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그배나무 Jan 02. 2022

약藥에 대한 한의학과 약학의 관점

약에 대한 한의학(본초, 本草)과 약학(생약, 生藥)의 관점

하늘의 기운(五運)은 땅에 내려와 六氣가 되어 서로 소통한다. 

이른바 한의학의 오운육기론(五運六氣論)에 따르면 인간과 식물은 하늘이 내린 기운이 서린 땅의 생명체를 통해 생명활동을 유지한다. 인간과 식물은 타고난 기운이 DNA에 담겨 꼴(형체)에 드러난다. 꼴에는 개별 생명체의 고유한 특성이 드러난다. 인간과 식물은 형체를 가지고 있기에 하늘의 기운이 물질적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 인간은 오장육부가 있으며, 식물은 뿌리, 잎, 줄기가 있다.


인체는 오장육부를 통해  이 기운을 받아들여 기경팔맥으로 순환하며 성장한다. 식물 또한 잎과 뿌리를 통해 

하늘의 기운을 받아 꽃이 피고 열매 맺는다. 자연의 기운을 받아 인간과 식물은 생장수장(生長收藏)하며 일생을 영위한다. 


땅에서 자라난 식물은 꽃이나 씨앗, 열매, 줄기 또는 뿌리에 영양분과 특정한 물질을 만들어  놓는다. 기운이란 측면에서  땅 위의 인간과 식물은  소통의 연결망이 있다. 특히 뜨겁거나 차거나 따스하거나 서늘하거나 평평한 성질(氣)과 달거나 쓰거나 맵거나 짜거나 신 맛(味)으로 드러난다. 기미론氣味論의 출발이 된다. 


인체가 음양평형이 흐트러졌을 때 외부에서 그 기운을 끌어다 쓰는데, 식물과 동물과 광물이 있으니 이를 본초(本草)라 한다. 본초의 고유한 기와미는 인체 내에 들어가 생리활성(biological activity)을 갖는다. 약성에 따라 수렴하는 것도 있으며 이와 반대로 발산하는 것도 있다. 기운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升)도 있으며 아래로 내려가게 하는 것(降)도 있으니 제 꼴에 따라 쓰임을 맞게 하는 용약법(用藥法)을 다루는 분야가 방제학(方劑學)이다.


특히 인체 내에 들어가 질병을 고치는 약리성분은 식물이 비바람 치는 자연환경 속에 몸부림치며 만들어낸 것이다. 한의학의 본초를 약학에서는 생약(生藥)이라 한다. 한의학에서 주치 효능을 갖는 물질을 약학에서 

주요 성분(lead compound)이라  하는데 2차 대사산물(secondary metabolite)이다. 1차 대사경로와 2차 대사경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생합성 경로(biosynthetic pathway)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치료기전: 어떻게 식물로 인간을 치료할 수 있는가?

식물의 성분에는 기본적으로 C(탄소), H(수소), O(산소)가 들어 있어서 다행히도 인체 구성성분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공유할 수 있는 원소가 서로 있기에 식물의 성분이 체내에서 생화학적 반응을 통해 약리활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덕택에 인체에 필요한 성분을 식물에게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한의학 치법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기운을 자연의 식물에서 가져다 쓴다는 원리의 생물학적 근거가 되는 것이다. 식물과 인간의 공존이 가져다준 위대한 선물이다.


그중에서 N(질소)를 함유한 성분을 알칼리성 유기물(alkaloid)이라 하는데, 쓴 맛(苦味)이 난다. 대개 한약 맛이 쓰다고 하는 이유가 약리활성물질이 N(질소)를 함유한 알칼로이드가 많기 때문이다. 옛 말에 좋은 약은 쓰다는 '양약(良藥)은 고구(苦口)이나 이어병(利於病)'이라는 말이  생긴 과학적 근거가 된다.


본초는 고유의 성질에 따라 부합되는 인체 장부에 약성을 발휘한다. 뿐만 아니라 장부의 경락을 따라 약효가 나타난다고 본다. 한의학의 귀경론(歸經論)의 바탕이 된다. 약학에서는 약물이 세포의 수용체나 단백질에 타겟팅(targeting)하는 단일경로 기전(single pathway mechanism)으로 본다. 반면 한의학의 본초는 장부와 경락에 작용하기에 복합경로(multiple pathway mechanism)이라 할 수 있다. 


본초의 작용에서 '발산(發散)'한다는 약성은 인체 내에서 혈관이 확장된다는 것이다. 혈관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신경망을 통해 그 명령이 이루어지는 체내 복합 작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바로 본초의 성미는 구체적인 물질적 성분이 사람 몸속에서 실제적인 생리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학이 담겨 있는 것이다.





 (*위 animation은 '인간과 약초의 공생'을 나타낸 것이다.)


약초(예: 인삼)는  뿌리로 땅속의 영양분과 물을 받아들이며, 잎으로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한다. 

햇빛의 도움을 받아 광합성 작용이 이루어져 포도당과 산소가 생산된다. 


1차 대사산물(primary metabolite)로 약초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생산한다. 

2차 대사산물(secondary metabolite)은 식물 개개의 종, 속 또는 계통에 특유하게 생성되는 물질로

 alkaloids, terpenes, flavonoids, 항생물질 등이 있다. 이들은 인체에 들어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생리활성물질이 많다. 여기에서는 인삼에 함유된 ginsenoside를 예로 들었다.


인간은 호흡 중 날숨을 통해 CO2를 배설하고 O2를 받아들인다. CO2는 식물의 호흡에 필요한 성분이고 O2는 식물이 배출한 것으로 인간의 생명유지에 요긴하다.

이처럼 식물과 인간 각자의 생명활동 자체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존재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의학과 물리학의 만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