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통로_시각, 후각, 청각, 촉각

여기 사과가 있다.

눈으로 사과를 바라본다. 시각정보는 뇌로 수렴된다. 시신경을 통한 시지각이다.


사과에 향이 있다.

코가 작동한다. 후각세포를 통해 뇌의 후각신경으로 정보가 들어온다.

사과가 굴러가면 소리가 발생한다. 부딪침이 있기 때문이다. 청각이 작동한다.

귀에 연결된 청신경을 통해 뇌에서 지각한다.


사과에는 맛이 깃들어 있다.

혀로 맛을 본다. 미각이 작동한다. 미뢰 세포가 맛을 느끼고 미각신경을 통해 맛을 인지한다.


사과에는 질감이 있다.

피부로 느낀다. 촉각이 작동한다. 감각신경을 통해 뇌에서 인지한다.


뇌에서는 물체가 가진 색, 향, 소리, 질감을 통해 물체의 상이 잡힌다. 감각은 통합적으로 작용하고 뇌에서 통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체의 한 가지 단서_소리, 색, 맛_를 통해서도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몸의 각 감각기관이 인지해서 뇌를 통해 통합적으로 물체를 인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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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사물을 인식하는 감각기관이다

시각은 인식하는데 제일 많은 정보량을 준다. 그렇다고해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외선, 적외선 영역은 보지 못하고 가시광선 영역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바탕해서 자기 세계관으로 걸러서 보는 것이다.

과학도구를 사용하면 눈으로 보이지 않는 극소의 물질세계와 극대의 물질세계를 볼 수 있다. 현미경으로 세균과 박테리아를 볼 수 있다. 천체 망원경으로 우주의 천체를 볼 수 있다.


시지각을 뇌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철학의 핵심인 인식론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보는' 과정은 감각을 통해 지각을 하는 것이다.

보는 것은 눈의 작용이지만 시신경을 통해 뇌의 작용을 불러일으킨다. 눈이 '감각'해서, 뇌가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눈으로 감각해서 얻어진 외부 정보들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뇌는 그동안 축적되어 내면화된 정보를 통해 해석된 내용으로 판단하게 된다.



눈은 마음이 드러나는 창이다

눈의 크기는 감정의 폭과 비례한다.

눈은 기쁠 때 동그랗게 커지지만 화가 날 때도 커진다.

슬프거나 낙담할 때 작아진다.


눈은 첫인상을 좌우하는 기관이자 마음이 드러나는 창이다.

마음이 드러나는 창이기에 상대방의 의중을 잘 파악할 수 있다.

남과 다투게 되면 분노에 찬 나의 마음이 눈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남에게서 좋은 선물을 받게 되면 기쁜 마음이 동공의 확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눈에 마음이 드러나는 예를 보자.

호감 가는 이성이 나타났을 때 눈빛에 그대로 드러난다. 시장의 상인은 손님이 물건을 사렸는지 눈빛만 잠깐 보고 알아챈다. 권투선수는 상대방의 눈빛을 보면 공격의 시점을 읽어낸다. 카드놀이에서 포커페이스는 눈빛을 조절하는 것이다. 좋은 패가 들어왔는지 그 마음이 눈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화투놀이할 때도 마찬가지다.


몸의 특징이 드러나는 예를 보자.

상대방을 볼 때 눈부터 보게 된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지만 상대방을 파악하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눈을 중심으로 보면 그 사람의 특징이 보인다. 얼굴 부위에서 눈의 비중이 크다. 사진에서 양 눈을 가리게 되면 누구인지 잘 모를 수 있다.


마음이 가면 눈이 커진다.

눈이 반짝거린다. 동공이 확대된다. 목표물을 응시하는 집중력이 높아진다. 시신경을 통해 신경전달물질 운반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도가(道家)의 이심행기(以心行氣)가 이것이다. 마음으로 기를 움직이고, 기로 몸을 움직여라는 뜻이다. 도가 수련에서는 이 원리를 응용해서 수련 동작마다 마음을 실어서 행한다. 단순히 동작을 할 때는 해당 근육과 뼈대가 움직이지만 마음을 싣게 되면 기운이 발동되어 혈액순환이 잘 된다.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마음의 집중력도 높아진다.


눈은 몸속 건강정보를 담고 있다

눈의 충혈은 의학적으로 해석하면 상당히 피로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란 기운이 돌면 황달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눈은 간과 매우 밀접(肝開竅于目: 간의 기는 눈에서 통한다)할 뿐만 아니라 오장육부와도 연관이 되어 있다고 본다. 눈은 말단의 수용기 중 머리뼈(두개골)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시상하부가 위치해 있는 나비뼈(접형골) 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장기보다도 뇌의 활동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다.


눈과 연결된 나비 뼈에는 오장육부가 매달려 있어서 몸속 정보를 알 수 있는 주요한 통로이다. 눈에는 그 사람의 정신과 생각이 드러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오장육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들이 나타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와 사람의 감정이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눈에서 분노도 나타나며 기쁨도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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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관계된 생활 속 표현

무심코 주고받는 생활 속 표현에는 눈에 마음이 드러난 것들이 많다.

몹시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뜰 때 '눈에 쌍심지를 켜다'라고 한다. 몹시 애타게 오랫동안 기다릴 때는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다' 한눈에 상대에게 반해 무조건 좋아하게 될 때, '눈에 콩깍지가 씌다' 고 한다. 슬픈 감정이 담긴 표현으로 '눈가가 촉촉하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등이 있다.


인식認識과 관계된 표현도 많다.

현상을 재빨리 파악할 때, '눈썰미가 있다'라고 한다. 반면에 사물을 보고 깨닫는 힘이 약할 때는 '눈이 무디다'라고 하며 (감은 눈으로 보듯) 사물을 잘못 볼 때는 '눈에 풀 칠하다'라고 한다.


'눈에 익다'는 익숙하다는 것이다. 사물을 인식하는 정보량을 가장 많이 줄 수 있는 감각기관이 눈이기 때문에 익숙하다는 것은 눈으로 자주 보았다는 것이다. 잊히지 않고 자꾸 눈에 떠오르는 것을 '눈에 밟히다', '눈에 떠오르다'라고 한다. 눈에 잘 띄는 것을 '눈에 표가 나다'라고 한다. 사회적 관계성이 드러나는 표현으로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초미(눈썹)의 관심사'라고 한다. 상대방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이성 간에 마음이 통할 때 '눈이 맞았다'라고 한다. 상대방 수준에 맞추는 것을 '눈높이에 맞추다'라고 한다.


한편 상대방과의 관계가 불편할 때 표현으로 남의 미움을 받을 때 '눈총을 맞다'라고 한다. 반면 '눈총을 받다' 주위의 관심을 끈다는 것으로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눈 밖에 나다'는 상대방의 비위를 거슬렸다는 부정적인 의미이며 '눈 위에 혹'은 몹시 미워 눈에 거슬리는 사람을 뜻한다.


눈은 마음속 상태, 생각이나 감정이 드러나는 곳이기에 이와 관계된 표현도 많다.

'곁눈을 주다'는 곁눈질로 상대편에게 어떤 뜻을 알리는 것으로 은근히 정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눈빛을 교환하다'는 말 대신에 눈빛을 통해 속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눈에 마음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서는 상대방 시선을 피하게 되는데, '눈을 피하다'라고 한다. '시선을 떨구다'는 더 이상 말하기 힘들다는 무의식적인 행위이다. 몸의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눈꺼풀이 무겁다'가 있다.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눈 빠지게', '눈코 뜰새 없이'는 아주 바쁘다는 뜻이다. '눈이 높다', '눈이 낮다'는 수준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보다

심안心眼이다.

상대방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 영안까지 열리면 깨달은 자, 즉 성인의 반열이다. 죽음과 삶,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눈이다. 마음을 닦으면 본질을 볼 수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여기 눈과 귀에 관계된 좋은 경구가 있어 소개한다(論語季氏篇)


孔子曰: "君子有九思: 視思明, 聽思聰, 色思溫, 貌思恭, 言思忠, 事思敬, 疑思問, 忿思難, 見得思義."

(공자왈: "군자유구사: 시사명, 청사총, 색사온, 모사공, 언사충, 사사경, 의사문, 분사난, 견득사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에게는 생각하는 일이 아홉 가지 있다. 사물을 볼 때는 분명하게 볼 것을 생각하고, 소리를 들을 때는 똑똑하게 들을 것을 생각하고, 안색은 온화할 것을 생각하고, 용모는 공손할 것을 생각하고,

말은 충실할 것을 생각하고, 일할 때는 신중할 것을 생각하고, 의심이 날 때는 물을 것을 생각하고, 화가 날 때는 화를 낸 뒤에 어렵게 될 것을 생각하고, 이득을 보게 되면 의로운 것인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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