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춤춘다
뇌를 둘러싼 두개골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뇌 속에는 뇌척수액이 흘러 다닌다.
뇌신경망에는 신경전달물질이 분주히 돌아다닌다. 두꺼운 머리뼈(두개골) 속에 감춰진 우리의 뇌.
생명을 유지하고, 인식을 주관하는 인체의 가장 핵심인 뇌.
이 뇌가 움직이다니.
뇌는 가장 소중하다. 따라서 고정되어 있을 것 같다. 가장 안정되게 말이다.
하지만 머리뼈는 움직인다. 부드러운 춤이다.
뇌 속의 물결_뇌척수액
혈액이 전신으로 순환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뇌에서도 뇌척수액이 순환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게 겉보기에 고정된 실체로 보이는 몸속 깊은 곳에는 오늘 이 시간에도 쉼 없는 순환이 있다. 생명의 맥동은 우리 몸 가장 깊은 곳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액체 쿠션 같은 뇌척수액이 단단한 머리뼈와 물렁물렁한 뇌 사이를 유유히 흘러간다. 뇌 속에는 유동액인 뇌척수액(CSF:Cerebro Spinal Fluid) 이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 뇌척수액은 뇌 속에 들어 있는 뿔 모양의 공간인 뇌실에서 생산된다. 뇌실에는 펌프 기능을 할 구조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순환을 할까?
동맥 박동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뇌척수액은 뇌실 속을 순환하다가 작은 구멍을 통해 뇌 밖으로 나와서 뇌와 척수 주위를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뇌척수액은 하루에 500ml 정도 생산되어 350ml 정도는 흡수된다. 나머지 150ml 정도는 두개골(Cranial)에서 엉치뼈(천골, Sacrum)까지 순환한다. 이것을 선천적 호흡이라고 한다.
이 순환은 두개골과 엉치뼈가 서로 조화롭게 움직일 때 그 사이를 순환한다. 하루 4번 교환된다.
이러한 뇌척수액이 잘 순환되지 않으면 병이 된다. 세균성 뇌수막염(Meningotis)이 그것이다.
이것은 남녀노소 연령에 상관없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초기에는 마치 열을 동반하는 감기 증상처럼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현대인에게 이 질환이 많다. 걷기를 등한시하는 생활 패턴 때문이다. 두개골과 엉치뼈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뇌척수액의 순환은 걸을 때마다 활성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자생활 중심이거나 잘 걷지 않다 보면 뇌척수액 순환의 장애를 가져온다.
뇌척수액의 아름다운 춤을 위해 걷기를 생활화하자.
식사 후 5분은 꼭 걷도록 하자. 가장 고요하고 가장 신비로운 곳의 율려를 음미해보자.
뇌 속의 춤_신경전달물질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고, 기억하고 판단하는 이 모든 것.
세상과 나의 몸 사이에서 쉼 없이 일어나는 교류이다.
뇌 속으로 바깥세상의 수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겨울 추위를 이겨낸 노란 복수초의 아름다움,
피부를 살랑이며 스쳐가는 봄바람의 부드러움, 연인에게서 풍겨오는 사랑스러운 체취.
이 모든 느낌은 신경계 말단의 감각 세포에서 전기화학적 신호를 발생시키고 체내 고속 통신망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100개 이상의 연결망이 있어서 약 10조 개의 연결망이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 사이를 연결해준다. 시속 300킬로미터가 넘는다. 몸속에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머리뼈도 움직인다
머리뼈의 움직임의 핵심은 뒤통수 뼈, 나비 뼈, 관자뼈 등 이 3가지 뼈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규칙적인 리듬은 머리뼈와 얼굴뼈들의 움직임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머리에는 8개의 머리뼈와 15개의 얼굴뼈가 있다. 머리뼈뿐만 아니라 척추를 통해 엉덩이의 천골도 같이 움직인다.
호흡에는 두 가지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폐로 하는 호흡은 횡격막이 움직이는 후천적 호흡이라 하고 머리뼈와 천골이 움직이는 것을 선천적 호흡이라 한다. 나비뼈가 이 두 가지 호흡의 리듬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머리뼈의 움직임에서 보면 나비뼈가 앞으로 회전하는 것을 굴곡이라 하고, 뒤통수 뼈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신전이라고 한다. 선천적 호흡인 두개-천골리듬은 나비뼈가 굴곡을 할 때 뒤통수 뼈는 그와 반대로 신전의 움직임을 한다.
횡경막 호흡과 두개-천골 리듬은 차이가 있다. 횡경막 호흡은 의지로 일시적으로 멈추게 할 수 있지만 이 두개-천골의 리듬은 자기의 의지와 무관하다. 죽을 때까지 그 리듬은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다.
머리뼈는 척추의 움직임과 함께 한다
뇌는 두개골 속에 있다. 머리는 몸과 따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머리는 척추와 하나의 '라인'을 이루고 있다. 하체의 움직임은 척추를 타고 파동처럼 두개골까지 연결된다. 이 연결라인에 어떤 긴장된 부위가 있다면 몸의 끝부분인 발목, 뒤꿈치, 머리와 목 같은 몸의 끝부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들이 생각에 집중하거나 긴장이 되었을 때 머리가 뻣뻣해지는 습관이 있다. 이 긴장이 척추를 타고 아래쪽으로 내려와 다리에 까지 전달되어 걸음이 무겁고 느려지게 된다. 잘 살펴보면 골똘하게 생각에 잠겨있을 때는 발뒤꿈치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는 것이다.
머리뼈와 오장육부는 연결되어 있다
머리뼈(두개골)는 단단하다. 고정되어 있다. 겉에서 만질 수 있다. 오장육부는 부드럽다. 속에 있어서 만질 수 없다. 과연 오장육부가 균형을 이루면 이마가 둥그스름해질까? 또는 이마가 불균형이면 오장육부의 조화가 깨지는 것일까?
실제로 이 두 기관은 인체 부위에서 서로 떨어져 있지만 상호 연결되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장육부는 내장 근육을 통해 머리뼈(두개골)에 연결되어 있다. 머리뼈에는 관자놀이 근처에 나비뼈(접형골, Sphenoid bone)가 있다. 마치 나비 같은 모양을 닮아서 나비뼈로 불린다. 바로 이 뼈가 머리뼈와 오장육부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한다. 오장육부의 변형상태는 뒤통수뼈와 나비뼈의 기저부(밑)에서 변형을 일으키게 한다. 반대로 오장육부가 균형을 이루게 되면 나비뼈의 변형도 안정을 갖게 되어 이마의 형태까지 변하게 하는 것이다.
개인사는 뇌의 역사이다
뇌는 삶과 죽음을 함께 한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죽음의 순간까지 겪는 모든 느낌, 감정, 생각은 뇌와 함께 한다. 아름다운 것, 추한 것, 하늘을 날 것 같은 기쁨,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슬픔, 이 모든 것은 뇌와 함께 한다.
한 사람의 역사는 뇌의 율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