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미쳐본 적 있나요
어떤 분야든 일에 미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건
다시는 오기 힘든, 아주 귀한 기회이다.
몇 년 전, 회사의 전체 인프라를 바꾸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유명 컨설팅펌과 협업했고,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새벽 2시까지 일하는 건 기본이었고
집이 먼 동료들은 찜질방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출근하고 내일 퇴근하는 날의 반복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시절 우리는 정말 일에 미쳐있었다.
놀랍게도, 그 시간들이 지금도 내게는 강렬하고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시절을 지나며 일에 미칠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걸 배웠다.
첫째, 잡념이 사라진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불안도 걱정도 틈을 타지 못한다.
하나의 일에 몰두하는 동안, 머릿속 다른 잡생각은 모두 희미해진다.
그 일에 내 모든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어,
나만의 레거시를 만든다는 생각이 나 자신을 이끈다.
둘째, '내가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금전적인 보상을 떠나 내가 만든 결과물이
내가 속한 조직과 내 주변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강한 확신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이란,
남에게 가치를 주고 그것을 느낄 때
비로소 지속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 믿음이, 결국 이 고난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어느 순간,
나는 더 이상 화물차에 실린 짐이 아니라
그 차를 움직이게 하는 엔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셋째, 진정한 '나'를 찾게 된다.
힘든 과제를 마주하며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무엇에 강한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감이 붙는다.
그 모든 시간은 스스로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요즘 나는 왜 전처럼 일에 미치지 못하는지 고민이다.
여기서 내가 찾은 정답은
몰입할 '단 하나의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에 미친 듯이 빠져본 적이 있다는 건
인생에 커다란 축복이다.
반대로 어떤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면,
그게 진짜 미칠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삶은 미친 듯이 몰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을 찾고
그 일에 몰입하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