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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그배나무 Jan 07. 2022

치료방법에 대한 한양방의 차이

치료 방법에 대한 한양방의 차이

두통이 생겨 약국에 가면 펜잘을 준다. 

펜잘은 양약이다. 의학/약학에서 다룬다.

두통이 생겨 한의원에 가면 한약 처방이 한의사마다 다르다. 한의학의 강점이자 취약점이다. 

처방이 잘 맞으면 양약으로 잘 낫지 않는 두통도 빨리 낫는다. 

한의학의 강점인 것이다.


소화가 안되면서 어깨와 뒷목이 뻣뻣한 증세가 있다. 원인이 소화불량일 때가 있다. 왜냐하면 소화관에 음식이 적체되어 소화기 근육의 긴장이 어깨 부위 승모근을 긴장시킨 결과, 목 뒤, 어깨 부위 통증을 야기한 것이다. 

이때 양방에서는 어떤 방법을 쓸까? 

가벼운 어깨 통증이라면 파스를 붙이거나 어깨 근육 부위에 물리치료로 찜질요법을 쓸 것이다. 안되면 근이완제를 복용케 할 것이다. 병소(病巢병이 발생한 부위)가 어깨 근육이므로 주로 이 부위에서 할 수 있는 처치법을 1차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방에서는 어떻게 접근할까? 

동일한 증세도 원인과 신체 상태(체질, 건강상태, 연령)에 따라 치료방법을 다르게 하면 효과가 높아진다. 


이 관점으로 위 증세를 살펴보자. 

증세가 어깨이지만 그 원인이 승모근이나 목 뒤 근육 등에서 발생한 근골계 질환이 아니라 소화기 문제가 근골계에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치료방법을 선정할 때 원인 치료의 대상을 소화기로 잡는 것이다. 치료방법을 목 뒤 근육을 먼저 치료하기보다 소화기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을 쓰면 더 빨리,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처방은 증상과 원인에 따라 소적정원산, 향사평위산을 쓸 수 있다.


한방에서 처방이 잘 안 맞으면 효과가 양약보다 잘 안 나온다. 한의사마다 처방이 다를 수 있어서 종잡을 수 없다. 

취약점인 것이다. 

한의사에 따라 두통 처방으로 영계출감탕을 쓰기도 하고 오령산을 쓰기도 한다. 소승기탕을 쓰는 한의사도 있다. 두통의 원인에 따라 처방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변이 잘 안 나오는 가운데 두통 증상을 호소할 때 영계출감탕이나 오령산을 쓴다. 두통의 원인이 과다한 수분 축적에 따른 뇌압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변비가 심한 가운데 발생한 두통에 소승기탕을 사용한다. 변비가 심해져 체내 복부 압력을 상승시킨 결과 두통을 야기시킨 것으로 본 것이다. 한방은 같은 증세라 하더라도 원인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양방의 진단방법의 차이

양방은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 소변 검사 등 임상병리 검사와 X-ray, CT, MRI 등 첨단 의료기기 감사결과를 분석해서 진단을 내린다. 의대 6년 과정 동안 배우는 의학 교과서가 동일할 수 있다. 의학은 표준화되어 있는 장점이 있다. 각 전문과정별로 매뉴얼화된 수련과정이 있어서 그대로 잘 익히고 숙련시키면 된다.


한방은 손목 부위의 맥의 판단하는 진맥診脈을 비롯해서, 복부를 눌러 판단하는 복진腹診, 혀의 색깔과 형태를 보는 설진舌診, 얼굴을 보고 판단하는 망진望診, 물어서 판단하는 문진問診, 목소리를 듣고 판단하는 문진聞診이 있다. 임상병리 검사나 첨단 의료기기가 아닌 한의사 개인의 능력에 달려 있다.

수많은 경험 속에 축적된 전문적이고 섬세한 내공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한의사에 따른 수준 차이가 심할 수 있다. 암을 고치는 명의에서부터 그저 그러 한 동네 한의사까지 다양하다. 의료환경이 바뀌면서 최근에는 한의사도 양방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방과 양방 인체관의 공통점

한방은 인체를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양방은 분석적으로 접근한다. 

인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출발은 같으나 방법론이 달라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한방은 대우주 속의 소우주라 하여 인체를 통합적으로 접근한다. 양방은 생명공학의 발전에 기초하여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적 분석으로 세포 수준에서 분자 단위의 규명을 한다.  

'항상성(homeostasis)' 즉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이 인체이며 항온성, 전해질 평형, pH 평형 등이 있다. 인체는 100조 개 가량의 세포로 구성되어 11개의 기관계를 이루며 이것이 하나의 인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한방이나 양방 모두 인체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을 제시한다. 한방에서는 계절에 따른 건강법이 있으며 추운 겨울에는 풍한사(風塞邪: 추위)에 따른 체내 질병의 발전단계를 설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한론(傷寒論)에서 병의 단계를 태양, 소양, 양명, 소음, 태음, 궐음의 6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른 체내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방법이 다르다.


양방의 인체관은 인체는 '복잡성' 속에 '질서'가 있다는 것이다.

10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포 속에도 거대한 세계가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세포 내 소기관은 '항상성'을 지향하면서 저마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질서가 있는 것이다.

인체가 항상성을 지향하지만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늘 자극에 대한 반응(stimuli-response) 속에 '역동적인 평형(dynamic equilibrium)'을 이룬다고 본다. 인체는 끊임없이 자극에 대응하면서 평형을 이루고자 하는 역동성이 본질인 것이다. 


동서의학 모두 결국 인체를 이해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면에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한양방에 대한 통합적 접근_몸을 이해하다: 출입出入

생명체의 생명현상에는 '출입'이 있다.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생명활동이다.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외부로부터 공기와 음식물을 섭취(入)해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결합시켜 물질대사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찌꺼기는 체외로 배출(出)해야만 한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는 호흡을 통해 배출(出)한다. 음식물 중 수분은 요도와 땀구멍 및 호흡을 통해, 고형물은 대장과 항문을 통해 배설(出)한다. 


체내로 들어가는 물질 중 공기는 분자량이 작으며 코로 들어간다. 코는 늘 열려있다. 코는 호흡 작용의 시작점이다. 음식은 분자량이 크며 입으로 들어간다. 입은 음식 섭취 및 소화의 시작점이다.


콧 속은 열려 있는 개방형 구조라 공기 중 불필요한 외부물질(먼지, 꽃가루, 미생물)을 거르기 위한 장치인 코털이 있다. 코로 들어간 공기는 몸에 필요한 산소를 건네준다.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몸 밖으로 내보내는데, 같은 통로인 코를 통해 나간다. 


입은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필요시에 열린다.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은 몸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건네주고 몸 밖으로 나가는데, 인체 아래쪽으로 나간다. 들어가는 입구와 나가는 출구가 전혀 다르다. 음식물은 중량이 있기에 체내 각 기관에서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운반되는 것이다. 입속에서는 혀 근육을 통해 섞이면서 식도 쪽으로 운반되고 위장에서는 위장의 평활근에 의해 섞이면서 십이지장 쪽으로 이동한다. 십이지장을 포함한 소장에서는 음식물을 분해하여 영양소를 흡수한다. 대장에서는 음식물의 찌꺼기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변을 만들어 직장을 거쳐 항문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한방의 치료원리

인체가 '출입'을 통해 얻어진 것 중 약물(한약)이 있다. 약물의 효능은 기운의 '승강부침(昇降浮沈)'으로 나타난다. 약물이 작용하는 방향을 나타낸 것이다. 기운이 승(昇)은 상승하는 것이고 강(降)은 하강하는 것이다. 부(浮)는 발산시켜 상행(上行)하는 것이고 침(沈)은 사하(瀉下)시켜 하행(下行)하는 것이다. 약물의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인체 내 기운의 부조화를 해소시켜 조화로운 건강 상태로 만들게 하는 것이다.


한방에서 건강한 상태를 나타내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있다. 

수(水) 기운은 신체 상부로 올라가고 화(火) 기운은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체내에서 기운 순환이 원활해지는 상태를 뜻한다. 신장의 수 기운이 위로 올라가 머리가 시원해진다. 심장의 화기운이 아래로 내려가면 아랫배가 따뜻해진다. 이때 인체는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극대화되는 건강 상태가 된다. 


만약 이것이 어그러지면 순환 부전에 따른 내려가야 할 것이 상부로 올라오는 상기(上氣), 오심, 구토가 발생한다. 신체 아래쪽으로 기운이 제대로 내려가지 않으면 변이 잘 나오지 않는 변비,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한방에 대한 과학적 접근

기나 경락 등 한의학의 핵심 개념이 추상적이다. X-ray나 CT, MRI 등으로 탐지가 안되다 보니 실체가 없는 

관념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한방 임상에서는 경락론에 따라서 침을 놓게 된다. 예를 들어 위장장애가 있을 때 침을 위장이 아닌 손등의 합곡이라는 혈자리에 놓게 된다. 이것은 위장을 다스리는 경락이라는 보이지 않는 기운의 통로가 손등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지금은 미국에서도 침술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기운의 연결망인 경락을 의학적으로 접근 가능한 것이 근막 이론이다. 근막은 근육을 덮고 있는 막으로서 신체의 각 부위를 연결해주는 망이기도 하다. 이러한 근막의 관점에서 한의학의 핵심이론인 경락을 이해할 수 있다.


머리 정수리에 백회혈이라는 중요한 혈자리가 있다. 이 자리에 침을 놓아 효과가 나는 이유를 의학적으로 살펴보자.  

이 백회 혈자리는 머리 전후의 중간지점이며 마루뼈의 중간지점이기도 하다. 이 자리는 겉에서 가볍게 자극해도 혈액의 흐름이 바뀌게 될 뿐만 아니라 두개골 내부의 움직임까지 변하게 해서 여러 증상들에 영향을 줄 수 있게 한다. 왜냐하면 두피의 활주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판사이정맥의 흐름이 좋게 하기 때문이다.

이 판사이정맥의 순환은 두개골 내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경질막의 운동성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 결과 뇌척수막의 변화까지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경락 상의 많은 경혈 자리가 해부학적으로 보았을 때 막의 구조와 밀접한 상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을 보자. 이 경락은 이마의 눈썹 위에 있는 양백혈까지만 왔다가 돌아간다. 왜 그럴까? 깊은층머리덮개근막이 안와 위까지만 오기 때문이다. 담경이 흐르는 혈자리가 배치된 깊은층머리덮개근막이 분포한 부위가 눈썹 위까지이기 때문이다.





한의학과 의학은 만나야 한다

한양방 통합의학이 필요하다.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한다는 면에서 상호 협조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학의 발전이 이루어진다. 질병 치료율이 높아진다. 환자가 만족하는 의료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세계적인 의학의 추세도 그렇다. 미국도 치료효과가 있는 물질이나 치료법이 발견되면 미국립 보건원(NIH)에서 재정지원을 통해 연구검증을 한다. 검증된 치료법이나 약재 성분은 특허 등록해서 지적재산권을 보유하여 자국 권리로 갖는다. 


중국의 중의학(中醫學)과 서의학(西洋醫學)이 결합하는 중서의 결합을 지향한다.  따라서 중의대에서도 서양의학을 배운다. 일본은 한의학이 서양의학에 흡수되어 의사가 침도 놓는다. 한국은 한방, 양방이 존재하는 의료이원화 체제이다. 한국도 한의대의 교과과정에서는 양쪽을 배운다. 실제 임상에 들어가면 양방 지식을 구사할 여지가 없이 거의 한의학 위주로 사용한다. 한양방 협진 성격의 통합병원을 세우긴 했으나 정형외과를 제외하고 활발한 임상적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의학은 의학과 융합을 통해 치료 중심의 의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의학은 몸을 통합적으로 보는 한의학적 지혜를 통해 치료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에는 몸의 연결망에 대한 종합적 인식, 몸과 마음의 상관성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의학의 나침판으로 한의학의 숲 속을 잘 헤쳐가면 몸이라는 공통의 소재에서 둘은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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