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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그배나무 Jan 21. 2022

몸, 자연계의 힘에 맞서 설계되다

몸에 작용하는 힘, 몸속에 작용하는 힘



몸은 힘의 그물망 속에 있다

몸에는 보이지 않는 여러 힘이 작용하고 있다. 

힘의 관계망 속에 인체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힘에는 외부에서 몸에 작용하는 힘, 몸속에서 작용하는 것이 있다. 몸은 형체와 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은 중력이다. 물리적인 힘으로 자연계의 힘이다. 


몸속에서 작용하는 힘은 어떠한가? 

마찬가지로 중력이 있다. 형체와 무게를 가진 음식물에 작용하는 물리적인 힘이다. 화학적인 힘도 있다. 소화 과정에서 음식물을 보다 작은 단위로 분해해가는 힘이다.

삶이란 몸에 작용하는 여러 종류의 힘에 맞서는 과정이자 몸의 기관들이 힘을 발휘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형체를 가지고 있다. 

형체는 자연계에서 작용하는 힘의 영향력 속에 있다.

대표적인 힘이 중력이다. 몸에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몸무게를 '체중(體重)'이라 한다. 지구 중심으로 몸을 끌어당기는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 체중인 것이다.

걷다가 균형을 잃으면 기우뚱하거나 땅바닥으로 넘어지는 것은 땅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몸은 보이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작용하는 힘의 그물망 속에 있다. 삶이란 그 힘에 맞서는 과정이다.

우리 몸에 뼈가 있어야 하고 그 뼈를 잡아당기고 붙들어 매는 근육이 있는 이유는 몸을 잡아당기는 중력에 맞서 형체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면 섭취한 음식이 몸 아랫방향으로 이동한다. 음식은 무게와 형체가 있어 중력 방향인 몸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호흡을 보자. 들이쉬면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온다. 몸밖의 공기가 몸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대기압이라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기압은 공기가 누르는 압력이다. 마실 때 흉강을 확장시키면 가슴속의 대기압이 낮아지고 몸밖의 대기압은 높은 상태가 된다. 이 두 대기압 차에 의해 대기압이 높은 공기가 대기압이 낮은 몸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공기의 대부분은 70%인 질소인데 몸에 필요한 것은 산소이다. 어떻게 산소만을 추려낼 것인가? 

바로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의 철이온이 산소만을 붙들어 세포에게 가져다준다. 폐 속에 폐포라고 조그마한 공 같은 기관에 들어온 공기 중에서 산소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적혈구에서 산소를 끌어당기는 힘, 혈액에 담긴 산소를 세포에게 밀어주는 힘 등이 몸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힘이다.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음식물의 소재는 동식물이다. 

살코기는 결합조직이 서로 연결된 힘으로 형체를 이루고 있다. 이 힘을 해체해야 살코기가 잘게 나누어질 것이다. 그 단계적 과정에 따라 각 기관이 배열되어 있다. 입에서는 찢고 자르는 송곳니와 앞니가 배열되어 있다. 그다음 단계에 으깨기에 적합한 어금니가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살코기가 영양소 단위로 해체되는 데는 화학적 힘이 필요하다. 몸에 소화액이 준비되어 있는 이유이다. 물리적인 분해로 잘게 나뉜 살코기 속에 담긴 영양소를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로 분리하는 것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소화액뿐만 아니라 효소가 참여한다. 효소는 반응성을 높여 몸에 필요한 산출물을 효율적으로 얻어낼 수 있도록 한다. 


음식 섭취와 호흡은 외부에서 얻어낸 물질들을 몸에 적합한 형태로 바꾸는 생화학적 과정이다. 몸속에 유용한 형태로 바뀌어진 물질들은 혈관을 타고 이들을 기다리는 세포에게 가져다준다. 혈액이 흐를 수 있도록 심장에서 강하게 뿜어내 주는 힘을 심박출력이라 한다. 혈액이 혈관이라는 관을 통해 흐르는 과정에서 혈관벽에 미치는 힘이 있는데, 이를 혈압이라고 한다. 혈압의 덕택에 혈액을 동맥이나 소동맥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몸속에서 혈액이라는 액체가 이동하는 데에도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혈액과 함께 운반된 산소나 영양물질을 혈관 밖의 조직으로 공급한다. 이때에도 힘이 작용하는데, 혈관 밖으로 밀어내는 힘을 정수압, 혈관 안쪽으로 받아들이는 힘을 삼투압이라 한다.




중력에 맞서기 위해 뼈대가 있다

물에는 부력(浮力)이 있다. 물에 뜨는 힘이다. 이 부력을 이용하는 기관이 물고기의 부레이다. 새의 뼈는 중력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구멍이 많은 다공질이다. 창공을 날 때 중력을 최소화시킬 수 있게 한다.

땅에는 중력(重力)이 있다. 땅으로 잡아당기는 인력(引力)이다. 인력은 잡아당기는 힘이라서 형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서는 구조가 필요하다. 인체에 뼈대가 있는 이유이다. 


땅에 수직으로 서있는 인체가 몸이 기울어지는 이유는 중력 때문이다.

몸이 하나로만 이루어진 뼈대만 있다면 바로 넘어진다. 걸음처럼 무릎과 발목이 구부려졌다 펴지게 하거나 무게중심이 달라지는 움직임이 가능하려면 관절이 필요하다. 각 부위가 기울거나 구부러질 때에도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이다. 관절은 뼈와 뼈 사이를 이어준다.

어깨 관절이 있고 척추관절이 있고 무릎, 고관절이 있다. 뼈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물렁뼈까지 구비되어 있어서 중력에 맞서 고단할 인체의 충격을 완화시켜준다. 상체를 받쳐주는 허리뼈 마디마다 물렁뼈(disc)가 있고, 목뼈, 어깨뼈, 무릎뼈, 발목뼈에 쿠션 좋은 물렁뼈가 있는 것이다.


물에서 물고기는 부력 덕택에 뜰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동할 때는 물의 저항을 받는다. 이 저항을 최소화시키는 구조가 유선형의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 비행기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유선형의 동체를 갖추는 것이다. 모두 액체나 기체 등의 흐름이 표면을 따라 흘려보내고 소용돌이를 일으키지 않게 해서 저항을 최소화시키는 구조인 것이다.


사람이 걸을 때 땅 속으로 끌어당기는 중력에 맞서면서 움직인다.

사람이나 물고기가 이동할 때는 저항하는 힘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는 먹거리에서 나온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고기이든 먹이를 섭취하는 이유이다. 먹이에서 영양분이 나오고, 영양분이 분해돼서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치로 음식이나 먹이를 먹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으며 체내 기관이 작동할 수 없다.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중력에 맞서 설계된 인체

사람은 중력에 대항해 곧게 두발로 선다. 

몸은 360개의 관절과 700개의 골격근을 통해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게 한다. 피부의 탄성이 좋은 것도,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피부가 따로 흐느적거리지 않고 뼈, 근육 등의 움직임에 밀착되기 위해서이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의 3층으로 되어 있다. 피부에도 밑으로 잡아끄는 중력이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늘 일정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이유는 콜라겐 섬유가 탄력이라는 힘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거나 영양분이 부족하게 되면 이 섬유가 탄력을 잃게 되어 피부가 처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에 따라 주름살도 많이 생기게 된다. 

주름은 중력에 맞서서 피부의 탄력이 맞선 힘의 줄다리기가 몸에 새겨진 흔적이다.


왜 발바닥은 아치형일까?

발바닥은 가운데가 아치형으로 구부러져 있다. 뒤꿈치와 앞 발바닥은 편평하다. 체중을 고루 분산시키고 서 있거나 걸을 때 잘 버티고 이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평발은 피로가 빨리 온다. 체중의 분산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입대 시 평발 신체자는 면제를 해주는 이유이다.

발이 두 개인 것은 몸 중심을 잘 잡기 위해서이다. 두 발이기에 번갈아 움직이면서 걸음을 만들 수 있다. 몸을 땅에 잘 지탱하면서 잘 이동시킬 수 있기 위한 구조이다. 다리뼈인 대퇴골이 굵고 단단한 것은 상체의 무게를 버텨낼 수 있기 위한 것이다.


서있는다는 것은 땅에서 잡아당기는 중력에 맞서 균형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단지 신발크기의 두 발로 버티고 서 있어야 한다. 상체와 하체, 팔과 다리의 형체를 유지하도록 곳곳마다 어떤 근육(屈筋, 굴근)은 잡아당기고 어떤 근육(伸筋, 신근)은 펼치는 역할을 한다. 


신체의 모든 균형은 땅바닥에 맞닿아 있는 발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다.

무술에서 상대방을 제압할 때 다리를 공격하는 것은 순식간에 균형을 흐트러지게 하기 위한 것이다.

미끄러운 길을 갈 때 엉거주춤거린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주춤거리며 걷는다. 이때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좀 더 구부리고 몸통에서 양팔이 벌어지는 것은 몸의 균형점을 더 많이 확보하고자 함이다. 외줄 타기 할 때 양팔을 벌리는 이유와 마찬가지이다.




걸음은 땅의 반발력 덕택이다

걸음은 내가 내 다리로 움직이는 자발적 행위 같지만 힘의 관계에서 보면 체중에 대한 땅의 반발력을 이용한 것이다. 몸을 땅으로 끌어당기는 중력과 땅에서 밀어내는 반발력이 관계한다. 서로 반대되는 힘이 작용하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숨어 있다. 한 발을 내딛고자 할 때, 다른 한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밀어내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만약 발바닥을 밀어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수면 위를 걷기 힘든 이유가 있다. 물 표면은 발바닥을 지탱해주는 반발력이 없기에 걸을 수 없다. 물속으로 빠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모래 위를 걸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내딛는 발을 지탱해주는 모래의 반발력이 흙보다 작기 때문에 오히려 발이 모래 속으로 쑥쑥 들어가 버린다. 걷기가 힘들게 돼버리는 것이다.



물체의 결합력을 해체시키기 위한 몸의 작용: 물리적인 힘, 화학적인 힘

사람은 살기 위해 먹는다. 

왜 입에는 딱딱한 이빨이 있고 항문에는 이빨 대신에 단단한 조임근인 괄약근이 있을까? 그 반대로 입에 

괄약근이 있고 항문에 딱딱한 이빨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일까?

음식은 형태와 종은 다르지만 또 다른 생명체이다. 그 생명체 또한 외부환경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구비되어 있다. 식물은 껍질, 동물은 피부가 가장 표면에 있다. 먹기 위해서는 이것을 해체해야 비로소 그 안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비롯한 무기물들을 사람의 체내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껍질이나 겉 피부는 질기다. 입 안에서 쪼개고 으깨어야 비로소 위장 단계에서 좀 더 작은 단위로 해체가 가능한 것이다.


음식을 분쇄하는 데는 물리적인 힘이 작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음식물의 각 소재에는 결합조직이 감싸고 있어서 이를 해체해야 속에 있는 내용물을 꺼내서 몸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안에서 씹는다든가 으깬다든가 위장에서 위장 근육으로 혼합한다. 입안에서는 딱딱한 이빨이 필요하고 위장에서는 힘차게 혼합할 수 있는 강력한 근육(평활근)이 준비되어 있는 이유이다.


더 작은 단위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분해하는 화학적인 작업은 어떨까? 

물질의 화학적 결합을 해체하기 위해 분비되는 소화액이나 효소가 필요한 이유이다. 잘게 나뉘어진 음식물에 담긴 영양소를 끄집어낼 때는 소화효소 같은 화학적인 힘이 필요하다. 영양소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효소가 작용한다. 탄수화물을 분해할 때는 아밀라아제, 단백질은 프로테아제, 지방은 리파아제가 작용한다.


소화 흡수되고 최종적인 단계에 이르면 대변이 되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작업이다. 이때에는 적절한 때에 맞춰 내보기도 하고 멈추기도 해야 한다. 강력한 조임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근수축력이 있어야 한다. 이 힘이 약하다면 야외 활동 중 급성 설사가 있게 되면 끔찍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변이 항문 밖으로 나가려는 압력을 항문괄약근의 수축력으로 버텨내지 못하면 주체할 수 없는 물변이 쏟아져 버릴 것이다.




몸속의 기관도 음식의 이동경로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사람은 직립한다.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아랫방향으로 내려간다. 입에서부터 시작된 소화기관들의 배열 또한 아랫방향으로 순차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식도--> 위장--> 소장--> 대장---> 직장--> 항문 순이다.


그 기능에 따라 순서가 배열되어 있는 것이다.

인체는 음식을 몸속으로 받아 들어간다. 음식이 입속으로 들어가면 몸 아랫방향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입속에서 으깨진 음식물은 혀의 움직임에 따라 컨베이어 벨트처럼 목구멍 쪽으로 이동한다.

식도를 통과해서 아랫방향인 위장으로 갔다가 구불구불한 소장을 통과해서 대장으로 이동한다. 음식찌꺼기가 대장의 상행결장에서 심지어 위로 올라가기도 하면서 직장을 통과해 항문 방향으로 이동한다. 음식 찌꺼기는 대변으로 변해서 배출된다. 이때 항문의 조임근은 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조절한다.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다

몸은 중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몸속의 체액은 아래쪽으로만 이동할까?

그렇지 않다. 신체 상하좌우 곳곳으로 움직이면서 세포에 필요한 물질을 교환한다. 

심지어 정맥혈은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혈관 근육과 골격근의 수축에 따른 혈관 수축에 의한 압력(정맥압)으로 윗방향으로도 올라가는 것이다.


몸속 액체인 체액도 위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바로 혈액과 호르몬, 림프이다. 

윗방향으로 올라가는 정맥 혈액은 다른 힘의 도움을 받아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다리 근육이 조였다 풀렸다 하는 힘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소화관 내에서도 위로 올라가는 부위가 있는데, 대장 중 상행결장이다. 소장에서 넘겨받은 음식찌꺼기는 

맹장을 거쳐 상행결장에서 넘겨받아 윗방향으로 올라갔다가 횡행결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순리에 거슬러 윗방향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토할 때이다. 위장 속에 담긴 음식물이 아래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위로 솟구쳐 거슬러 나온 것이다.


음식물은 아랫방향으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다. 위쪽으로 역류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소화기관의 몇 군데에서는 몸 위쪽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막는 장치가 있다. 위장의 상단부에 있는 조임근(괄약근)은 역방향인 몸 위쪽으로 음식물이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만약 이 조임근이 열리면 위장 내 음식물이 위쪽으로 분출하게 된다. 구토인 것이다.



우리 몸에는 영향을 미치는 힘에 맞서 몸의 구조와 기관들이 디자인되어 있다. 몸속에 들어오는 물질인 음식이나 공기를 처리할 때에도 힘이 작용한다. 음식이 갖는 중력을 고려한 소화기관의 배열과 근육의 사용, 호흡 시 들어오는 공기같이 가벼운 기체를 처리하는 기관 그리고 이들을 잘게 나누고 흡수하는 기관들은 각각 필요한 힘을 사용하도록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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