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생리를 바라보는 두 관점을 비교해보다
<양방 생리학>
수분은 인체의 생리활동에 필수 불가결하다
인체의 생존은 외부로부터 얻어진 음식과 산소를 체내에 받아들여 물질대사를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 생명활동은 몸 밖의 외부환경뿐만 아니라 몸속 환경 속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외부환경(external environment)에서는 음식물과 산소를 섭취한다. 여기서 나오는 노폐물은 몸 밖으로 배출되어야 한다. 음식물에서 분해된 영양소와 호흡기에서 얻어진 산소는 세포까지 전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포 내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에서는 이 재료를 잘 버무려서 생체 화폐인 ATP를 만들어낸다. 인체는 이 ATP를 요긴하게 사용한다. 말하고 걷고 생각하는 모든 육체활동과 정신활동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근육세포를 보자.
이는 외부환경의 음식물과 산소를 직접 취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외부 환경과 물질교환을 할 수 있을까?
바로 수분이다.
근육세포는 수분이 많은 내적 환경(internal environment)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생명유지에 필요한 물질교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때 신체 내부 환경은 수분으로 구성된 세포외액이다. 즉 내적 환경은 세포의 외부이면서 신체의 내부인 것이다. 신체는 외적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세포 입장에서는 신체의 내적 환경 내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근육세포의 예에서 보여지듯이 세포가 아무리 외부 환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 교환은 바로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내적 환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에는 오장육부의 기능을 살펴보자.
호흡계, 소화계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계가 외부 환경과 내적 환경 간의 물질 교환을 일으키고 내적 환경을 통해 생명활동과 세포의 작용에 적합하게 유지되도록 만든다.
소화계를 예로 들어보자.
소화계는 외부로부터 체내로 들어온 음식물 중 영양분을 분리해서 혈액을 통해 세포로 공급한다.
호흡계는 어떠한가?
외부환경의 공기 중에 섞여 있는 산소를 분리해서 혈액을 통해 각 세포로 운반한다. 이렇게 얻어진 영양분과 산소를 심장과 혈관으로 구성된 순환계가 전신으로 운반한다. 체내로 흡수된 영양분과 산소는 모세혈관을 통하여 빠져나온 간질액 사이에서 세포로 교환된다. 그 결과, 원래 인체의 외부에 존재하던 영양분과 산소가 체내로 들어와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간질액 쪽으로 옮겨진 다음 각각의 세포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 영양분과 산소는 세포 내에서 사용되고 노폐물로 바뀐다. 이것은 몸에 불필요한 물질로 바뀌었기 때문에 몸 밖으로 배출되어야 한다. 이 노폐물들은 세포 밖의 간질액으로 옮겨진다. 몸의 곳곳에 뻗어 있는 혈관을 통해 이 노폐물이 운반되어 배설기관으로 옮겨진다. 폐에서는 혈액을 통해 모집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노폐물 중 수분은 소변으로 고형물은 대변의 형태로 배설되는 것이다.
인체의 생명활동을 갈무리해보자.
생존에 필요한 물질을 인체의 외부환경에서 내부 환경으로 공급한다. 필요한 물질을 추려내 사용한 다음 내부 환경에서 외부환경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체내에서 보여지는 수분의 맹활약상
세포 내의 무기물질에는 물, 산소, 이산화탄소, 무기 염류 등이 있다.
물은 생명체 구성성분 중 가장 많다. 체액의 주요 성분인데 성인 체중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체내에서 무기물이 사용되기 위해서는 물에 녹아야 운반될 수 있다. 이온이 된다는 것이다. 이온 형태의 큰 이점은 체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 참여하기 쉽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사반응은 물에서 일어나는 이유인 것이다.
물은 체내에서 생리기능의 핵심인 화학물질을 운반한다.
혈액은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져 있기에 주요 물질을 운반할 수 있다. 산소는 호흡기관으로부터 당, 염류, 비타민과 같은 생체에 필수적인 물질은 소화기관으로부터 세포로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혈액은 체내 대사과정에서 발생한 노폐물인 이산화탄소와 요소를 세포에서 폐와 신장으로 운반하여 체외로 노폐물을 배설한다.
물은 열의 조절에도 기여한다.
운동을 하면 근육세포에서 열이 방출된다. 이 열은 혈액을 통하여 인체의 내부에서 피부 쪽으로 이동된다. 땀의 형태로 배출되기 때문에 체내 과잉의 열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수분은 인체의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인체의 구성을 보면 세포까지도 수분이 많은 내적 환경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물질교환과 대사작용이 가능해진다. 체온조절은 수분으로 구성된 혈액을 통해 열의 흡수와 방출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수분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병리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양면성이 있다.
<한방 생리학>
한방 생리학은 인체의 생리를 종합적으로 본다는 면에서 양방 생리학과 크게 다르다.
인체가 서로 연결된 그물망으로 상호 소통한다고 보는 관점이 독특하다. 인간과 자연은 유기적인 관계라는 천인합일론(天人合一論), 인체의 내장을 장(臟)과 부(腑)로 나누고, 오장을 위주로 인체 내장의 기능을 설명하는 장부론(臟腑論), 인체 생리활동의 기초로서 정기신론(精氣神論), 인체 생리활동의 에너지인 기가 흐르는 통로에 대한 경락론(經絡論)이 있다. 이 개념들의 공통점은 인체가 상호관련되어 있다 점이다.
인간은 자연환경 속에 생존한다는 면에서 인체의 생리는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천인합일(天人合一論)로 표현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천지와 인간이 모두 일원(一源)에서 발생되어 상호 연계성을 가진 통일체일 뿐만 아니라 공통된 규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과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도 없고, 자연계의 기후와 환경의 변화는 인체의 생리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봄인데도 날씨가 싸늘한다든가 겨울인데도 따뜻한다거나 하는 이상 날씨와 가뭄으로 비가 오지 않는 등의 기후변화나 차고 습한 지역 등의 환경변화는 직접적으로 인체의 생리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인체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 자연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면서 생장수장(生長收藏: 나고 자라고 거두고 저장하는 것)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사람은 이런 변화에 잘 따라야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의학의 핵심 개념인 장부론, 경락론, 정기신론
장부론은 장상학설(臟象學說)이라고도 하는데, 각 장부 자체의 특징을 들어 설명한다. 각 장부 사이의 상호관계를 매우 중요시한다. 인체 내의 오장육부를 장과 부로 나누어 바라본다. 장(臟)은 5가지 인데, 간, 심, 비, 폐, 신이다. 부(腑)는 6가지 인데, 담, 위, 대장, 소장, 방광, 삼초이다. 장과 부는 경락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심은 소장과 폐는 대장과 비는 위와 간은 담과 신은 방광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경락론(經絡論)을 살펴보자.
경락은 전신에 두루 퍼져 있다. 인체의 기, 혈, 진액이 운행하는 주요 통로로서 인체의 각 부분이 서로 연결되게 한다. 경락은 장부 사이, 장부와 인체의 각 부분을 밀접하게 연결시켜 하나의 통일체로 만든다. 경락(經絡)은 서로 구분된다. 경(經)은 몸의 곳곳으로 통하는 도로와 같고, 락(絡)은 도로와 도로를 연결시켜주는 망과 같다고 본다.
경과 락은 인체의 상하, 좌우, 전후, 내외를 서로 연결해주는 망이다. 이러한 연결망을 통해 몸의 깊은 곳과 얕은 곳, 위와 아래를 종으로 횡으로 연결해주기 때문에 하나의 전체적인 틀을 이루면서 서로 협조하면서 복잡한 내재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정기신론(精氣神論)을 보자.
정(精)은 형체를 이루는 물질적 바탕이며, 신(神)은 생명의 정화로서 정신이고, 기(氣)는 생리활동과 외부활동을 하게 하는 생명에너지이다. 허준은 이 정기신론을 바탕으로 동의보감을 저술한 바가 있다.
정은 인체를 구성하고 생명활동을 유지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로 본다. 협의의 정은 신에 저장되어 있으면서 생식능력을 갖춘 물질을 말하는데, 남녀의 교합을 통해 후손을 만드는 기능이 있다.
광의의 정은 생명을 유지하며 인체 각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주며 생장 발육을 촉진시키는 기본 물질로 본다. 정기신은 인체의 생리활동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정은 인체의 기능과 현상의 물질적 기초이며, 기는 그것을 작동하게 하는 에너지와 같은 동력이다. 신은 정과 기를 주재하는 역할을 하는데 물질과 기능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모든 생명활동의 통수권자이다. 이 3가지의 관계가 서로 맞물려 있다. 정기가 충만하면 신이 왕성해지며 정기가 약하면 신이 쇠약해진다. 건강한 인체는 정기신이 충만한 상태이다. 부조화가 이루어지면 질병이 생겨날 수 있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