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함성 속에서 간호사의 목소리를 듣다

<오월의 청춘>을 통해 5.18 민주화 운동을 돌이키다

by 히스토리퀸

드라마 <오월의 청춘>이 5월 3일에 방영을 시작하였습니다. 드라마 홈페이지에 따르면, '1980년 5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희태와 명희의 아련한 봄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레트로 휴먼 멜로드라마'이죠. 남주인공 황희태(이도현)는 의대생이고 여주인공 김명희(고민시)는 3년차 간호사로 이들은 각자 모종의 사건을 겪고 광주에서 만납니다. 시청률은 평균 4~5%로 높지 않지만, 잔잔한 로맨스 속에 시대적 배경을 잘 녹아내어 많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5.18 때 의료진들은 어떤 활약을 했을까요? 의사들의 뒤에서 묵묵히 환자를 돌보았던 간호사들의 증언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 남주인공 황희태(이도현)(좌), 여주인공 김명희(고민시)(우) (출처: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신군부 세력의 독재 및 학생들의 시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와 전라도를 중심으로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를 외친 민중 항쟁입니다. 시위의 원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사망 후 전두환은 하나회를 중심으로 12.12사태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습니다. 이후 전두환은 언론을 통제하고 군대에 폭동진압 훈련을 시키면서 독재의 낌새를 보였죠. 이에 대한 반발로 광주 학생들은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자 신군부는 더 강압적인 정책을 펼쳤죠. 5월 17일 24시에 전국 비상계엄을 선포해 헌법을 정지시키고 전두환이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모두 장악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계엄 포고령 10호를 선포해 정치 활동을 금지시켜 야권 정치인 및 재야인사 수천 명을 감금하고 국회를 봉쇄했죠. 5월 18일 광주의 학생들은 '김대중 석방', '전두환 퇴진', '비상계엄 해제'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일으켰습니다. 신군부는 계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했고요.



광주 학살이 자행되다

계엄군은 닥치는 대로 총을 쏘고 폭행했습니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까지요. 시위는 광주 지역 대학생들에게서 시작되었으나 계엄군의 무차별적인 학살을 보고 광주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중장년층부터 10대 청소년까지 시위에 참여했고, 5월 20일 시위대는 2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습니다. 5월 21일 계엄군은 전남대학교와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를 했습니다. 광주 시내 병원들에 감당하기 어려운 사상자들이 몰려들었죠. 시민군은 무장하고 21일 저녁에 계엄군이 물러난 전라남도 도청을 점령했습니다. 계엄군은 광주 외곽으로 철수해 봉쇄작전을 펼쳤죠. 계엄군의 발포가 승인되고 실탄이 분배되면서 계엄군은 무차별적으로 발포했습니다. 버스 승객 및 지역 주민들이 총살당했죠. 그리고 5월 27일 0시, 계엄군은 무력으로 전남도청을 점령해 남아있던 시민군을 진압하고 생존자는 체포하고 연행됐습니다. 그 결과 사망자 166명, 행방 불명자 54명, 상이 후유증 사망자 376명, 부상자 3,139명 등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1988년이 되어서야 국회 광주 진상특위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전진하는 계엄군(좌), 광주 병원 현장(우) (출처: 5.18기념재단)


5.18 때 활약한 간호사들의 증언

이처럼 부상자와 사망자가 넘쳐났고 광주 지역 병원의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상태, 군인들의 사격 등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광주, 여성』에서 간호사들의 증언을 발췌했습니다.


우리 현관에서부터 저기 밑에 있는 양림동까지 학생들이 전부 줄을 섰어요. 체중이 모자라면 그냥 가라고 했거든요. 그중에 춘태여고 학생이 있었는디 애기가 커요. 그래서 금방 피를 빼고 보냈어요. 근디 한 시간도 안 돼갖고 그 애가 딱 총 맞아 죽어서 왔어요. 우리가 얼마나 애통할 것이에요. 금방 피가 식기도 전에 그 애가 와 가지고, 교복을 입고...
-정순자, 5.18 당시 기독병원 간호과장(출처: 『광주, 여성』,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획, 후마니타스, 2012)



정순자 씨는 5.18 당시 휴일에도 쉬지 않고 환자들을 치료했습니다.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기독병원에서 수술받은 사람은 1백 명에 달했다고 해요. 정순자 씨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간 전남 대학생도,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찾아온 부상당한 남편도 회상하였죠. 위 증언은 20일 날 있었던 일을 회상한 것입니다. 5월 20일, 캐나다 선교사가 찾아와서 피가 모자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줄을 섰는데 그중 학생 한 명이 총을 맞고 다시 찾아온 것이었죠. 이후, 3일 동안 밤을 새우면서 시체 염을 하고 붕대와 주사 등을 제공하면서 환자들에게 헌신했습니다. 피가 모자라 자기 피를 뺐을 정도였죠.



학생들이 병원에 들어온 것을 안 이상, 군인들이 그대로 물러날 리가 없었죠. 놀란 간호사들과 환자들은 다급히 침대 밑으로 들어갔어요. 그랬더니 "우리는 국군이다. 나와라. 간호사 나와라. 우리는 국군이다"라고 방송을 했죠. 정말로 어디 코미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일들이 벌어진 거예요.
-오경자, 5.18 당시 조선대병원 간호과장(출처: 『광주, 여성』,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획, 후마니타스, 2012)



오경자 씨의 증언에 따르면, 5.18 당시 조선대병원은 병원 바로 밑에 공수부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군인 부상자들이 많았죠. 그런데 학생 30여 명이 데모를 하기 위해 병원 근처를 지나려는데 군인들이 쫓아와 막무가내로 총을 쐈습니다. 학생들이 병원 안으로 피신하자 군인들은 병원 안에서 총을 쏘며 학생들을 쫓아다녔죠. 간호사들은 학생들에게 환자복을 입혀 환자로 위장했습니다. 군인들이 학생들을 찾아다니자 간호사들과 환자들은 침대 밑으로 들어갔죠. 그랬더니 "우리는 국군이다. 나와라. 간호사 나와라. 우리는 국군이다"라고 방송을 한 것이죠.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하잖아요. 근데 제가 거기에도 정말 많이 실망했어요. 법이 정말 있을까. 그전에는 완전히 나쁜 사람이 교도소를 가는 줄 알았어요. 근데 제가 5.18을 겪고 교도소 면회를 가서 '아, 이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거기서 느꼈어요. 그때 정신적인 혼란으로 엄청 힘들었죠. 내가 감당하기에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큰 거예요. -정숙경, 5.18 당시 요한병원 상담사(출처: 『광주, 여성』,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획, 후마니타스, 2012)


간호사뿐 아니라 병원에서 일하던 상담사도 현장을 증언했습니다. 당시 요한병원 상담사였던 정숙경 씨는 당시 도청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상무관에서 염을 하면서, 시민군 활동을 도왔습니다. 교도소로 가서 면회도 했는데 위 증언은 그 경험을 토대로 서술한 것이죠. 갱생원에서 봉사했던 사람들이 법정에 섰을 때 충격이 컸다고 합니다.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그 외 수많은 간호사들이 5.18의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당시 전남대 간호과장이었던 김안자 교수는 간호사들이 유니폼을 착용하고 현장에 나타났다고 증언했고, 당시 신규 간호사였던 심재연 부장은 총상, 외상 환자들이 많아 신원 확인이 어려워서 발견된 장소나 입고 있던 옷으로 환자를 구분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 마취과 레지던트였던 유경연 교수는 헌혈자가 이렇게 많았던 적은 처음이라고 증언했고요. 시민들이 앞장서서 헌혈에 나선 것이죠. 이처럼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들은 직접 환자를 치료하면서 환자들의 상태를 목격했던 사람들이었죠. 처참하게 죽거나 부상당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끔찍한 사태를 몸으로 느꼈고요.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 계엄군에 맞섰던 시민들 모두 민주화 투사였습니다. <오월의 청춘>이라는 드라마가 로맨스도 살리면서 5.18의 숨은 조역들을 잘 조명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문헌 및 자료>

『광주, 여성』,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획, 이정우 편집, 후마니타스, 2012

조이음(칼럼니스트), "'오월의 청춘', 설레서 더 가슴 시린 봄꽃 같은 연인", 아이즈, 2021.05.12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465&aid=0000004774

위키백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https://ko.wikipedia.org/wiki/5%C2%B718_%EA%B4%91%EC%A3%BC_%EB%AF%BC%EC%A3%BC%ED%99%94_%EC%9A%B4%EB%8F%99

디지털뉴스팀, 5.18 광주서 계엄군이 쏜 총알 맞아가며 부상자 치료한 의료진들(영상), 인사이트, 2017.08.08

https://www.insight.co.kr/news/115547

전남대병원, 참혹했던 5.18 민주화운동 당시 의료진들의 생생한 증언 '518, 10일간의 야전병원' (전남대학교병원), 유튜브, 2017.05.04

https://www.youtube.com/watch?v=SJfdrfFExo8


<사진 출처>

<오월의 청춘> KBS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2tv/drama/youthofmay/pc/detail.html?smenu=e126f2

5.18기념재단 공식 홈페이지

https://518.org/nsub.php?PID=0101


*네이버 블로그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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