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식당 그곳, 국내 유일 선인장마을을 걷다

제주 월령리 야생선인장군락지와 백년초

by 달리아

제주도에는 국내 유일의 야생선인장군락으로 유명한 월령리 선인장마을이 있다.

예능 ‘강식당’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곳이지만 관광객들에게 아직 덜 알려져 조용하고

한적하게 쉴 수 있는 마을이다.

선인장이 어떻게 제주에 뿌리내렸을까

사막에서나 자라는 줄 알았던 선인장이 국내에 자생한다는 것도 신기한데 해변을 끼고 바위틈에서 자라는 모습은 더 낯설다. 월령리에 자생하는 선인장은 생긴 모양 때문인지 손바닥선인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원래부터 해안가 모래땅, 바위틈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선인장 중에서 꼭 사막이 아니어도 건조하면서 배수가 좋은 땅이라면 서식지로 삼을 수 있는 종이 있는데 화산암과 모래로 이루어져 물 빠짐이 좋은 제주 해안이라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식물이 소금기에 닿아도 자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선인장의 표피는 두껍고 왁스질이라 소금물 입자가 잎에 닿아도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고 한다.

외래종인 손바닥선인장이 어떻게 제주 해안가에 자리 잡게 되었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신빙성 있는 건 바다를 떠돌던 선인장 줄기나 열매가 해류를 타고 제주 해안에 도착했다는 설이다. 실제로 전 세계 해안 지역에서 Opuntia 종이 표류해 군락을 이룬 사례도 있다. 어떻게 멕시코에서 1만㎞ 이상 떨어진 제주 해안까지 와서 자라게 됐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온난 해류를 타고 밀려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제주도 월령리선인장군락은 1972년에 식물학자 부종휴가 발견해 보고하였고 1976년 9월 9일에 제주도 기념물 제35호로 지정되었다가 2021년 11월 19일 천연기념물로 재지정되었다.


제주도에 가면 곳곳에 백년초로 만든 주스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백년초가 바로 이 손바닥선인장이다. 민간에서는 화상, 피부치료 등에 쓰였다고 하고 주된 유효성분은 열매가 아닌 줄기에 있다고 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플라보노이드와 다당류, 글리코사이드, 항산화 페놀류 등이 포함되어 있어 항산화, 항염, 상처 치유 등과 관련된 약리 기능을 갖는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백년초, 한약재일까?

이 지점에서 궁금해질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백년초는 과연 한약재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선인장은 한약재로 쓰이는 경우가 있으나 제주 월령리에서 자생하고 있는 백년초는 한약재로 쓰이는 선인장과는 다른 종이다. 월령리 선인장 백년초의 학명은 Opuntia stricta, 중국 고문헌 [본초강목습유]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약재로서의 선인장 학명은 Opuntia dillenii Haw. 정리하자면 동일 속(Opuntia)이지만 다른 종이라고 할 수 있다. [본초강목습유]가 편찬된 시기는 청나라 때로 [동의보감]이 편찬된 이후의 시기여서 [동의보감]에서는 선인장 또는 백년초라는 약재명을 찾아볼 수 없다. 사상의학에서 소양인 약물로 분류하여 지혈약, 오래된 복통과 복부의 염증 등에 쓰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역시 [동의수세보원]에도 기록된 바는 없다. 건조하고 더운 환경을 좋아하는 선인장이니만큼 약성은 차고 수분을 머금고 있으며 생김새로 보았을 때는 알로에와 가장 비슷하다.

Opuntia dillenii// 사진출처: https://worldofsucculents.com/opuntia-dillenii/)


알로에와의 흥미로운 비교

알로에 또한 외래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노회’라는 한약재로 오랫동안 쓰였으며 [동의보감]에도 수록되어 있다. 특히 가장 많이 쓰이는 알로에베라는 북아메리카, 아라비아 반도 일대가 기원지이며 동양에서는 수나라 당나라 때 들어와 본격적으로 한약재로 쓰이기 시작한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 탕액 편에는 노회에 대해 “성질은 차고 맛은 쓰며 독은 없다. 소아의 5가지 감병을 치료하고 삼충을 죽이며 치루, 개선을 치료한다. 소아의 열로 인한 경기에도 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알로에는 현대약리학적으로도 해열해독, 변비개선, 항염, 피부치료에 대한 다양한 효과들이 보고되어 있다.


여행자로서의 즐거움

국내 유일의 야생선인장군락이 있는 월령리 선인장마을을 방문했을 때 선인장이 지닌 한의학적 효능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걸어본다면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게다가 에메랄드빛 바다와 검은 현무암 사이에서 푸릇푸릇 보이는 선인장이 자아내는 풍경은 상당히 이국적이다. 참고로 선인장군락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나무데크길이 마련되어 있는데 걷다 보면 강식당 촬영지도 만날 수 있다. 현재는 ‘선인장식당’으로 이름을 바꿔 영업하고 있다. (협재 고기국수 맛집 ‘강식당’은 이름만 똑같은 곳이다)

산책로 초입에 ‘R14’이라는 아담한 카페도 있는데 외관과 달리 안에 들어가서 보이는 바다뷰는 눈에 담기에 넉넉하다. 스콘과 커피도 맛있지만 백년초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못 먹고 돌아온 게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