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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그배나무 Jul 03. 2021

예술은 리듬에서 서로 만난다

예술과 문학은 마음의 리듬을불러일으킨다

예술적 감정은 서로 교차한다

시각적인 작품을 감상하는데 청각적인 감정이 일어난다. 청각적인 작품에서 시각적인 연상이 일어난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의 그림 '절규'를 보자. 감정이 요동하며 소리친다. 베토벤의 격정적인 교향곡 5번 '운명'을 들어보자. 몸부림과 평온이 교차하는 무용이 떠오른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자. 무용수들의 통통거리는 발짓에 피아노 소리가 맴돈다. 한편 큰 날개의 우아한 날갯짓은 잔잔한 클래식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그림에는 소리가 없고 음악에는 그림이 없지만 서로 통한다. 그림의 구도와 색채의 질감에서 우러나오는 감상은 리드미컬한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이 음악이 되는 것이다. 음악은 소리로 이루어진다. 뇌 속에는 박자와 리듬에 따른 광경이나 형태가 떠오른다. 음악이 그림이 되는 것이다.


문학가는 감동적인 시와 글로 표현하고, 예술가는 음악과 그림과 무용으로 표현한다. 글에도 운율이 담겨 있는 시가 있으며, 소설가 박경리 토지 작품처럼 그림 같은 서정적 소설이 있다. 글과 소리와 색채와 몸짓에는 감동을 주는 예술적 리듬이 담겨 있다. 문학, 음악, 무용과 그림이 서로 통하는 이유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기운의 분배와 흐름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 수단이 아름다운 소리인 것이 음악 작품이요, 구도와 색채인 것이 미술작품이며, 몸짓인 것이 무용인 것이다. 잘 가다듬어진 음악, 무용 , 미술 작품은 감상하는 사람에게도 아름다운 공명을 일어나게 한다. 명작에 빠져드는 이유이다. 명화를 감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거나 가벼운 탄성이 입 밖으로 스며 나올 때가 있다. 감상하면서 일어난 몸 안의 울림이 그대로 몸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공명의 리듬은 감동의 울림을 일으킨다

좋은 시나 소설을 읽을 때 감정의 요동이 일어난다. 무용의 아름다운 동작을 볼 때 머릿속에서 나 자신도 무용수가 되어 버린다.  감상자의 몸 안에서도 무용가의 몸짓이 일어난다. 


 



예술분야(음악, 미술, 무용)의 통섭은 '리듬'이다. 이 리듬은 흥을 돋구어 신명을 동하게 한다. 어깨가 들썩거리고 다리가 굼실 굼실대는 춤이 나오게 한다. 몸짓에는 소리와 표정이 함께 한다. 공통적인 것은 모두 예술이 불러일으킨 감정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기쁜 마음은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진다. 감응에 따라 평소보다 들뜨고 커진 목소리라든가 손과 발이 활발한 몸짓으로 나타난다.
 

 

 



예술은 리듬에서 만난다

음악, 미술, 무용의 통합적 원리는 감성을 터치하는 리듬이다. 내 몸 안의 신명을 이끌어 내는 울림이다. 우주에는 '리듬' 즉 '율려'律呂가 있다. 우주, 자연의 율려에 반응하여 몸에서 동動하는 것이 '신명神明'이다. 소리로 표출되는 것은 '음악'이요, 색채와 구도로 표출되는 것은 '미술'이요, 몸짓으로 표출되는 것은 '무용'과 '무술'이다. 무용과 무술 모두 리듬을 타는 것이다. 무용은 감상자를 감동시키는 예술적 방식이지만 '무술'은 상대를 제압하는 불규칙한 리듬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무용, 무술 등은 고유의 리듬이 있다. 그 리듬이 인간의 예술적 본능에 감응을 일으켜 신명을 동하게 하는 것이다. 음악은 예술적 리듬이 공기의 진동을 통해, 고막을 통해 청신경에 그 리듬이 전달되어 뇌에서 음악적 감동을 느끼게 한다. 미술은 구도와 색감이 시지각을 통해 미적 리듬을 불러일으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무용이나 무술은 몸짓에 담긴 빠르거나 혹은 느리거나, 크거나 작은 동작에 담긴 리듬이 시지각을 통해 뇌에 전달되어 미적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음악은 소리로 마음에 울림을 주지만 미술은 구도와 색감으로 울림을 일으킨다. 음악은 주로 귀를 통해 미술은 눈을 통해 감동의 길로 이끈다. 귀는 청신경을 통해, 눈은 시신경을 통해 모두 뇌로 수렴된다. 눈과 귀의 예술적 정보는 뇌를 통해 감성의 건반을 두드린다. 건반의 울림통은 사람에 따라 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번 만들어진 미술품의 감상은 한 명만이 아니다. 한 시대만이 아니다. 보존되는 동안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다. 미술품 감상은 감상자가 미술가와의 교류이다. 미술가의 정신세계와 감상자의 예술적 심성과 대화하는 것이다. 작품에 담아 놓은 미술가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예술가와 문필가는 작품을 통해 감상자의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미술가는 그림으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무용가는 춤으로, 문필가는 글로 표현한다. 미술은 색채와 구도로, 음악은 박자와 리듬으로 춤은 몸짓으로 글은 문자로 드러낸다. 미술은 빛을 통해, 음악은 소리를 통해, 춤은 무용가의 몸짓을 통해 문자는 빛의 반사를 통해 전달된다. 

빛은 눈으로, 소리는 귀를 통해 뇌의 지각신경으로 수렴된다. 예술작품과 문학작품에 대한 감동은 결국 몸에서 통하게 된다. 신명 나게 하며, 흥이 돋궈진다. 심박수가 증가하며, 혈액 흐름이 빨라져서 동공이 확대되고, 귀가 열리며, 입이 벌어지게 한다. 감동은 기억 저장소로 고이 모셔졌다가 먼 훗날 감동에서 예기치 않게 끄집어내질 것이다.
 
 

 

예술가의 고뇌가 농익게 배어든 작품일수록 청중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감동적인 음악은 심장을 쿵쾅거리게 한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5번을 들어보라. 심장이 미어터진다. 오페라 푸치니 가극 '오 나의 아버지'를 들어보자. 마치 조각배를 타고 출렁이는 파도 위에 있는 듯하다.
 
문학은 어떤가? 명시는 가슴을 쾅 때린다. 짧고 임팩트 있는 강렬한 리듬이다. 김훈 소설의 문체는 간결하다. 여백의 미가 있다. 마치 사진 찍을 때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배경을 흐릿하게 하면 인물이 훨씬 돋보이게 되는 효과와 같다. 한편 조정래의 장편 대하소설은 교향곡을 감상한 것 같다. 그 감동의 폭은 깊고 넓어서 묵직하다. 묵은 된장처럼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감동적인 장편 영화를 보듯, 선명한 이미지로 떠오르게 한다.


예술과 문학은 자연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이자 표현이다. 본질을 잘 드러낼수록 마음을 감동케 하고 영혼을 울린다. 감동의 폭은 개인 차가 있다. 가슴에 잔잔함을 주는 것에서부터 온몸에 행복바이러스가 스미고 퍼져 들어 꽉 찬 느낌까지 들게 하는 작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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