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 즈음에 철인왕후를 돌이켜보다

-<철인왕후> 속 역사왜곡 논란에 대하여

by 히스토리퀸

오늘 2월 8일을 기준으로, tvN의 <철인왕후>는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시청률은 고공 행진하고 기사도 칭찬 일색이다. 철인왕후의 인기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철인왕후'가 사람들에게 홍보되었으니 좋아해야 할까? <철인왕후>에 관한 역사왜곡이 잊혔으니 슬퍼해야 할까?




<철인왕후>는 방영 초기에 역사왜곡, 조선왕조 폄하 논란에 휩싸였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국보 제151호인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폄하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존인물인 신정왕후 조씨가 미신에 심취한 설정이나, 중전에게 회임 방법을 성행위하듯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는 장면은 풍양 조씨 종친회의 강한 항의를 일으켰다. 실록에는 신정왕후가 미신에 심취했다는 기록이 없을뿐더러,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시대는 미신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했기 때문이다.


이에 tvN은 최근 역사 왜곡 논란에 사과하고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로 표현한 내레이션을 삭제했었다.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 인물관계도에서 '안동 김문', '풍양 조문'을 '안송 김문', '풍안 조문'으로 수정했었다.


이와 같은 논란에 사람들이 왈가왈부했던 기억이 난다. "픽션은 픽션일 뿐이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라."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드라마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논란도 하나의 추억거리가 된 것 같다. 철인왕후는 어제 최고 시청률 17.7%를 찍은 상황에서 누가 뭐라 하겠는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 것을.


어쩌면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일 수도 있다. 사극을 온전한 역사로 받아들이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료 고증에 충실한 정통사극인지, 사실과 허구를 섞은 팩션 사극인지, 시대 배경만 빌려온 판타지 사극인지 구분하면서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판타지 사극이라고 할 지라도,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제대로 된 역사를 공부할 수도 있다. 단, 올바른 역사를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만 공부할 것이다. 나도 올바른 역사를 추구하는 사람을 위해 <철인왕후>와 다른 사극들의 역사 왜곡 양상을 묘사해 보고자 한다. 한 분이라도 좋으니, 이 글을 읽고 역사왜곡에 대해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철인왕후는 판타지 사극인가, 팩션 사극인가

철인왕후의 장르는 애매하다. 철인왕후 공식 홈페이지에 의하면, 철인왕후는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영혼이 깃들어 '저 세상 텐션'을 갖게 된 중전 김소용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 사이에서 벌어지는 영혼 가출 스캔들'을 다룬 드라마다. 21세기 대한민국 사람이 조선시대 중전이 된다는 설정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니, 판타지 사극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앞 문단에 의하면, 시대 배경만 빌려온 사극이 판타지 사극이다. 철인왕후는 실존인물 철인왕후와 철종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실존인물이 나오는 순간, 판타지를 판타지라고 부르기 어렵게 되었다.


게다가 판타지일수록 시대 배경에 대한 고증을 꼼꼼히 해야 한다. 판타지는 허구의 내용을 있을 법하게 꾸며내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철인왕후는 조선시대를 철저히 고증하였는가? 그렇지 않다. 극 중에서, 중전이 임금에게 비녀를 던지거나, 자고 있는 임금을 때린다. 조선 시대에서는 임금의 옥체에 해를 가하면 바로 사약을 받았다. 폐비 윤씨가 원자의 생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약을 받은 이유는 용안에 상처를 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중전과 궁녀가 겸상을 하거나, 대왕대비 앞에서 상궁이 중전에 대한 흉을 보거나, 의금부 수장이 왕 앞에서 칼을 뽑는 행위는 조선시대에서 대역죄에 해당한다.



누구나 쉽게 정보를 습득하는 시대... 해외에 수출될수록 더 조심해야

21세기는 누구나 쉽게 인터넷으로 역사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극을 온전한 역사로 보는 사람보다 역사와 허구를 구별하려는 사람들이 더 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의 역사를 생소하게 여기는 해외 네티즌들은 그들이 본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 한낱 지라시네'라는 대사는 "조선왕조실록도 '타블로이드'(가십을 다루는 대중지)에 불과하잖아(The Annals of the Joseon Dynasty are nothing but tabloids)"라고 해외 유명 한류 사이트에 번역됐으며 한국 네티즌들이 이에 반발하는 댓글이 소개되었고, 관련 논란을 접한 한 네티즌(아이디:Ze****)은 "'철인왕후'가 진짜 한국 역사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거냐, 아니면 한국인들이 조선 시대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거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해외 수출판에서는 지라시가 타블로이드로 번역되었다.



역사왜곡의 범위는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사극 속의 역사왜곡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2013년 방영한 드라마 기황후는 나라에 몹쓸 짓을 한 기황후를 애국지사로, 방탕한 충혜왕을 성군으로 묘사하려다가 큰 논란을 빚은 적 있다. 2019년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는 온전히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을 신미라는 승려가 중심이 되어 창제했다고 서술하여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반면, 2015년에 방영한 드라마도 고등학교 3학년이 조선시대로 타임슬립 하여 세종대왕과 사랑을 나누는 드라마이지만, 큰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고삼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얹었지만, 실록에 나온 세종대왕의 업적을 존중하면서 훈민정음 창제라는 꿈을 실현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실록 속, 철인왕후는 말수가 적고 온화하며, 웃어른을 공경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철인왕후는 놀기 좋아하는 건달처럼 보인다. 신정왕후도 미신에 심취했다는 기록이 없을뿐더러,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시대는 미신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했다. 그러면, 가상의 역사를 다루면서 왜 실존 인물을 차용하였을까?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단순하다. 실존인물을 다룰 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쉽기 때문이다. '실존인물이 이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나올까'라는 식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은 후 재미가 있으면 시청률이 상승하고, 시청률이 상승할수록 방송사와 제작사가 얻는 이득도 커진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인터넷으로 역사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대에서 실존 인물에 대한 존중 없이 이루어진 역사왜곡은 건강한 웃음보다 쓴웃음을 유발한다. 재미를 위해 역사를 단순화시키고 실존 인물의 리얼리티를 훼손하는 행동, 과연 옳은 일인지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한다.



<참고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01223131000797

http://news.imaeil.com/NewestAll/2021010415411496692

https://www.chosun.com/entertainments/2020/12/15/XO5X4PKWZU472CB3JO7AFCBU4Q/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distortion-of-history-drama_kr_5fd81b94c5b689a6230d4439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79&aid=0003444151


<참고 홈페이지>

http://program.tving.com/tvn/tvnchulin


* 네이버 블로그, 조인어스코리아 홈페이지에 영문판 기사를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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