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에 예술이 있고 과학이 담겨 있다
걸음, 소박한 무용이다
걸음은 직선으로 곡선을 그리는 춤이다. 뼈대는 직선이다. 팔, 다리뼈는 곧게 뻗어 있다.
직선의 팔다리가 걸을 때 몸짓의 궤적은 곡선을 그린다. 다리는 대퇴부와 정강이뼈로 구성이 되어 있다. 모두 직선이다.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 보자.
대퇴부를 들면서 상하 운동을 하면 아래의 장딴지 뼈는 반원을 그리면서 앞으로 내딛는다. 좌우 모두 반원을 그리며 내딛는다. 같은 박자의 몸짓이다. 오른발을 내딛을 때, 반대편인 왼팔이 올랐다가 내려간다.
양쪽이 쌍을 이룬다. 피겨스케이팅의 복식조와 같다. 호흡이 척척 맞는 조합이다. 몸의 중심인 척추를 통해 팔과 다리의 몸짓이 나온다. 팔뼈도 직선이다. 직선인 팔뼈가 오르내리는 궤적 또한 반원이다. 직선인 다리도 팔도 만들어 낸 몸짓은 곡선이 된다.
곡선 몸짓은 리듬이 있다. 박자가 있다.
어깨만 살짝 굼실대면 바로 춤을 느끼게 된다. 리듬감이 있는 몸이라면 어깨보다도 허리를 살짝 흔들거리면 된다. 그 보다 더 숙련된 사람은 골반만의 비틀림이나 무릎의 가벼운 율동만으로 허리의 탄성을 일으켜 팔다리의 리듬감을 살려낼 것이다.
걸을 때 비로소 지구를 느낀다
걸을 때 내게 저항하는 힘을 느낀다. 그 반발력 때문에 내가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두 가지 서로 다른 힘이 내 몸에 작용해서 '걸음'이 완성되는 것이다. 바로 몸이 땅을 누르는 힘(체중)과 땅이 내 몸을 밀어내는 힘(반발력)인 것이다.
내딛는 순간 땅바닥은 내 체중을 버텨낸다.
체중은 몸에 작용하는 중력이다. 지구 중심에서 몸을 끌어당기는 힘이다. 발을 내딛을 때 땅바닥은 그 체중만큼의 힘으로 밀어낸다. 이 또한 힘이다. 반발력이다. 이 두 가지 힘은 크기가 같고 진행방향이 서로 반대이다. 반대되는 두 힘이 작용해서 '걸음'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바닥에서 밀어내는 힘이 없다면 절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예를 들어 물의 표면에 발을 내딛고 걸어보라. 발바닥을 받쳐주는 반발력이 거의 없기에 푹 빠질 뿐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걸음은 맺힘과 풀림의 순환이다
걸을 때 다리를 구부리는 것은 하체 근육의 수축인데, '맺힘'이다.
다리를 펴는 것은 근육의 펴짐인데, '풀림'이다. 인간의 몸을 찬찬히 살펴보면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한 적응 기관들이 장착되어 있다. 짧은 발가락은 달릴 때 충격을 줄여준다. 아킬레스건은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일거에 터뜨리고, 두툼한 엉덩이 근육은 흔들거리는 몸통을 잡아준다.
좌우 교대로 발을 내딛을 때 반대쪽 팔이 앞으로 나가는 이유는?
무게중심을 잡기 의해서이다. 한 발을 내딛으면서 몸이 기울어지는데 반대편 팔이 나옴으로써 몸 전체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한쪽으로 기울어져 쓰러질 것이다. 아니면 캥거루 꼬리처럼 몸 뒤쪽 가운데 중심을 잡아 주는 꼬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걷는 로봇을 개발하기 힘든 이유이다.
오른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오른발을 들어 올릴 때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상체는 약간 왼쪽으로, 기울여야 한다. 그런 다음 우측 무릎이 들어지면서 바로 앞으로 내딛게 된다. 이때 순간적으로 무게 중심이 앞발에 쏠려 있다. 바로 그 순간에는 방향 전환이나 내딛는 발을 거두어들이기가 힘들다. 왜냐면 자기 몸무게의 많은 부분이 오른발에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내딛기까지 대뇌 판단, 운동신경 전달, 무게중심이동, 순간적으로 신체 중심의 이동 과정에서 불균형이 있다. 무술에선 이 허점을 노리는 것이다. 이 순간이 동작을 멈추기 힘들기에 격투기에서 노리는 포인트이다.
걸음에 과학이 담기다
무심코 내딛는 한 걸음.
지극히 단순한 이 동작 하나를 만들어 내기까지 몸속의 신경계, 근골계, 인지기능의 대뇌 등의 협력 결과이다.
먼저 내딛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시각정보를 바탕으로 대뇌에서 판단을 한다. 내딛고자 하는 발의 근육의 운동 신경망에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예를 들어 오른발을 내딛는다고 보자. 엄밀하게 보면 바로 오른발을 내딛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은 가만히 서있는 동작도 땅속(지구 중력)으로 잡아당기는 중력에 대항하여 끊임없이 양발로 몸의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리, 척추를 비롯한 모든 뼈대를 붙잡고 있는 근육, 그중에서도 다리, 척추 근육이 작용하고 있다. 머리의 굴근과 신근이 몸의 중심이 허물어지려는 것을 붙들면서 바르게 서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몸의 원리가 잘 관찰되는 사례가 있다. 근위축증이나 중풍 등의 근육 활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제대로 서있는다는 자체도 힘들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