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이 주는 원동력
첫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잊혀지지 않는 후배가 한 명 있다.
다른 후배들처럼 스스럼없이 친해지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친구는 어딘가 조금 불편한 사람이었다.
조용한 성격에 실수도 없고 일도 성실하게 하는
누가 봐도 괜찮은 후배였다.
그런데 그 친구와 함께 있으면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되고
괜히 내 태도에 스스로 민감해졌다.
당시엔 그 감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퇴사를 하고 그 시절을 떠올려보며
조금씩 그 당시 감정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 후배는 업무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나보다 더 단단한 사람이었다.
언제나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예의와 배려가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며 조용히 나 자신과 비교를 했던 것 같다.
느슨해져 있던 나 자신과 몰래 그 후배를 비교하며,
스스로 초라해진 마음을 '불편함'이라는 감정으로 포장해 버린 것이다.
불편함에도 두 종류가 있다.
사람 자체가 불편해서 관계를 끊고 싶어지는 경우,
그리고 그 사람의 존재가 나를 자극하는 경우
불편한 이유가 그 사람이 가진 좋은 에너지 때문이라면
그건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되는 감정이다.
우리는 흔히 같이 있을 때 '편안한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편안한 관계는 나를 자극하지 않는다.
변화도, 성찰도 없다.
오히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를 성장시킨다.
그 후배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언제나 편안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자극을 주는 사람.
함께 있으면 조금은 뜨끔하지만,
함께 있으면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사람.
'불편함'은 무조건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를 가장 크게 성장시키는 건
그 조용한 불편함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