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과 먹거리
몸의 숙명.
사는 동안 먹고 숨쉬기
호흡과 음식 섭취는 몸이 평생 하는 일이다.
생물학으로 본 인간사이다.
한 끼 식사를 통해 몸속에서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가 해후한다.
하늘의 햇빛을 받아 땅에서 자란 음식물과 바다에서 자란 해산물이 몸속으로 들어온다.
마시고 내쉬는 호흡에 하늘과 땅 사이를 유영하던 공기가 들어온다.
음식물로부터 영양소, 공기로부터는 산소가 얻어져 몸속에서 만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몸은 이 에너지 덕에 걷고 말하고 웃고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생존은 생명의 춤이다
음식물이 몸속에 들어가는 동안 오장육부는 춤춘다.
자기들끼리 잘 도 알아서 때론 동시에 때론 따로따로. 잘 추어진 춤은 몸에 생명력을 줄 것이다.
숨 쉴 때 하늘과 땅 사이의 공기가 들어간다.
외복사근이 당겨지면서 갈비뼈가 벌어진다. 횡격막이 아래로 수축되면서 폐는 부풀어 오른다.
콧구멍은 확대되면서 슉슉 공기가 들어간다. 햇빛 받아 자라난 식물이 만들어낸 산소가 몸속으로 들어간다.
영양분과 함께 몸 주인의 생명활동에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고뇌하고, 웃고, 슬퍼하는 모든 것에 함께 할 것이다.
오장육부는 리듬이다
폐가 부풀고 줄어듦에 따라 코 속으로 들숨과 날숨의 규칙적인 왕래가 일어난다.
심장리듬은 행진곡이다.
간의 리듬은 묵직하다.
폐의 리듬은 조용한 생명의 리듬이다.
폐는 횡격막이 오르내림에 따라 부풀었다 줄면서 춤춘다.
폐가 부풀고 줄어드는 박자에 맞춰 코가 벌어지면서 벌름거린다.
위장에는 음식물과 위액이 힘차게 뒤섞인다.
파도가 몰아쳤다 사라졌다 한다.
심장, 위장을 포함한 오장육부들은 고유의 리듬으로 율동한다.
오장육부들은 몸속 근육의 근막에 달라붙어 있다. 따라서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내장들도 영향을 받는다.
부드럽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몸속의 근육 망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근육의 막에 연결된 오장육부도 리드미컬하게 춤을 춘다.
오장육부는 오케스트라 협연이다
몸이 움직인다는 것은 몸속 움직임과 몸 바깥 움직임의 통합적 결과이다.
가만히 서있거나 누워 있어도 몸속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장육부와 내장기 근육, 신경계는 계속 활동하고 있다. 심장은 쉬지 않고 박동 치면서 신체 말단까지 혈액이 돌도록 한다. 호흡을 위해 폐는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며 횡격막과 호흡기 근육은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뇌는 지휘자이다.
신경계, 호르몬계를 통해 오장육부를 지휘한다. 오장이 연주가 가능한 것은 근육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통해 계속 움직인다.
움직임에는 리듬이 있다
리듬에는 규칙적인 리듬이 있고 불규칙한 리듬이 있다.
때로는 독주를 때로는 협주를 하지만 모두 심장의 반주에 힘입은 것이다. 심장의 반주가 없으면 연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끼 식사에도 오장육부의 놀라운 군무가 펼쳐진다. 심장근육이 오므렸다 펴지면서 뿜어주는 혈액에 담긴 에너지는 턱 근육을 움직이게 한다. 입 속으로 음식이 들어간다.
호흡할 때 폐뿐만 아니라 나머지 오장육부도 다 함께 협력한다. 심장에서 공급하는 혈액의 힘으로 숨을 마시면 횡격막이 아래로 수축하면서 폐가 확장된다. 위장은 연동운동을 하면서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간은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뒤집어진다. 신장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폐가 잘 확장되도록 도와준다.
오장육부의 율동은 순조로워야 한다
오장육부의 운동에는 방향과 율동의 리듬이 있다. 어그러진 리듬은 불편한 통증을 유발하고 질환을 생기게 된다.
역류성 식도염을 보자.
식도는 음식물이 내려가는 곳이다. 거꾸로 올라오게 되면 산도가 높은 위산의 자극 때문에 가슴이 타는듯한 통증이 생긴다. 위장은 입 속에서 으깨어진 음식물을 죽의 상태로 만든다. 리드미컬하게 반죽을 해서 아랫 방향인 소장 쪽으로 내려 보낸다.
만약 정체되면 어떻게 될까?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하게 된다. 심하면 위통이나 소화불량이 되는 것이다.
심장은 전신으로 혈액을 돌려야 한다.
두껍고 튼튼한 심장근육으로 힘차게 뿜어낸다. 심장의 관상동맥이 막혀서 심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극심한 통증이 생기거나 심근경색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편안한 몸이 연출하는 고요한 춤
몸을 이완해서 마음이 가라앉으면, 호흡이 가슴 부위에서 아랫배 쪽으로 내려간다.
특히 아랫배에 위치한 단전을 중심으로 호흡을 하면 복부 근육이 같이 움직인다.
우리 몸의 복부에는 배꼽을 중심으로 8개의 근육이 있다. 이 근육들이 움직이면서 우리 몸의 축을 잡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숨을 마시면 가슴 부위의 가로막이 수축한다. 이에 따라 배꼽을 중심으로 8개의 복부 근육이 여덟 방향으로 동시에 수축한다. 이때 어느 방향으로든 조화롭게 잘 움직여야 우리 몸의 축이 잘 잡힌다는 것이다. 우리가 걷고, 서있고, 앉고 눕는 단순한 동작에도 보이지 않는 근육 망들의 숨은 조화가 있는 것이다.
몸이 가만히 있으면 몸속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오장육부가 신경계의 명령(교감, 부교감 신경)에 따라 자체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몸 전체 명령을 담당하는 뇌척수액이나 몸을 수호하는 면역계의 림프순환이 활성화된다. 감각계도 활성화되어 감도가 높아진다. 감성이 풍부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산속 옹달샘이 고요할수록 더 맑아지듯이 말이다.
단순히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자세를 단정히 해보자.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으며 오장육부는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