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공존 생태계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이 만나다
하늘은 물과 빛을 통해 땅과 만난다.
땅은 식물을 통해 물과 빛을 받아들인다.
인간은 땅에서 자란 식물을 먹고 살아간다.
하늘은 땅을 통해 인간에게 다가가고, 인간은 식물을 통해 하늘을 받아들인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관계 맺음'이다. 하늘의 변화는 땅을 통해 드러낸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면 땅에서는 초목이 새잎을 내고 꽃이 핀다.
하늘과 땅은 햇빛과 물을 통해 교류한다. 땅의 물은 햇빛에 의해 증발해서 하늘로 올라가서 빗물이 되어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하늘과 땅은 햇빛과 바람과 비와 눈으로 교류한다. 하늘의 손짓에 땅은 꽃과 열매로 화답한다. 하늘은 그대로이나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요인도 있다. 구름끼리 부딪히면 번개와 천둥이 생기기도 한다.
태양은 그대로이나 구름이 가려 빛을 잃을 때도 있다. 하늘의 변화는 땅에 영향을 미친다. 비를 너무 많이 내리면 폭우로 땅에서는 홍수가 나고 이재민이 생긴다. 세찬 바람을 일으키면 폭풍으로 수목이 꺾인다. 햇빛만 너무 오래 비치면 가뭄으로 땅이 갈라지고 수목이 말라 죽는다.
이 모든 것이 자연(自然)의 본질인 것이다.
좋고 나쁨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느냐 피해를 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따름이다. 따사로운 햇빛과 적당한 비는 나무를 잘 자라게 한다. 하지만 폭풍우를 견뎌낸 나무는 질긴 생명력을 지닌다. 홍수는 강을 범람하지만, 토사를 쌓이게 하여 비옥한 토양을 만든다. 몸에 병균이 침입하면 병을 앓게 되나, 이겨내면 면역력이 생겨 병에 튼튼해진다.
땅은 생명체의 터전이다
나무는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땅 위로 줄기가 자란다. 동물은 땅 위를 뛰어다닌다. 날짐승도 하늘을 날다가 땅에 내려앉는다. 사람도 걸을 때 땅 위에 발을 딛고 움직인다.
하늘과 땅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
하늘은 땅에 햇빛을 쬐고 비를 내린다.
하늘은 공평하나 땅에서는 차이가 드러난다.
하늘은 자연의 순리대로 드러낼 따름인데, 차이를 활용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다.
하늘은 공평무사(公平無私)하고 자연은 있는 그대로일 뿐이나, 인간은 가치판단이 있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이 있는 것이다. 볼록하거나 오목함이 있으니 밝은 것과 어두움이 구별되고 형태의 차이가 생겨난다. 색채와 구도가 미술의 원천이 된다. 볼록하거나 오목한 형태에 부딪쳐 나는 소리의 차이가 생겨나니 음악의 원천이 된다. 사물이 높은 곳에 있기도 하고, 낮은 곳에 있기도 하다. 이것을 추상화된 기호로 표현할 수 있으니 형상문자(한문)의 원천이 된다.
하늘의 기운이 땅에 드리워져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꽃이 있고 인간이 있다. 풍취 좋은 자연 정경은 그 자체가 입체적인 산수화요, 4D 풍경화이다. 사람이 바라보며 느껴지는 감동은 가슴을 울렁이게 하고 탄성이 나오게 한다. 바로 풍경에서 자연의 음악이 나오는 것이다. 자연은 미술과 음악의 무궁무진한 소재가 되는 것이다.
땅에서는 차이의 세계가 드러나다
땅 위 생명체들의 생존 방식은 서로 다르다.
식물은 햇빛과 수분이 먹이지만, 인간과 동물은 다른 생명체를 먹이로 한다. 인간과 동물의 생존은 다른 생명체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체내에는 소화기를 비롯해서 다른 생명체를 가공 처리할 시스템이 정교하게 갖춰져 있다.
땅에서 자라는 식물은 형형색색의 색깔과 다양한 형태가 드러난다.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다. 땅 위로 가지를 뻗치고 무성한 나뭇잎을 펼친다. 동물은 식물을 먹기도 하지만 약한 동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동물 세계에서는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이 지배한다.
인간의 세계는 차이뿐만 아니라 차별까지 존재한다. 노예제, 봉건제 시대에는 계급적 신분사회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법적으로는 평등하지만, 부익부 빈익빈의 경제적, 계층적 차별이 심화가 있다.
땅 위에서 일어나는 일상
하늘에서 햇빛이 내리쬐고 비를 내리면 땅에서는 초목이 자란다. 초원에서는 사자가 사슴을 잡기 향해 죽어라 뛰고, 사슴은 죽어라 도망간다. 모두 살기 위해 죽도록 뛰는 것이다. 사자가 사슴을 잡지 못하면 굶기에 생존에 위협이 된다. 사슴은 잡히면 바로 생존이 끝난다. 죽어라 뛰어야 죽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어떠한가? 평화의 제전, 올림픽 경기로 세계 단합을 외치지만 지구촌 한편에선 종교분쟁, 영토 문제로 종족학살과 테러로 살육전이 벌어진다. 한 집단이 살기 위해, 한 국가가 살기 위해 다른 집단이나 국가를 억눌러야 한다. 하늘 아래 생명체들의 생존 투쟁 속의 공존, 이것이 땅 위 생명체들의 본질이다.
인간의 생존과 만족은 남으로부터 이루어진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말하고 생각하고 걷는 등 일체의 작동이 가능하려면 영양공급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생존에 꼭 필요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및 무기물은 어디에서 공급되는가? 내가 아닌 다른 생명체 몸속에 담겨 있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체의 희생을 불가피하게 전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먹히는 생명체는 죽음의 고통과 슬픔을 안게 되는 것이다. 산 자는 생존의 만족이 있지만.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은 존재하기 위해서 다른 생명체의 희생이 전제된다. 먹이사슬 속의 공존이다. 역설적이게도 생존과 희생, 평화와 투쟁, 행복과 불행의 공존이 지구촌 생명체의 역사이다. 갈등보다는 평화를, 죽음보다는 삶을, 불행보다는 행복을 더 누리기 위해서는 인간의 실천, 공동체 지향의 삶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 땅의 역사이다.
왜 인간 세계에서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가
해와 땅과 물이 어우러져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
여기에 인간의 노동이 개입되면 모가 자라고 곡식이 여물어 쌀이 생산된다. 쌀은 인간 생존의 필수 요소이다. 노동을 통해 비로소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인간이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이다. 쌀의 생산량은 인간의 생산능력과 자연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햇빛과 수분이 곡식이 여물게 하는 것은 하늘과 땅에 스민 자연법칙의 결과이지만, 쌀의 생산량이나 분배량의 차이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동물은 먹을 만큼 사냥하지만, 인간은 필요 이상으로 재물을 축적한다. 재물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매력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이익은 다른 사람의 손해가 되는 관계에서는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재물 때문에 때로는 이념과 종교의 차이로 싸우기까지 한다. 인간은 협력을 통해 위대한 일도 성취하지만, 배신을 통해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인간은 타인의 목숨을 빼앗기도 하는데, 더러는 대량 학살을 일으키기도 한다. 식물, 동물, 인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한다는 것이다.
하늘은 햇빛과 비를 내려줄 따름이나 땅의 소산물은 인간의 차이를 낳는다. 차이는 갈등을 낳고 투쟁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햇빛과 비가 내리면 때에 맞춰 식물이 자라고 열매가 맺기 마련이다. 인간의 먹거리로서 곡식(쌀, 벼, 밀)과 열매의 생산량은 인간의 노동력과 생산기술력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차이가 나는 생산물을 둘러싼 분배와 소유는 인류 역사에서 투쟁의 기본 요인이 되었다. 갈등의 조정과정은 때로는 협력을 통한 상생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파국을 통한 유혈 충돌이 되기도 했다.
하늘 아래 인간은 존귀하다. 원시시대에는 집단생활을 하며 평등한 사회였다. 하지만 공동체 내에 서열이 만들어지고 왕권이 만들어지고 국가가 형성되면서 신분제 사회에서는 인간의 상하관계, 예속관계로 맺어졌다. 지난한 땀과 노력으로 신분제가 철폐된 민주주의가 들어섰으나 사회적 지위와 권력, 재력에 따른 계층으로 분화되면서 보이지 않는 신분제 사회가 되었다.
보다 많은 욕구 충족을 위한 경쟁의 가속화, 방법의 세련된 진화는 대상물 획득과 분배의 불균등을 가져오고 이는 개인 간 집단 간, 국가 간 충돌의 근본 요인이 된다. 따라서 자국 이익 확대를 위한 국가 간 전쟁과 사회 내 개인 간, 집단 간, 지역 간 갈등은 보다 많은 욕구 충족을 지향하는 인간의 속성상 필연적이다.
인간에게는 실천이 답이다
동식물은 오랜 기간에 걸친 진화를 거치면서 후손을 번식한다. 인간은 동식물과 달리 문명의 진화, 역사의 진보를 가져왔다. 발견과 발명을 통해 문화와 문명이 발달하고, 투쟁과 단합을 통해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 왔다.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하늘 아래 지구의 생명체들은 서로 의존하기도 하며 억누르기도 하면서 공존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몸,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는 서로 다르다.
자연은 스스로 작동하지만, 인간의 몸은 나의 일부분은 의지도 작용한다. 사회와 역사는 인간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밝은 이 자리도 해가 지면 캄캄해진다. 해가 뜨면 다시 환해진다. 같은 자리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해야만 하루가 이루어지고 1년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모두 내 의지와 무관하게 스스로 이루어지는 현상일 따름이다.
내 몸의 개별 세포도 죽어가지만 새로 생겨나는 세포가 있다. 정상 세포만 성장, 분화할 수 있다. 건강한 몸이 된다. 암세포 또한 자랄 수 있다. 생명을 단축하게 된다. 개인 섭생과 의학적 노력에 따라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고 연장될 수도 있다. 모두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공동체에서 내가 많이 가져가면 타인이 적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갈등이 생겨난다.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가 공동체가 갈등에 휩싸일지 안정될지 결정될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작동'한다. 사회 공동체는 '의지적인 실천'을 통해 바꾸어 가는 것이다. 그 차이가 크다. 사회는 집단 간 갈등 조정이 지혜롭게 풀어지면 역사 발전이 이루어지고, 그렇지 못하면 혼돈에 빠지기도 한다. 모두 인간이 만들어 낸 작품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