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교향악이 울려 퍼진다.
심장의 고동, 혈관의 맥박, 위장 근육의 활기찬 교반(뒤섞임), 숨 쉴 때마다 춤추는 폐와 간장의 꿈틀거림
가만히 누워 몸속 연주에 귀 기울여 보라. 놀라운 교향악이 퍼져 나온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는다.
음식은 한 입에 입 속에 담겼으나 그다음 과정은 정교한 처리 단계에 맞춰 몸속으로 몸속으로 들어간다.
입속에서 으깨지고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넘어간다. 잘 소화되도록 죽의 형태로 변형된 음식은 소장에서 아주 작은 융모막을 통해 영양소로 흡수된다. 간을 통해 심장에서 모아진 영양소는 폐에서 얻어진 산소와
함께 우리 몸 각각의 세포에 전달해 에너지를 만들도록 한다. 놀랍도록 정교하고 잘 통제된 일련의 생명활동이다.
아는가?
고단한 일상도 감동스러운 오장육부의 협주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오장은 오케스트라이다
뇌는 지휘자이다. 신경계, 호르몬계를 통해 오장육부를 지휘한다. 오장이 연주가 가능한 것은 근육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통해 계속 움직인다. 움직임에는 리듬이 있다. 리듬에는 규칙적인 리듬이 있고 불규칙한 리듬이 있다. 때로는 독주를 때로는 협주를 하지만 모두 심장의 반주에 힘입은 것이다.
심장의 율동
심장리듬은 행진곡이다. 심장은 북이다. 쿵쾅대는 우렁찬 소리는 생명의 박동이다.
심장의 반주가 없으면 연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심장 반주는 동방결절의 전기적 신호에 따른 박동에서 시작된다.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이 차례대로 힘차게 움직이면서 혈액을 쏟아낸다. 이 혈액을 받아 위장, 간장, 폐, 대장, 신장 등 오장육부 협주가 이루어진다. 심장의 반주는 동방결절의 전기적 신호에 따른 박동에서 시작된다.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이 차례대로 힘차게 움직이면서 혈액을 쏟아낸다. 이 혈액을 받아 위장, 간장, 폐, 대장, 신장 등 오장육부 협주가 이루어진다.
심장이 북이다. 쿵쾅대는 우렁찬 소리는 생명의 박동이다.
심장이 뛰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방법이 있다. 청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장원에서 흰 가운을 목에 두르고 의자에 앉아 지켜보라.
가만히 보면 흰 가운의 일부가 통통 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장이 박동 치는 것이 흰 가운을 퉁기고 있는 것이다. 심장에서 가까운 부위도 '통통' 거리지만 다리 쪽에 가까운 부분도 '통통'하면서 튕겨지고 있다.
이것은 무엇인가?
심장의 좌심실에서 수축하면서 혈액이 쏟아져 나갈 때 발생한 고동이 흰 가운을 울림통 삼아 '통통'거리는 것이다.
폐와 신장의 율동
폐의 리듬은 조용한 생명의 리듬이다.
폐가 부풀고 줄어듬에 따라 콧속으로 들숨과 날숨의 규칙적인 왕래가 일어난다. 폐는 횡격막이 오르내림에 따라 부풀었다 줄면서 춤춘다. 폐가 부풀고 줄어드는 박자에 맞춰 코가 벌어지면서 벌름거린다.
기관지의 속 면을 덮고 있는 세포 표면에 매우 가는 털 모양의 섬모가 춤을 춘다. 물결치듯 흔들리는 섬모는 기관지까지 들어온 먼지를 비롯한 이물질을 목구멍까지 밀어 올린다. 가래를 통해 몸속 물청소를 하는 것이다. 숨을 마시면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수축이 되고, 폐는 확장되면서 폐 아래쪽의 신장이 내려간다.
신장의 움직임은 가로막 호흡 리듬에 의해 일어난다.
숨을 마실 때 신장은 허리근의 선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데 위끝(sup. Pole)은 앞으로 앞으로 숙여지면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회전(외회전)한다. 숨을 내쉴 때는 움직임이 반대로 일어난다.
신장 위에 있는 부신도 신장과 동일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움직임의 진폭은 대략 척주 몸통(3~4cm) 높이와 같고 하루 20,000번 이상의 반복으로 전체 이동 거리는 600m 이상이다. 어떤 환자는 바로 누운 자세에서 선 자세로 바뀌어도 동일한 진폭과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을 정맥내신우조영술(IVP)로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위장의 율동
음식물이 들어오기 전부터 몸속은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입 속의 혀밑샘에서 타액이 스며 나온다. 음식물이 들어오면 이빨로 잘게 부수고 썰어서 혀 컨테이너로 식도 입구로 착착 운반한다. 식도 입구가 열리기 직전에 연구개가 기도를 얼른 막아서 음식물이 숨구멍에 잘못 들어가지 않도록 잽싸게 건널목 차단기를 내린다. 간혹 번지수를 잘못 찾은 음식 일부가 기관지 쪽으로 내려갈라치면 순식간에 기침과 함께 밖으로 나가게 한다. 사레들렸다는 것이 이것이다.
위장에는 음식물과 위액이 힘차게 뒤섞인다.
위장에는 음식물과 위액이 힘차게 뒤섞인다. 바닷가 파도가 해안가로 몰아치듯 한다.
야채인 김치와 육류인 돼지고기가 몸속에 소화 흡수되어 영양분이 되고 내 몸의 세포나 조직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 소화 과정이 준비되어 있다. 먼저 배추의 섬유질 막과 돼지고기의 겉 피부 조직을 찢기 위해 송곳니와 앞니가 분주히 움직이고 분쇄하기 위해 어금니가 으깬다. 그 사이사이로 좀 더 작은 단위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로 분해가 되도록 혀밑샘에서 아밀라아제가 스며 나와 으깨진 음식물과 섞여간다. 이것은 다음 단계인 위장에서 소화하는 작업의 부담을 줄여 줄 것이다.
입에서 대충 씹다가 삼키는 직장인, 수험생 등이 소화불량에 걸리는 이유가 된다. 위장으로 내려오면 내 몸에 흡수될 수 있는 작고 풀어진 형태로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벌어진다. 위장에서 산성이 강한 위산으로 음식물을 녹여 죽의 상태(죽상)로 만들어 십이지장으로 내려 보내면, 간에서 만들어 저장해놓은 담즙을 담관을 통해 뿜어낸다. 담즙과 섞인 연미죽 상태의 음식물은 드디어 지방은 지방대로, 탄수화물은 탄수화물대로, 단백질은 단백질대로 분해되기 쉽도록 변화된다.
소장과 대장의 율동
이윽고 식도 입구에서 식도로 엘리베이터를 통해 잘게 쪼개진 음식물을 내려 보낸다.
소장 길이 7m를 지나는 동안 죽 상태의 음식물에서 몸에 유용한 영양소를 주우 주욱 뽑아낸다. 소장 벽에서 오돌토돌 솟아있는 돌기를 통해서 말이다. 기나긴 소장 터널을 지난 음식은 거의 찌꺼기만 남은 채 대장이라는 보다 큰 컨베이어 벨트에서 수분 기를 좍좍 빼서 수분은 신장으로 나머지는 직장과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밀어낸다.
대장은 꿈틀거리는 용틀임이다.
소장에서 넘어온 음식 찌꺼기에서 수분을 제거하면서 항문 방향으로 움직인다. 화물실은 기차가 착착착 나아가듯이 때로는 위쪽(상행결장)으로, 때로는 수평(횡행결장)으로 때로는 아래쪽(하행결장)으로 나아간다. 구불구불 기나긴 소장을 통과하면서 대부분의 영양소를 몸속으로 흡수하고 직경이 더 큰 대장으로 내려 보내면 남은 영양분도 흡수하고 비타민D도 합성한다.
한편 수분을 빨아들여 음식찌꺼기를 대변으로 만들어 간다. 수분 흡수가 제대로 안되면 묽은 변, 더 안되면 설사가 된다. 이때 배를 눌러보거나 누워서 통통 튕겨 보면 물소리가 나는데, 이를 한의학에서는 진수음(進水音) 또는 복명이라 한다. 체내 불필요한 잉여 수분이 많다고 판단하고 수분 제거에 좋은 창출, 복령, 저령, 의이인을 사용한다. 대장에서 컨베이어 이동(횡행결장)이나 엘리베이터(상행결장, 하행결장) 같은 연동운동으로 직장을 대뇌의 배변 신경의 명령과 동시에 항문의 괄약근이 개방되면 음식물은 찌꺼기가 되어 몸 밖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오장육부의 율동으로 외부 생명체가 내 몸화 되어간다
식사는 생명체의 순환이다.
다른 생명체가 내 몸화 되어 영양분과 에너지와 원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음식물이 쪼개지고 분해되어 내려가는 동안 몸 밖 세계에 있던 독자적인 생명체가 단계적으로 내 몸화 되어가는 것이다. 음식의 소재를 이루는 배추의 식물 조직 속 그리고 돼지고기 조직 속에 있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및 무기질들.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와 소장의 이중 융모막에서 흡수되어 간문맥을 타고 간에 글루코스 형태로 저장되면 이제 타 생명체가 완전히 내 몸화 된 것이다.
이 중 식물이나 동물의 체내에 있던 탄소, 질소, 무기질은 내 몸속에서 재활용된다. 원소 차원의 윤회인 셈이다. 내 몸이 생존하고 일을 할 수 있는 데에는 다른 생명체의 지속적인 희생이 전제된 것이다.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