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은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대한 과학적 접근
처방은 개별 약재들의 효능의 합이 최대가 되는 조합을 지향한다
처방에 쓰이는 개별 약재마다 여러 가지 성분이 함께 들어 있다.
환자가 어떤 처방으로 치료가 된다는 것은 각 약재들에 담겨 있는 약리성분들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의 용어를 빌리자면 약리효과의 크기와 방향이 특정 증세의 치료를 향해 서로 힘이 모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창출(Atractylodes lancea, 蒼朮)의 추출물이 소화기 질환자의 체내에 들어가서 소화가 잘 되게 한다. 창출에서 추출된 성분들이 소화기 습체를 없애주는 약리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출에는 이러한 약리 성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약리효과를 가진 성분들 또한 같이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화불량이 치료가 된다는 것은 여러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다 할지라도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약리적 힘이 모아진 결과라는 것이다.
인삼에는 혈압강하 성분과 아울러 그 정반대인 혈압상승 성분이 같이 들어 있다.
임상적인 면에서 보았을 때 식물 자체에는 그 식물이 생존에 필요한 여러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는데, 환자에게는 그 성분 중 필요한 약리 성분이 잘 작용토록 해야 한다. 따라서 한 가지 약재를 먹고 어떤 증상이 좋아졌다는 것은 그 약재가 가지고 있는 여러 성분들의 약리적 벡터의 합(resultant vector)이 환자의 증상 개선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단미제(약재가 한 가지)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약재가 팀을 이루고 있는 것인 '처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평위산은 창출, 진피, 후박, 감초 4가지 약재가 팀을 이루어 소화불량을 해소한다. 이때 창출은
제습건비(除濕健脾: 습을 제거해서 비위를 튼튼하게 함), 진피는 방향화습(芳香化濕), 후박은 장운동 촉진을 시키는 성분들이 협조해서 나타낸 약리 효과의 合벡터가 소화불량 해소라는 치료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제습건비除濕健脾: 습을 제거해서 비위를 튼튼하게 함
방향화습(芳香化濕): 체내에 있는 습탁(濕)을 방향성이 있는 약물을 써서 치료하는 효능)
처방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약재들을 보자.
각기 약재들은 생존에 적합한 곳에서 씨앗이 뿌리내려 성장하는 동안 체내에 합성된 2차 대사산물(secondary metabolite)을 만들어 냈을 따름이다. 바로 그 2차 대사산물 중의 특정 성분은 특정 질환자에게는 증세 치료에 커다란 기여를 하는 약리성분이 되는 것이다.
하나의 약재 속에 함유된 여러 성분들 중에는 특정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있을 수도 있고 해가 되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여러 약재가 모인 처방에는 약재 하나하나마다 도움이 되는 것, 해가 되는 것이 있을 수 있어서 모든 성분들을 고려해보면 그 경우의 수는 훨씬 많아져 복잡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까지 누적된 치료 경험 결과로 보면, 소화불량에 특효가 있는 처방이 있고, 변비에 특효가 있는 처방 등으로 잘 분류가 되어 있다.
또한 단미제도 그러하다. 약재 속의 특정한 성분이 치료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대황의 sennoside는 사하효과(瀉下效果, 변비 치료효과)가 있고, tannin은 지사효과(止瀉效果, 설사를 멈추는 효과)가 있어서 상반된 효과를 내는 성분이 한 약재 안에 함께 들어 있다. 변비 환자는 그 성분 중 sennoside를 체내에 흡수토록 해야 하는 것이고, 설사환자는 그 성분들 중 tannin 성분을 흡수토록 해야 하는 것이다.
즉 개별 약재나 처방 구성의 총 약재들의 약리효과 벡터 합이 치료 효과가 최대(약리 효과의 合벡터, resultant vector)가 되는 쪽으로 처방을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