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미술 독서: 예술 수업 외

예술수업, 예술적 상상력, 그림의 맛,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by 달리아

<예술수업> 오종우


"도스토옙스키와 체호프의 소설, 피카소와 샤갈의 그림, 타르콥스키의 영화, 베토벤의 교향곡과 피아졸라의 탱고를 넘나들며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예술가들의 창조적 영감과 감각을 읽어낸다."


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 오종우 교수의 인기 인문교양과목 ‘예술의 말과 생각'을 토대로 구성한 책이다.


예술이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통념은 예술을 도구나 기능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정의한 플라톤에서 시작되었다 하는데, 저자는 인류의 역사에서 예술이 단 한 번도 소멸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예술은 '실용적'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자신이 처한 삶과 환경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그 과정에서 문화정체성을 확립하지만 또한

질서나 양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지향하는 것이 곧 예술이라는 것.


"세상을 창의적으로 해석해서 이해하는 일,

기성의 질서에 단순히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주체로서 살아가는 일,

바로 이것이 예술의 근본성질입니다."


7월에 읽었던 책 중 가장 좋았고 예술을 '쓸모'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다.

<예술적 상상력> 오종우


<예술수업>을 넘 재밌게 읽어서 뒤이어 바로 빌렸고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이라는 부제가

특히 흥미를 끌었던 책이다.


저자는 예술을 단순히 감상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위대한 예술작품의 진면목을 만나기 어렵다며 예술은 철저히 현실에 기반해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예술수업>에서 언급했던 '예술의 실용성'에 대해 더 구체적인 논증을 펴나간다. 대표적인 예시는 예술가로 시작해 과학자, 발명가로 전개되는 다빈치의 생애이다.


그 뒤로 피카소, 페르메이르, 몬드리안, 클레, 모차르트, 미켈란젤로 등 세기의 예술가들이 등장하며 이들의 예술적 상상력이 어떻게 우리의 현실을 더 낫게 만들었는지를 뛰어난 흡입력으로 서술한다.


"이성으로 분별하고 재단할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하고 전체를 한 번에 꿰뚫어 연결하고

새로운 의미를 폭발시키는 능력. 이 능력이 예술적 상상력이다,"

<그림의 맛> 최지영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미술이 결합된 이야기라 제목을 보고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집어들었다.

그런데 웬걸, 저자의 예술적 조예가 상당하고 글솜씨도 뛰어나서 매우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보통 자신의 전문분야와 타 분야를 융합한 글을 쓸 때에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가 이뤄질 때도 있는데

이 책은 자연스러운 편이다. 아마도 내가 평소에 느끼는 것처럼 예술과 요리에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쉽게도 절판된 책이라 책 목차를 실어본다.

목차에 언급된 아티스트들을 보고 흥미가 당긴다면 도서관에서 빌렸을 때 시간이 아깝진 않을 것이다.


1부

마블링에서 잇 아트로―레이디 가가와 다니엘 스포에리가 선보인 고기들

셰프의 오마주―잭슨 폴록의 해물 요리와 하루키의 샐러드

헬스키친의 질서―프랜시스 베이컨의 카오스를 닮은 공간

도마 위의 극사실주의―론 뮤엑의 하이퍼리얼리즘과 요리사의 마세도인

집밥이 예술이야―수보드 굽타의 커리와 유튜브로 배운 커리

주방의 부케들―빅토리안 시대의 낭만

길바닥이 어때서―뱅크시의 낙서 예술과 푸드 트럭

읽어야 아는 맛―리처드 프린스의 텍스트 아트와 메뉴판

쌓아 올려야 제맛―아르망의 아상블라주와 카렘의 피에스몽테, 집적에 대한 유별난 기호와 재능

쇼핑 다녀오십니까?―뒤샹의 레디메이드와 레토르트 식품


2부

탈구축의 레시피―어리둥절한 컴바인 페인팅과 분자요리

생각하는 미식가―예술적인 돼지들과 구르망의 욕망

날로 먹는 즐거움―아르 브뤼와 로푸드

가난해서 아름다운―아르테 포베라 그리고 프리건

실존을 위한 커피―이방인을 위로해줘

와인을 좋아하는 예술적 이유―샤토 무통 로칠드와 아티스트 라벨

그림은 그림이고 치즈는 치즈다―백색화와 라브리크

탐식과 미식 사이―마그리트와 피터르 브뤼헐의 식도락론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박광혁


내과전문의인 저자가 그림들을 의학적 시선에서 바라본 책.

요즘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심분야를 융합하는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 읽어보았는데 억지스러운 전개 없이

전문지식을 그림이야기에 잘 녹여냈고 스토리텔링이 준수한 편이다. 가장 부러운 부분은 현역으로 일하면서도 20여 년 동안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러시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미술관을 순례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 인생에서 가장 고된 레지던트 시절에도 문학작품을 품에 끼고 몰래 읽었다 하니 아마 그 남다른 열정이 이런 글쓰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전작으로 <미술관에 간 의학자>가 있는데 이 시리즈로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른 저자들의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미술관에 간 수학자>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미술관에 간 화학자> 등이 있어 모두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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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미술에 관련된 독서를 꾸준히 하며 한 달에 한 번 정리해 올릴 생각인데

메모를 따로 하지 않고 읽은 상태에서 내용을 되새겨 정리하려니 힘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하자 하니 책에 몰입하기가 힘들고, 고민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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