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의 약성을 통해 '심신상교(心腎相交)'의 의미를 새겨보다
원지는 신경 정신질환에 자주 쓰이는 본초이다.
한의학에서 심신상교(心腎相交)는 오장육부 중 심(心)과 신(腎)이 기능적으로 서로 교류한다는 의미이다.
인체의 오장육부는 생리적, 기능적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한의학 고유의 관점이 담겨 있다.
양방의 인체생리학을 통해 이러한 한의학적인 추상적 개념을 접근해보자.
인체(心腎相交)(心腎相交))
우선 이 원지의 약성(藥性)을 알아보자.
遠志氣溫敺悸驚 安神鎭心益聰明(원지기온구계경 안신진심익총명)
풀어보면 다음과 같은 뜻이다.
원지는 성질이 따뜻하고 경계증(두렵고 떨리는 증상)을 몰아내고 마음을 편안케 하며 심기를 진정시켜 총명하게 한다.
1. 원지의 심신상교(心腎相交)적 기능에 대한 한의학적 해석
(1) 원지에 대한 본초학 교과서의 해설을 보자.
'원지는 성미가 苦辛性溫하여 苦泄辛散溫通의 효능이 있어 心陽을 보조하고, 痰濕을 祛하며, 心氣를 補益하여 腎氣로 하여금 上部의 心과 교통케 하여 심신을 교통케 하는 효능이 있으며, 담습이 祛하게 되므로 心腎이 交通되어 安神益智의 효능이 있다. 그러므로 담습이 내조(內阻)되어 나타나는 神昏과 驚悸, 健忘, 失眠 등을 치료한다'. (p496/영림사)
원지의 약리기전을 심신상교(心腎相交)라는 측면에서 한의학적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이것을 잘 이해하려면 우선 본초학의 기미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설명을 생략하기로 한다.)
심신상교(心腎相交)를 하는 기전으로,
-원지가 심기(心氣)를 보익(補益)하여 신기(腎氣)로 하여금 상부(上部)의 심(心)과 교통케 하여 심신을 교통(交通)케 한다는 것이다.
-습담(痰濕)을 제거하게 되므로 심신(心腎)이 교통(交通)케 한다는 것이다.
원지는 쓰고 매운 맛과 따뜻한 성질(苦辛性溫 고신성온)이 있다. 쓴맛은 배설하는 효능, 매운맛은 흩어지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따뜻한 성질은 막힌 것을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심과 신이 서로 생리적인 소통관계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2) 심(心)은 상초(上焦)에 있고 신(腎)은 하초(下焦)에 있다.
생리적으로 심기는 신에 하통(下通)하고, 신기는 심에 상승(上昇)하여, 심신(心腎) 간에는 상호 제약, 상호의존의 관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심신상교(心腎相交), 심신상통(心腎相通)이 깨지면 실면(失眠 불면증), 다몽(多夢 꿈이 많음), 몽유(夢遊 꿈에서 노님) 등이 나타난다.
즉 불면을 주증상으로,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하며 허리와 무릎이 시리면서 힘이 없는 증상이나 남자의 몽유(夢遺) 여자의 몽교(夢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원지의 심신상교(心腎相交)적 기능에 대한 양방 생리학적 해석
원지에 함유된 성분으로 onjisaponin이 있다.
이 성분은 거담(祛痰) 작용이 있다. 심낭에 있는 습담을 제거하여 혈관망을 통해 신장으로 보내 소변으로 배출시킨다.
습담이 제거되어 심장기능이 정상화되면 습담에 따른 증상인 신혼(神昏 정신이 혼미해짐)과 경계(驚悸 놀람), 건망(健忘), 실면(失眠 불면증)이 사라지는 것이다.
습담을 제거하는 원리를 보자.
혈관 내 삼투압을 높이게 해서 (또는 조직의 정수압을 높이게 해서) 심낭에 있는 습담을 혈관 안으로 흡수한 다음 혈관망을 통해 이를 신장으로 보내면 사구체에서 여과해서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것이다.
심신상교(心腎相交)의 양방 생리학적 사례
신장에서 혈압을 조절한다
즉 심(心)에 해당하는 혈압을 신(腎)에서 조절하는 생리적 소통관계(心腎相交)인 것이다.
이 기전을 살펴보자.
신장에서는 혈압조절에 필요한 호르몬(renin)을 분비해서 혈압과 혈액양을 조절한다.
신장과 심장은 혈압이나 혈류량의 변화를 감지하는 세포를 가진다. 신장은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을 통해 말초 저항과 나트륨의 배설과 유지에 관여한다.
레닌은 혈청의 앤지오텐시노겐을 앤지오텐신1로 전환시키며, 이렇게 형성된 앤지오텐신1은 주로 혈관 내피세포에 의해 생성되는 앤지오텐신 전환효소(ACE)에 의해 차례로 앤지오텐신2로 전환된다.
이때 앤지오텐신2는 혈관 수축을 유도하거나 부신에 의한 알도스테론 분비를 촉진하며, 세뇨관에서의 나트륨 재흡수 증가와 같은 작용을 통해 혈압을 상승시킨다.
부신의 알도스테론은 원위세뇨관에서 나트륨 재흡수를 한다. 그로 인한 수분의 재흡수 증가는 혈액량을 증가시켜 혈압을 상승시킨다.
원지는 꽃이 아주 작다. 잎도 얇고 가늘어서 학명에 'tenui(얇은)+ folia(잎)'이 담겨 Polygala tenuifolia라고 한다.
주역에서 보는 심신상교(心腎相交)_수화기제(水火旣濟)
참고로 심과 신이 서로 교류한다는 것은 주역에서 수화기제의 상태이다. 즉 물의 기운과 불의 기운이 서로 잘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인체 생리면에서 보면, 생리적인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괘(上卦/ 외괘外卦)는 물기운을 뜻하는 감괘(坎卦)이고 하괘(下卦/ 내괘內卦)는 불기운을 뜻하는 이괘(離卦)이다. 불위에 물이 있어서 불기운으로 물기운을 잘 데우고 조절해서 물기운이 잘 동(動)할 수 있는 상태이다. 즉 생리적인 기능이 잘 되고 있는 건강한 상태이다.
이와 반대되는 것이 화수미제(火水未濟)로 불기운과 물기운이 서로 교류하지 못하고 따로 움직이고 있다. 생리적인 기능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있어서 건강하지 못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