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vector) 개념을 통한 약물 효능의 이미지화
한의학의 개념은 추상적이다.
지혜의 눈으로 인체를 해석하고 침, 뜸, 한약으로 치료한다. 한방에서 한약에는 고유의 맛이 있으며 이에 따른
인체 내 생리적 변화를 가져와서 치료를 한다는 원리가 있다. 이를 기미(氣味), 귀경(歸經), 주치 효능(主治效能)이라 한다.
기미(氣味)에서 기(氣)는 한약의 성질을 나타내는데 한열온량평(寒,熱,溫,凉,平)이 있다. 즉 한약의 성질이 차갑거나 뜨겁거나 따뜻하거나 서늘하거나 또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성질 등 5가지를 뜻한다. 미(味)는 신산감고함(辛,酸,甘,苦,鹹)으로 매운맛, 신 맛, 단 맛, 쓴 맛, 짠맛의 5가지가 있다. 이렇게 각기 고유의 성질을 가진 한약이 체내에 들어가 기운이 흐르는 길을 따라 오장육부에 이른다는 것이 귀경론(歸經論)이다.
주치 효능은 한약이 각기 오장육부의 해당된 곳에 약리작용을 해서 치료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개념이 과학자나 의학자 또는 일반인에게 무척 생소할 따름이다. 잘 이해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뜬 구름 잡는 설명으로 치부되어 버린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물리학과 수학에서 사용하는 벡터(vector) 개념을 도입해보고자 한다.
처방을 구성하는 약재들의 효능의 방향성과 크기를 vector라는 기호로 표현해보자는 것이다.
벡터vector는 수학과 물리학에서 등장하는 기호로서 '힘의 크기와 방향'을 나타낸다.
약재를 효능면에서 보면, 온열성이 있다, 보기성이 있다, 거담성이 있다고 한다.
즉 효능의 방향성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떨까?
약한 온열성이 있다, 준열한 약성이 있다. 약한 보기성이 있다, 보기성이 강하다. 또는 약한 거담성이 있다.,
거담성이 강화되었다 등은 효능의 방향성에다 크기까지 나타낸 것이다.
백출, 진피, 반하를 예로 들어 보자.
이 3가지 약재는 공통적으로 담(痰)을 제거하는 거담성(祛痰性)이 있다.
즉 효능의 '방향'은 '거담성'이다.
다음으로 거담성의 '크기'이다.
거담성이 많다, 적다를 ' + ' 부호를 사용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백출 +
진피 ++
반하 +++
백출이 가진 거담성의 크기가 하나(+) 라면 진피는 두 개(++)로 나타낼 수 있으며, 반하는 이 중에서
가장 큰 세 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의 정성적, 정량적 의미를 vector라는 기호에 담아 그래프에 올려보자.
훨씬 시각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수치화된 정량까지는 아니지만 상대적 비율 관계로 보면 될 것이다.
그래프에서 x 축을 효능의 방향인 거담력으로 잡는다.
즉 x축으로 향할수록 효능이 거담성이 더 확실하게 있다는 것이다.
한편 효능의 크기는 화살표의 길이와 두께로 나타낸다.
(참고: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vector는 두께의 변화가 없지만 여기에서는 편의상 의미가 더 다가오도록 두께의 변화를 두었다.)
거담성이 강하다면 약한 것보다 화살표가 더 길 것이다.
거담성이 강한 반하는 진피보다 vector 화살표가 더 길고 굵다.
뿐만 아니라 vector는 더하거나 뺄 수가 있다.
진피 한 가지가 있는 것보다 반하와 진피가 있으면 거담성이 더 커질 것이다.
즉 반하와 진피를 같이 사용하면 반하의 거담력 vector와 진피의 거담력 vector를 합할 수 있게 되어 화살표가 더 굵고 길게 된다.
이것은 마치 수학에서 덧셈처럼 효능 vector에서도 '진피의 거담성+반하의 거담성'의 결과 거담성이 더 커진 것을 vector기호로 나타낼 수 있다.
거담성을 지닌 한 가지 약재보다 두 가지 약재가 합쳐지면 거담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효능 vector, 즉 효능의 방향성과 크기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마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한 명의 응원군이 합세하면 힘의 방향이 우리 쪽으로, 힘의 크기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예로 이진탕을 들어보자.
반하, 진피, 복령, 감초로 구성된 이진탕에서 반하, 진피는 거담성이 있다. 복령은 이수(利水) 효과가 있다.
진피 한 가지만 있을 때보다 반하가 더 들어가면 효능의 방향이 거담성으로 더 향하고, 거담력의 크기가
더 커지게 된다. 여기에 이수제인 복령이 함께 함으로써 '담음痰飮'의 통치방通治方으로 매우 중요한
처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진탕에 남성, 지각이 가미되면 도담탕(導痰湯)이 된다. 거담력이 강력한 천남성이 가세하기 때문에 거담성이 더 커지게 돼서 담음 적체(痰飮積滯)에 따른 중풍이나 의식불명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아래 도표는 사군자탕을 효능의 크기와 방향을 vector로 표현한 것이다.
1. 우측 상단 그래프 설명
사군자탕은 인삼, 백출, 복령, 감초로 구성되어 있다.
효능의 방향과 크기면에서 보면, 인삼은 보기성(효능의 방향)이 강하다(효능의 크기).
감초는 보기성이 있으나 약하다.
백출은 거습성(효능의 방향)이 있으며 복령보다 강하고 반하 보다 약한 정도이다. 복령은 약한 거습성이 있다.
이것을 vector 기호로 변환시키면,
인삼과 감초는 그래프상에서 x축에서 보기력(효능의 방향성)이 증가하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인삼의 보기성이 크기 때문에 vector 화살표가 감초보다 크고 굵다(효능의 크기).
백출과 복령은 거습성(효능의 방향성)이 있기에 y축상에서 거습력이 증가하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백출이 복령보다 거습성이 강하기에 vector 화살표가 더 굵고 길이가 크다.
2. 좌측 하단 그래프 설명
1) 인삼과 감초의 효능이 합력하여 보기성이 더 증가한다.
따라서 x축의 보기력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더 길어진 vector 화살표로 표시된다.
2) 백출과 복령의 효능이 합쳐지면서 거습성이 더 증가한다.
따라서 거습력을 나타내는 y축 방향에서 거습력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合vector 화살표가 위치하고 있다.
3) 위 두 가지의 合 vector
인삼과 감초의 합력(=보기성의 증가) + 백출과 복령의 합력(=거습성의 증가)
<--- "사군자탕은 보기성과 거습성이 있는 처방"
위 vector 그래프에 대한 임상적 설명
보기(補氣)가 필요한 습체성(濕滯性) 환자에게 사용한다. 즉 기허성 설사, 기허성 식욕부진에 사용할 수 있다.
vector 도입의 의미
1.임상에서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처방에서 가미 가감 또는 합방을 할 때 과연 이것이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
2. 처방 분석할 때 개별 약물의 상호관계에 따라 어떤 효능이 더 증가하거나 감소될 수 있는지를 개략적인
정량화된 도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도식화가 정밀화될수록 수학적 연산처럼 약물의 가감에 대한 기대효과 등을 도상에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