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 & 프리즈서울 2025 K-아트 우뚝 설까

글로벌시장 속 한국미술의 가능성

by 달리아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이 지난 9월 7일 막을 내렸다. 미술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키아프는 5일간 약 8만 2천명, 프리즈는 4일간 7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국내 최대 아트페어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3년 전인 2022년부터 국제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리게 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했다. 컬렉터들의 관심이 모두 프리즈에 쏠리게 될 것임을 예상해 키아프와 동시 개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국내 미술계의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올해에도 역시 최대 규모의 매출은 프리즈에서 나왔으나 개인적인 소감은 3년 전보다 키아프의 역량이 크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국내 원로·중견 작가들의 탄탄한 라인업에 더해, 해외 무대에서도 손색없을 만큼 개성 넘치는 젊은 작가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청화랑 임만혁 작가

매년 키아프를 방문할 때마다 가장 먼저 들르는 부스는 38년 전통의 청화랑이다. 2021년 화랑미술제에서 인연을 맺은 임만혁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이다. 임만혁은 고향 강릉에서 가족, 동물, 바다 풍경을 주제로 작업하며, 서양화와 동양화를 동시에 전공한 이력으로 독특한 화풍을 선보인다. 한지에 목탄으로 밑그림을 그린 후 전통안료로 채색하는데 예전 작업들을 보면 뒤틀리고 왜곡된 신체 표현에 어딘지 모르게 불안과 우울이 깃든 인물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근작에서는 한결 편안해진 표정과 안정된 구도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번 키아프에서는 꽃밭 안에 잠든 소년을 그린 작품 <녹색의 밤>을 선보였다. 비현실적으로 크게 그려진 꽃들은 소년이 꾸고 있는 꿈일 수도, 아니면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변함없이 생동하는 자연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 인물과 동물을 주로 그리는 그가 간혹 선보이는 꽃을 그린 작품들에서 사람들은 유독 작게, 그리고 자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쭉 뻗은 직선 위주의 필치 때문에 꽃조차 다소 날카로워 보일 수 있지만, 작품 전체에서 느껴지는 감싸는 듯한 따뜻함은, 작가의 고향 강릉에 대한 애틋함과 결혼 후 찾은 삶의 안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장되는 키아프

키아프에 국내 작가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외 갤러리도 참여할 수 있으며 국내 갤러리들이 취급하는 해외 작가들도 볼 수 있다. 매년 인상적인 프리드리히 쿠나스는 이번 키아프에서 ‘313 아트프로젝트’ 부스를 통해 소개되었다. 독일 출신으로 현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업하는 그는 감성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데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건 환상적인 색채이다. 노스탤지어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컬러의 캔버스를 찬찬히 살펴보면 음악 가사나 영화, 문학의 인용구를 텍스트로 적어놓은 것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의 판매여부는 모르겠으나 프리즈에 출품된 쿠나스의 신작 “We’ll be here soon”은 이번에 약 1억 6천만원에 판매되었다.


그 외에도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으로 부스를 채운 국제갤러리, 김창열, 정상화, 이강소 등 원로화가들을 비롯해 블루칩 작가인 김성윤, 박민준 등을 내세운 갤러리현대 등은 여전한 인기를 자랑했다.



프리즈서울 2025, 글로벌 아트의 현장

프리즈에서는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이 한화 약 62억원에 팔려나가면서 프리즈 서울 역사상 최고가 판매작이 되었다. 마크 브래드포드는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현대미술 작가 중 한 명으로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흑인 게이 남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사회적 불평등을 반영한 추상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현재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어 국내 팬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프리즈에서 가장 즐겁게 본 작품은 ‘탕 컨템포러리 아트’의 우국원이다. 몇 년 전부터 옥션의 라이징스타로 급부상하며 많은 국내 컬렉터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한 작가이다. 반짝인기가 아니었음을 나날이 확장되는 그의 작품세계로 입증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 프리즈서울에 출품된 두 작품은 서사, 위트, 화려함, 정교함을 모두 갖춰 감탄을 자아냈다.


들고 나온 작품들 대부분을 솔드아웃시키며 프리즈에 입성한 국내갤러리도 있었으니 바로 디스위켄드룸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이 갤러리는 김서울, 김진희, 박신영, 최지원 등 국내를 넘어 국제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프리즈 둘째 날 방문했을 때 대부분 다 빨간 딱지가 붙어있었을 정도로 요근래 가장 핫한 갤러리인 듯 하다.


글로벌시장을 향한 K아트의 도약

키아프 관람 첫날, 영부인 김혜경 여사가 처음으로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영부인이 키아프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갤러리 관계자들과 ‘케이팝데몬헌터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보도되었다. 한국미술이 이제 K-pop처럼 국제적 위상을 갖기 위한 출발점에 서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 키아프는 프리즈 서울과의 경쟁 속에서 한층 전략적으로 구성되었다. 프리즈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전시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해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했다. 국내 갤러리들은 물론 해외 갤러리들도 대거 참여하며, 아시아의 글로벌 아트마켓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매출 규모의 격차는 여전했고, 프리즈서울 참가 해외갤러리들이 국내 컬렉터의 취향에 맞춘 작품들을 많이 들고 나온 탓에 글로벌 트렌드를 확인하거나 국내 작가들의 국제적 수준을 가늠해보기 어려웠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즐비했던 3년 전에 비해 한국적이지만 세련된 감성을 내세운 젊은 작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는 것이다. K-pop처럼 K-아트가 해외시장에서도 우뚝 서기 위해서는 글로벌 미술 트렌드를 주시하면서도 한국적 감성과 미학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키아프와 프리즈서울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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